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미 의회 조사 결과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거나 정학당할 가능성은

보통의 경우에 비해 네 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등학교를 1년을 더 다니거나

그만둘 가능성도 세 배나 많았다.

미국의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일찍 성경험을 갖게 되고 폭력적이

며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이 되기 쉽고 자살·범죄율도 높으며 학교성적이 저조하다고 밝힌

다.

근본원인은 아버지 부재 보다 빈곤이 더 문제

“비난보다 아이 혼자 키우는 ‘힘’ 인정해줘야”

그러나 위민스 이뉴스(Women's Enews)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아이는 반드시 결

혼한 부부가 키워야 한다’거나 어머니만 있는 한부모 가정을 결손 가정으로 봐서는 안 된

다고 최근 보도했다. 오히려 문제의 원인은 아버지의 부재가 아니라 ‘빈곤’이라는 것.

실제로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겪는 문제들은 미국의 1억1600만에 이르는 빈곤가정에서도 그

대로 나타난다.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위험한 이웃들과 함께 살고 비효율적인 학교수업을

받으며 영양가 없는 음식을 먹고 자주 폭력을 접하기 때문에 탈선하기 쉽다. 특히 지난해

미국 인구조사에 의하면 1천만 여성가구주 가정 중 3분의 1이 최저생계비 아래인 것으로 나

타나 한부모 가정이 가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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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경우 아이가 성인의 애정을 접할 시간이 늘어나 더 긍정적

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플로리다 대학 법학과 교수인 낸시 도우드는 “부모가 있다는 사

실은 수입이 두 배가 됨을 뜻할 뿐 육아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로 부모가

있어도 육아는 거의 여성의 몫이고 아버지는 보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한부모 가정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반박한다.

문제는 의회가 1996년 복지개혁에 대해 논의할 때 46%의 여성가구주가 빈곤선 아래에서 생

활하는데도 불구하고 결혼한 이성애 가정의 9%만이 빈곤계층이라는 자료를 근거로 했다는

점. 미국의 복지제도가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기보다 결혼을 장려하고 결혼한 부부에게 더

많은 이익을 안겨주는 것도 문제이다. 위민스 이뉴스는 “왜 공공정책은 이 여성들의 수입

을 늘려주지 않고 남편만 찾아주려 하는가?”라고 문제 제기한다.

한부모 가정의 빈곤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사회적 인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인구조사 결과 아이를 가진 이성애 가족이 24% 밖에 안 되는데도 혼자 아이를 키우

는 여성은 불합리하게도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예시바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루이제 실버스타인은 “휼륭한 아이로 자라기 위해서는 아버

지나 어머니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인 한 명의 감정적·심리적·경제적 서비스가 중요하

다”고 강조한다.

도우드 교수는 “나는 혼자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함께 결정하고 보살펴 줘야 할 성인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편하다”며 “파트너가 있는 것은 후원자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요리와 세탁을 더 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관계가 늘어난다는 점은 마이너스”라

고 여긴다.

그녀는 “한부모 가정을 헐뜯기보다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그 ‘힘’을 오히려 칭찬해줘

야 한다”며 “예를 들어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남녀 역할 구분을 못 한다’

가 아니라 ‘엄마를 노동자이자 보호자로 봄으로써 오히려 더 성평등적’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요구한다.

14살의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셀 핀토는 “남편이 없으므로 가정을 가질 자격이 없고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말은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여성에게 남편이 필요한 것은 물고기에게

자전거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유와 같다”고 말했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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