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4학년
김지형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4학년
인천대학교는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는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한결같이 무시해왔다. 내가 2014년에 입학해서 4년이 흘러 졸업할 때가 됐지만, 여전히 청소노동자들의 외침은 대답 없는 메아리다. 한 건물을 한 두 사람이 청소하기가 너무 힘드니 인원을 늘려 달라는 것. 최저 시급에나 겨우 미치는 기본급을 인상하라는 것. 월급 삭감과 고용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는 요구 사항들이다.

우리 학교는 2009년 인천 송도 캠퍼스로 이전한 이후 청소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한 적이 없다. 용역업체를 이용한 간접고용으로 최소한의 비용만 지불하면서 청소노동자의 노동을, 여성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새벽부터 쉬는 시간도 없이 중노동에 시달려도 청소노동자들에 손에는 한 달에 152만5380원(지난해 12월 기준, 근로소득세, 건강보험, 국민연금 제외)이 남는다. 지난해 3분기 근로자가구 하위 10%인 141만3000원(2017년 통계청)에 가까운 금액으로, 생계를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성노동자들은 반찬값이나 벌러 일터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가장으로 생계를 짊어지고 중노동을 견디고 있다.

 

매주 인천대학교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인원 충원, 직고용 전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김지형
매주 인천대학교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인원 충원, 직고용 전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김지형

그런데 학교는 그녀들의 노동을 값싼 것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돈이 없다는 핑계는 그만 댔으면 좋겠다. 청소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다면, 여성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에 대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우리 학교 청소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곧 나의 문제다.

최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는 남성 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며, 여성 지원자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채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성들은 채용 과정에서부터 성차별을 겪고,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도 출산, 육아를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채로 비정규, 저임금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시간제 노동자 중 여성이 71%고, 전체 여성노동자의 21%는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가부장성은 여성노동에 대한 일반적인 저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노동은 남성에 의해 이뤄지며, 여성은 가사노동에 한정한다는 가부장적 상식은 여성노동에 대한 저평가를 뒷받침해준다(명숙, ‘여성의 이름으로 청소노동자 일어서다’, 르몽드디플로마티크, 2010.12.03). 여성노동자들은 많이 일하면서 적게 받고, 멋대로 임금이 깎이고, 차별과 편견이 난무하더라도 견뎌왔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며 버티는 삶을 거부한다. 여성의 노동이 없다면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 학교는 돌아가지 않는다. 한 번은 청소노동자들의 월급이 지급되지 않아 학교 본부를 찾아갔는데, 학교에서 당신네 회사 가서 받으라고 했단다. 용역회사는 전국을 돌면서 11개월마다 바뀌고, 학교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상황에서 상식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발언이다. 학교가 청소노동을 제대로 된 노동으로, 청소노동자들을 제대로 된 학교의 구성원으로 인지하고 있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곧 나의 투쟁이다. 우리는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노동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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