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애의 시골살이] ⑥ 산과 들에 사는 야생 동물 이야기
[김경애의 시골살이] ⑥ 산과 들에 사는 야생 동물 이야기
  • 김경애 편집위원 / 전 동덕여대 교수·여성학
  • 승인 2018.05.01 09:28
  • 수정 2018-05-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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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해치는 야생동물은 공포의 대상이고, 농작물을 해치거나 사람의 음식을 먹어치우는 야생 동물은 미움을 받는다. 야생동물과 주민 간의 갈등은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 작은 마을에도 있다.

 

 

마을 주민들은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김경애 편집위원
마을 주민들은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김경애 편집위원

멧돼지

도시에서는 반려동물로 길든 동물들과 가까이 살지만 시골은 길들지 않은 야생동물들과도 함께 살아야 한다. 야생동물은 길들지 않아 두려움의 대상이다. 요즈음 시골에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야생 동물은 멧돼지다. 멧돼지는 들판에는 별로 출몰하지 않지만 산에서는 멧돼지를 만날까 두려운데, 특히 요즈음 같은 봄날에는 산에 쑥이나 고사리, 참나물을 캐러 갈 때 조심스럽다.

갈골댁(가명)은 나와 함께 밤을 따러 다녔던 산 중턱에 있던 밭의 밤나무를 베어내고 참깨를 심었다. 그런데 산 중턱에 있는 이 밭에 멧돼지가 출몰해서 갈골댁은 혼자 이 밭 근처에서 멧돼지 새끼 세 마리와 마주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밭에 가야하면 나나 안금댁(가명)과 함께 간다. 멧돼지를 만날 때 취해야 하는 행동요령을 여러 번 읽었으나 실제 멧돼지를 만나면 어쩔 줄 몰라 할 게 뻔하고 내가 무슨 힘이 될까마는 동무해주느라고 같이 올라간다. 멧돼지를 쫒기 위해 노래를 크게 부르면서 간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한 소절 밖에 모르지만 나도 소리소리 질러본다.

그런데 드디어 멧돼지를 만났다. 작년 8월 중순 늘 하는 대로 저녁밥을 먹고 동네 아지매들과 저녁 7시에 마을 회관 앞에서 만나서 함께 산책을 갔다. 나는 이웃 강아지인 뭉치를 데리고 갔는데, 뭉치의 발걸음이 빨라 일행보다는 앞에서 걷고 있었다. 논두렁을 지나서 나지막한 언덕 아래 논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슨 소리인가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멧돼지가 논에서 뛰어나와 길을 가로질러서 산으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작은 멧돼지는 자기가 더 놀라 도망가는 것 같았다. 멧돼지가 스치고 간 논의 벼가 여기저기 쓰러져있었다. 산에는 멧돼지의 천적이 없어져 개체 수가 너무 많아졌다. 멧돼지가 꿩을 다 잡아먹었는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꿩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군청에서는 멧돼지의 개체 수를 줄이려고 몇 년에 한 번씩 포획하도록 하고 포상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재작년 사냥을 허가한다는 천막 글이 마을 곳곳에 펄럭이더니 포수가 멧돼지를 잡는 총소리가 들렸다. 실은 나는 총소리를 처음 들었다. 이웃들은 멧돼지 잡는 총소리에 반색하고 잡아 죽여야한다고 했지만, 나는 반색하는 심정만은 아니었다. 불쌍한 멧돼지! 보고 싶은 꿩!

 

고라니

동네 이웃들이 잡아 죽여야 한다고 다들 입에 침을 튀기며 미워하는 야생동물은 고라니다. 고라니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 동물이라고 하는데 시골에서는 미움의 대상이 됐다. 노루하고 혼동되기도 하는데 심심찮게 보인다. 이놈은 특히 콩잎을 좋아해서 콩 새싹을 보호하기 위해 콩잎 위에 망을 씌우거나 농약을 뿌린다. 나는 고라니를 보는 것이 신기했다. 긴 다리로 듬성듬성 논을 뛰어다니는 자태가 아름다워 만나기라도 하면 내심 기쁘고 좋아했다. 지난해 겨울 하루 어스름한 저녁 시간에 우리 집 마당에 찾아왔다. 예쁘고 작은 고라니였다. 고라니가 발정이 날 때 낸다는 “우웩 우웩”하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렸는데, 아직 다시 오지 않고 있다. 우리 마당에 찾아오게 하려고 콩을 심을까 생각해보았다. 노루가 우리 콩잎을 먹으면 동네 이웃이 노루를 미워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우리 마당에서 노루를 볼 수 있으니까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콩 모종을 못 구한데다 심을 땅도 마땅치가 않았다.

시골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독사다. 그런데 뱀은 자기를 해치려고 하지 않으면 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풀을 뜯을 때 보지 않고 손을 쑥 넣었다가 독사를 건드리게 되면 물린다고 하면서 신신당부 주의를 준다. 나는 독사를 아직 본 적은 없지만 꼬리가 짧고 회색빛을 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독사는 보면 죽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독사를 죽이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독사에 물려 고생했던 이야기는 끝이 없고 독사 한 마리쯤 죽인 무용담은 여자, 남자, 너, 나 할 것 없이 다 가지고 있다. 독사 이야기가 나오면 지난번에 했던 무용담을 재탕, 삼탕 하면서도 지치지 않는다.

처음 시골로 와서 마당에서 일을 하려면 남편은 비가 오거나 땅이 질척거리는 것도 아닌데 마당에서 일할 때 장화를 신으라고 했다. 그냥 그래야 되는 줄 알고 장화 신고 일했는데 어느 날부터 신는 것이 불편해서 장화 신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제 서야 남편은 뱀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뱀이 우리 마당에 나타났다고 이실직고했다. 뱀은 그 모습 때문에 징그러움의 대명사가 됐다. 내 머릿속의 뱀은 어릴 때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모습이었다. 밤에 아리따운 여자인 줄 알았더니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백 년 묵은 뱀이라거나, 커다란 뱀이 사람 몸을 칭칭 감았다는 어릴 때 읽은 이야기 속의 뱀은 징그럽다 못해 교활하기까지 한 놈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우리 마당에서 나와 뱀이 마주쳤다. 그 뱀은 내가 머릿속에서 그리던 백 년 묵은 뱀이 아니고 사람 몸을 감을 만큼 큰 뱀도 아니었다. 1m 남짓한 반짝반짝 빛나는 푸른색을 띤 뱀이었다. 귀엽기까지 한 뱀은 나를 보자 도망갔다. 그 이후로는 뱀을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비 오는 날 외에는 장화를 더 이상 신지 않는다.

그러나 남편은 우리 마당에 일 년에 꼭 한번은 뱀이 나타난다고 투덜거리면서, 뱀을 퇴치한 다음 무용담인 양 늘어놓는다. 뱀 퇴치 방법은 죽이는 것이었다. 그 귀여운 뱀이 생각나서 “뱀이 무슨 죄가 있느냐, 살아있는 생물을 죄 없이 죽여야 되겠느냐”는 나의 항변에 뱀을 개울가로 쫓아내는 것으로 해결책을 바꾸었다. 그래도 매일 가는 산책길이 여름에는 칡잎과 줄기로 무성해서 그 속에서 뱀이 나타날까 봐 무서워 큰길을 따라 이웃 동네 논두렁을 한 바퀴 돌고 온다. 가는 길 일부에서 자라난 무성한 칡잎과 줄기를 피할 수는 없다. 그 속에서 독사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걱정하면서 이웃집 강아지 뭉치에게 의지하면서 산책한다.

 

시골 살이에서 즐거운 것은 아침에 새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깬다는 것이다. ⓒ김경애 편집위원
시골 살이에서 즐거운 것은 아침에 새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깬다는 것이다. ⓒ김경애 편집위원

시골살이에서 즐거운 것은 아침에 새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깬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여러 새가 찾아온다. 까치는 우리 마당의 오래된 감나무 꼭대기에 집을 지어놓고 상주하고 있고, 물까치와 참새와 산비둘기가 단골손님이고 또 이름 모를 새들이 와서 각자의 노래를 불러준다. 뻐꾸기가 “뻐꾹뻐꾹” 노래하는 것도 여름이면 자주 들을 수 있다. 멀리서 뻐꾹뻐꾹하고 노래할 때마다 그 소리의 포근함 때문에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아 귀 기울이게 된다. 하루는 하늘에서 뻐꾹뻐꾹하는 노래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까만 작은 새 한 마리가 하늘 높이 저 너머로 날아갔다. 겨울철새들이 이른 봄이면 창원 근처에 있는 주남저수지에서 시베리아로 돌아가는 길에 논에 앉아 잠시 남아있는 쌀알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을 종종 보는 즐거움을 누린다.

 

길고양이

작년 우리 마당에 영산홍이 만개한 날 동네 이웃을 초대해서 돼지고기 삼겹살 파티를 열었는데, 먹다 남은 고기를 모아 길고양이들에게 주었다. 그 이튿날 저녁밥을 먹고 있는데 밥 먹고 있는 우리 앞에 길고양이 5마리가 모두 나를 쳐다보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 길로 고양이 사료를 사서 마을회관 뒤 처마 밑에 사료를 놓아두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이 점점 많아져 사료양도 늘려갔다. 이른 봄인데도 동네 이웃들은 모두 마을 앞에 있는 밭에 딸기 따는 일을 하러 가버리고 책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에는 고양이 사료를 우리 집 마당 안에 둔다. 길고양이들은 나를 보면 도망가기 바쁘지만 고양이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외로움이 덜어진다.

길고양이들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니, 다 같이 함께 먹지 않고, 자신이 먹다가도 다른 녀석에게 양보하고 비켜서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사이좋게 지내는 노란 고양이 두 마리가 제일 우선이었다. 자신이 먹기 전에 다른 고양이가 먹기라도 하면 위협하고 달려들면 힘이 약한 고양이는 발라당 누워서 우는 소리를 지른다. 나는 한편 사료 양을 늘리고 나누어 놓아주고, 또 길고양이들의 싸움을 말리기도 한다. 동네 이웃들은 고양이 수가 많다고 걱정이 컸다. 풀어놓고 키우는 닭이 알을 낳으면 고양이들이 먹어치운다고 하고 집안에서 먹을 것을 훔쳐가기도 한다고 한다. 예전에 어떤 한 동네 분이 자신이 사다 놓은 돼지고기를 고양이가 물고 가버리는 일이 있자 그분이 독약을 놓아 고양이들이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다. 이 마을에서 제일 원로인 송회장은 어떤 사람이 와서 고양이들을 생포해서 가져가겠다고 해서 허락했더니 덫을 여기저기 놓아 순식간에 고양이들을 여러 마리 잡아갔다는 것이다. 또 동네 이웃들은 고양이를 먹으면 무릎 관절에 좋다고 하나 같이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실댁(가명)은 무릎이 아파 두 마리나 먹었다고 했다.

이웃들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한데, 모른 척하고 계속 먹이를 주었더니, 고양이 수가 늘어나면 책임질 것이냐고 항의하면서 먹이를 주지 말라고 대놓고 말했다. 그래서 먹이 주는 것을 중단했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 길고양이 30~40마리를 돌보고 있는 친구 문은희가 놀러 왔다 돌아가서는 고양이 사료를 네 포대나 주문해서 보냈다. 나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먹이를 줬다 안 줬다 한다.

사람을 해치는 야생동물은 공포의 대상이고, 농작물을 해치거나 사람의 음식을 먹어치우는 야생 동물은 미움을 받는다. 야생동물과 주민 간의 갈등은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 작은 마을에도 있다. 법정스님의 말씀대로 살아 있는 것이 서로 갈등하지 않고 다 행복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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