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종교여성학(Women's Studies in Religion) 박사학위를 주는 학교는 남가주 클레몬

트, 하버드, 산타 바바라 캘리포니아 등 세 곳에 불과하다.

남가주 클레몬트 종교대학원의 종교여성학과는 10년 전에 석사과정을 시작했고, 1998년에

박사과정을 탄생시켰다. 여기서 나는 클레몬트 종교대학원의 종교여성학과를 창설한 두 명

의 여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일어났던 제2의 여성주의 물결이 주저앉은 1980년대 후반에 케렌 토

저슨(Karen J. Torjesen)교수와 마고 골드스미스(Margo Goldsmith)는 각자의 분야에서 여

성주의에 눈을 뜨게 된다.

한 보수적인 신학교에서 기독교역사를 가르치던 케렌 토저슨은 60대의 나이에 뒤늦게 결혼

상담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마고 골드스미스를 만나게 된다. 이혼으로 수백만 달러의 재

산을 소유하게 된 마고는 당시 자신의 결혼을 유지하고자 결혼상담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60살이 넘어서 막 여성주의에 눈을 뜬 마고는 학교에 재산을 기부하였을 뿐 아니라 매맞고

성폭력을 당하는 교회여성, 특히 목회자의 부인들을 위한 센터를 설립하게 되었다.

마고는 목사나 교수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집중적으로 폭로했다. 당연히 보수적인

신학교 학장이 좋아할 리 없었다. 당시 30대 후반의 케렌도 이 학교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당하고 있었기에 둘은 이곳을 떠나 여성들을 종교와 신학의 전문인으로 양성시킬 목

적으로 클레몬트 대학의 종교여성학 석사과정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클레몬트 대학원은 마고가 케렌에게 3년 동안의 월급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이들을 받아들였

다. 10여년간 마고가 재정적인 후원을 한 덕분에 케렌은 올해 클레몬트 종교대학의 학장으

로 승진할 수 있었다.

케렌은 지금 이 종교대학에 기독교, 유대교 뿐 아니라 이슬람, 불교, 힌두교 등 아시아의 종

교학을 가르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종교대학이

세계종교를 다루기를 원하는 후원자 마고의 의도에 동의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모두 3백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교여성학 박사학위에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초반의 여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은 복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복학생들의 배경은 실로 다양하다. 레즈비언, 여성

목사,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종교와 영성을 찾는 여성, 전문직 기혼여성, 결혼에

실패한 여성, 다양한 이유의 독신여성들이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고대유럽의 여신종교인

위카, 몰몬교 등의 서양종교뿐 아니라, 불교, 도교, 유교, 힌두교, 무속, 부두 등의 다양한 세

계종교를 연구하고 있다.

마고와 케렌은 클레몬트 종교대학원의 종교여성학 웹사이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http://religion.cgu.edu/wsr.html

“종교여성학 박사과정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아성이었던 신학, 종교학, 종교철학을 여성주

의적으로 비판하고 이들 학문을 새로운 형태로 창조하는데 기여한다. 놀랍게도 미국 전역의

대학에서 여성과 종교라는 프로그램이 속속 생겨나면서 종교여성학은 미국 여성주의를 새로

운 모습으로 바꿔가고 있다.”

황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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