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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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개헌을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켜”

야 “여당, 개헌안 조차 공개 안해”

6월 개헌이 결국 무산됐다. 올해 초부터 6월 개헌 반대로 입장을 바꾼 자유한국당은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9월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지방선거가 끝나면 개헌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30년 만에 본격화된 개헌 움직임이 중단될 상황을 두고 청와대와 여야는 서로 비난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원래 기간 안에 결정되지 않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국민들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런 약속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것도, 또 2014년 7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위헌법률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것도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온갖 훼방으로 31년 만에 찾아온 국민개헌의 소중한 기회가 결국 물거품이 되는 것 같다”며 “제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로 야당과 마지막 담판에 임했고 바른미래당의 마지막 제안까지 어렵게 수용했음에도 자유한국당이 이마저도 걷어차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것을 다 떠나서 특검을 통한 사법 권력을 동원해 대선불복 폭로전을 위해 국민의 참정권과 개헌을 시종일관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킨 데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 탓만 한다고 맹비난했다.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투표법은 국회 개헌안이 합의되면 당연히 함께 처리될 부수법안임에도 대통령과 민주당은 마치 개헌안의 선결조건인 것처럼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다”며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개헌을 못하는 것이 비상식이라면 오로지 지방선거 일정에만 맞추기 위해 절차와 과정은 무시하고 졸속으로 개헌을 하는 것은 상식적인 것이냐”고 반문했다.

신 대변인은 이어 “어설프기 그지없는 한 달짜리 졸속 개헌안을 국회에 던져놓고 통과시키라며 생떼를 쓰는 청와대나 앞에서만 개헌을 외치고 뒤로는 개헌 무산 책임을 야당에게 씌워 지방선거에 활용할 궁리만 하고 있는 민주당이나 개헌에 대한 진정성은 애초부터 없었다”며 “청와대는 야당의 책임을 묻기 전에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게 만든 김기식 사태와 드루킹 게이트와 같은 여론조작 사건의 비상식을 먼저 따져 묻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도 “대통령 공약대로 되지 않았다고 야당을 국민개헌 훼방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급조한 개헌안으로 청와대가 개헌쇼를 할 때부터 빤히 예견되었던 시나리오”라며 “개헌은 물거품 되지 않았고 지방선거 후 국민적 관심이 선거와 ‘댓글조작 게이트’가 아닌 개헌 자체에 더 집중될 수 있을 때 국회를 중심으로 추진하면 될 일"이라고 일축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민주당이 개헌 무산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청와대는 국회가 주도해야 할 개헌안을 강요했고, 민주당은 개헌안조차 내지도 않았다”면서 “청와대의 ‘개헌 쇼’, 민주당의 침묵이 오늘의 사태를 가져 왔다”고 비판했다. 또 “형식과 절차를 무시한 대통령 개헌안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모시며 그 어떤 타협도 시도하지 않은 집권 여당의 비겁함이 개헌 무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합의될 수 있는 개헌안을 마련하고 개헌 논의를 책임 있게 주도하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개헌은 지난 대선 정치세력 전체가 국민 앞에 한 금언”이라면서 “그 약속은 엄연히 살아있으며 국회의 책임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6월 개헌이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개헌의 무산’이 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지방선거와 동시개헌은 최선의 방법일 뿐 목표 그 자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민주주의가 위협받지 않도록 하고, 촛불이 요구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가치를 헌법에 담는 개헌은 우리 정치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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