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넘어 평화협정 합의,

‘완전한 비핵화’ 명문화 등

“기대보다 진전된 내용 ‘환영’”

평화협정 과정에 여성 참여 필요

‘유엔 안보리 1325호’ 이행하고

여성 전문가 양성 위해 교육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 외교·평화 전문가들은 27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한목소리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종전을 넘어 평화협정을 합의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하는 등 기대보다 진전된 내용이라는 평가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평화·통일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시됐다.

김귀옥 한성대 교양학부 교수(사회학)는 “회담 전에 북한이 핵 동결을 발표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비핵화를 명문화할 것이라는 예상했는데 실제로 공동선언문에 반영됐다”며 “공동선언문에 우리의 기대가 충분히 반영돼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핵’, ‘평화’는 일종의 ‘천국’으로 가는 열쇠”라며 “북한은 비핵화를 약속하고 미국 등 주변국으로부터 평화체제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향후 열릴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중요하다”면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향후 열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잇는 길잡이가 될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충분히 조율해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신낙균 여성평화외교포럼 이사장도 “극과 극이었던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오고가는 만남 도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며 “두 정상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선언하는 것을 목격한 것 자체가 감격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 이사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두 정상의 말 그대로 평화와 번영의 향한 첫 걸음을 힘차게 뛰었다는 표현이 맞다”면서 “지난 100년 동안 식민지, 전쟁, 분단으로 점철된 역사가 이어졌는데 이번 정상회담은 민족의 자긍심을 세우는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종전 선언은 남과 북의 합의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유엔, 중국이 얽혀 있어 북미정상회담 이후 성사 여부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의 종전 선언을 처음 공식화했다는 측면에서 종전으로 가기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었다고 평가했다.

김정수 평화여성회 부설 한국평화여성연구원 원장은 남북이 정전 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려면 남북 뿐만 아니라 남·북·미·중이 추인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말은 그동안 한반도에 사는 8000만 남북 주민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아니냐”며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확실한 의지와 약속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 이번에 굉장히 구체적으로 나왔다”고 분석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에 여성의 참여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원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325호는 분쟁해결 및 평화협상, 분쟁 후 평화구축 및 통치 등 전 과정에 성인지적 관점의 도입과 여성들의 전면적인 참여를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이에 따라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한 만큼 제대로 이행되는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이어질 평화 협상 과정에 더 많은 여성들이 공식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전문가 양성 교육이 늘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동선언문에 담긴 민간 교류 활성화 항목이 중단됐던 남북 여성 간 민간교류 활성화로도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강남식 젠더와인권연구소 소장은 “남북 정상이 서로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모습과 정상회담의 결과인 ‘판문점 선언’ 모두 감동 그 자체”라며 “분단 73년 만에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강 소장은 이어 “그러나 남북관계의 성공적인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가능하다”며 “이를 앞당기는 방법은 성평등한 관점으로 협력과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애 여성인권을지원하는사람들 이사장도 ‘판문점 선언’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해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의 삶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며 “실향민과 이산가족, 탈북여성 등 분단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한 각별한 위로와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도 “오늘 마침내  판문점에서 한반도 평화의 새 시대가 열렸다”며 환영했다. 이어 김 공동대표는 “70여년간 지속돼온 적대적 분단체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남과 북은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더 이상 군사대결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의 군사대치 상황은 사회전반의 공고한 군사주의 문화를 생산하는 징집제를 정당화하고, 공적 영역에서 남성의 우월적 지위를 가능하게 했다”며 “최근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의 성별위계적 권력구조에서 여성이 배제되고 차별받는 구조적인 문제와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협정 처제는 군사주의 문화의 위계성, 동질성, 맹목성, 폭력성 등이 여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거부한다”며 “이제 우리는 평화협정을 계기로 생태적 관점과 다양한 가치를 한반도에 가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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