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념의 차이만큼

일상의 변화도 중요한 이슈

중차대한 역사의 시기

‘젠더 영역’ 사소하지 않다

 

 

 

“나는 언제쯤 넘어갈까요?”,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남북의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 평범한 대화가 역사의 한 장면을 상징하는 명대사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려와 긴장 속에서 통일 논의는 또다시 시작됐다. 그 과정은 복잡할 것이며 그 결과는 예측불허이나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을 대하는 외교의 능란함과 변화를 원하는 세계적 분위기로 인해 그 속도는 가히 놀랄만한 것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이런 거대사의 전환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경제적 격차, 정치적 이념의 차이만큼이나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할 것은 일상의 변화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평양냉면이 평화의 상징이라 말하지만 이탈리아 피자 맛보다도 추상적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문화에 대한 무지는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상될 가능성이 있다. 그중 가장 빈번하면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젠더(gender) 영역이다. 비근하게 2015년 사상 최대 규모로 유럽 대륙에 유입된 난민들과 유럽 사이의 ‘문화 차이’가 문제가 된 바 있는데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권과 유럽 대륙의 사람들 사이에서 여성 인권 등에서 유럽 문화와 마찰을 빚었다. 노르웨이에서는 이 같은 문화충격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마련하고 인력을 양성했다.

물론 우리에게 북한은 난민으로 다가오지도 않을 것이고 하루아침에 일상을 공유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잦은 교류는 접촉을 낳을 것이고 사랑을 이루거나 직장 내의 선배, 부하직원으로 만나게 되지 않겠는가. 알다시피 성 역할은 사회가 용인하는 바를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내면화되는 것으로 다분히 문화의존적인 경향이 있는데 우리보다 젠더트레이닝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북한의 주민은 보다 가부장적이다. 하나원(탈북민들의 국내 정착을 돕는 시설)에서 탈북여성들을 교육할 때 보면 그들은 여성이 남성에게 말대꾸를 하는 것을 놀라워했으며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은 아내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탈북남성들은 한국드라마에서 나오는 여성인물들이 지나치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으며 청소년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기차 타고 평양을 관통해 러시아와 유럽을 관통할 수도 있는 이 중차대한 역사의 시기에 그토록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소한 것이 아니다. 우리 남한만 하더라도 변화하는 인권, 젠더 감수성으로 인해 연일 미투(#MeToo·나도 말한다)로 소란스럽지 않은가. 누군가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심지어는 목숨을 끊고 그런 가운데 작정하고 펜스 룰을 이야기하며 여성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기쁨조를 사절단으로 보냈던 북한이 한솥밥을 먹으면 이 갈등은 더욱 심화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남북 화해의 역사적 물결에 여성은 소소한 분과의 모습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성적대상화, 가부장적 사회구조는 권력의 문제다. 미래의 새판짜기를 하는데 여성의제는 중요한 부문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만큼 여성 전문가의 역량강화와 임용도 중요하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과 그간 외교부의 관행을 깨고 파격적으로 임용한 강경화 장관의 파트너십은 보기에도 흐뭇하다. 2018년이 아닌가. 이에 맞는 새판짜기로 세계에 큰 희망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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