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대송장례식장에 마련된 119구급대원 고(故) 강연희 소방경의 빈소. 고인은 남성 취객에게 폭행과 성희롱을 당한 후 고통을 호소하다 약 한 달 뒤 숨졌다. ⓒ뉴시스·여성신문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대송장례식장에 마련된 119구급대원 고(故) 강연희 소방경의 빈소. 고인은 남성 취객에게 폭행과 성희롱을 당한 후 고통을 호소하다 약 한 달 뒤 숨졌다. ⓒ뉴시스·여성신문

고 강연희 소방경, 남성 취객 구조하다

성희롱·폭행당하고 한 달 뒤 숨져

‘심한 스트레스로 자율신경 손상’ 진단

검찰, 가해자 불구속기소·추가 수사중

남성 취객에게 성희롱과 폭행을 당한 이후 사망한 여성 소방관의 소식이 알려져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은 가해자 윤모(48) 씨를 불구속기소했고, 치사죄 적용을 위해 추가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소방청은 소방공무원 폭행에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윤 씨는 지난달 2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 응급실 앞 119 구급차에서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자신을 옮기던 고(故) 강연희 소방경의 머리를 주먹으로 6대 때리고 성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욕설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사건 이후 어지럼증과 경련, 심한 딸꾹질 등 증세를 보였고, 병원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 손상’ 진단을 받았다. 그는 사건 이후 동료들에게 “맞은 것보다 여성으로서 모욕적인 욕을 들은 게 가장 끔찍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엔 기립성 저혈압과 어지럼증으로 2개월 요양 진단을 받았다. 24일 쓰러져 뇌출혈과 폐부종 진단을 받고, 1일 끝내 숨졌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소방대원의 구급활동을 방해한 혐의(소방기본법위반)로 윤씨를 불구속 기소했고, 부검 결과에 따라 윤씨에 대해 폭행치사나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할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폭행치사·상해치사 혐의가 인정되면 윤씨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강 소방경의 영결식은 3일 전북 익산소방서에서 익산소방서장으로 진행됐다. 유족과 조종묵 소방청장,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선재 전북소방본부장, 소방공무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강 소방경의 영결식은 3일 전북 익산소방서에서 익산소방서장으로 진행됐다. 유족과 조종묵 소방청장,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선재 전북소방본부장, 소방공무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폭행·성희롱·성추행 무방비 노출된 소방관들

지난 3년간 구급대원 폭행 564건…대개 벌금형

소방청, 소방관 폭행 “무관용 대응”키로

정관계 “소방관 업무환경 개선해 재발방지”

그간 소방관들은 정당한 직무 수행 중 폭행과 욕설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괴로움을 호소해왔다. 게다가 여성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물리적 폭행과 폭언에 성차별, 성희롱·성추행까지 겪고 있다. 취객이나 악성 민원인들이 아프다며 구급차를 불러내 이송 중 여성 소방관을 성추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일 소방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구급대원 폭행사건이 564건에 달한다. 그간 183명이 벌금형, 147명이 징역형을 받았다. 134명은 수사·재판 중이다. 그러나 구급대원을 폭행해도 소방활동방해죄로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현실이다. 

소방청은 이날 소방공무원 폭행에 “무관용 대응”을 천명했다. 소방특별사법경찰관리가 신속·엄정한 수사와 검찰송치를 진행한다. 소방서·소방본부 소방특별사법경찰관리의 수사역량도 강화한다. 

또 △소방공무원에 대한 폭력행위 근절 캠페인 강화 △10월까지 폭행상황 유형별 대응요령 교육과정 개발·운영 △6월 폭행피해 유경험 10년 이상 재직 구급대원 워크숍 △피해발생 즉시 휴식 제공과 진단·진료비·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상담 지원 △폭행억제·증거확보 위해 모든 구급차에 패쇄회로(CC)TV 설치 △소방공무원에 웨어러블캠 지급 △구급차 내 비상버튼, 휴대전화 앱 등 폭력행위 방지장치 올해 내 개발·보급 등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정계 인사들도 강 소방경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사회 변화를 촉구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3일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자신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취객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중이던 소방관에게 폭력이 가해지고,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인 비하와 욕설이 가해졌다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반적인 소방관의 업무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여성이 모든 폭력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가부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고 밝혔다. 정 장관은 유가족들에게 조화를 보내고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난 2일 강 소방경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김 장관은 “(소방공무원에 관한 폭행 등) 이러한 행위는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앞으로 법 집행을 더욱 엄격히 할 것”이라며 “119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 등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께서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3일 강 소방경의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을 기리며 “소방관들의 안전을 위한 현실적인 노력을 경주해나가겠다. 소방, 구급대원들을 위협하는 폭력과 폭언을 근절하고 처벌할 법적 근거와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을 모으겠다. 이것이야말로 강연희 님의 안타까운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반복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표창원 의원은 1일 “너무 안타깝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순직 인정 등 고인의 명예 전중 과정 끝까지 챙기겠습니다. 119구급대원 안전대책 강구하겠습니다. 우리를 지켜주는 영웅,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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