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용 여성(token women)’ 공천,

여성 대표성 확대 이끌어 낼 수 없어

‘성인지적 공천’ 위한 정당의 적극적 역할 필요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의 중심은 정당이며 여성의 정치참여에 있어 정당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당을 통하지 않고는 의회 진출이나 목표한 정치적 활동을 효율적으로 해 나갈 수 없으며 지방의원의 경우에도 정당의 공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노리스는 정당의 공천 유형이 첫째, 공천권이 누구에게 얼마나 주어지느냐에 따른 포괄성과 중앙집권 여부의 문제, 둘째, 공천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지는지에 따라 형태가 결정된다고 보았다. 현재 한국의 정당들은 당내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맥락에서 공천심사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여 상향식 공천을 하고 있으며 정당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노리스의 유형에서 보면 선정과정에서 포괄성과 개방성이 크며 공천과정의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지방분권적-관료제적’ 유형에 가깝다고 하겠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포함한 상향식 공천과 경선이 여성의 정치대표성 확대에 유리한 제도일까? 사실 상향식 공천은 여성의 정치참여가 저조하고 정당 내에 여성이 소수인 나라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다. 상향식 공천이라는 제도의 형식적 민주성이나 공정성이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이나 조직력이나 자금에 있어서 열악한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상향식 공천 방식은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가’(전용주, 2014)를 살펴본 연구 결과를 보면 비현직 여성후보가 공천되는 비율은 아주 낮게 나타난다. 여성들은 경제력과 인맥, 정치적 경험, 조직력이 약하기 때문에 정당 내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으며 공천과정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상향식 경선은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정당 차원에서 이러한 왜곡현상을 시정할 수 있는 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

정당들은 공직선거법상 여성정치할당제의 취지에 따라 당헌 및 당규에 여성할당의 비율을 규정하는 등 여성의 정당정치 참여확대를 위한 제반 규정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다. 이번 6.13 지방선거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정당은 선출직과 임명직 30% 이상 할당을 내걸고 있고 여성 50%의 홀수 배정을 하고 있다. 공천심사위원회의 여성 비율은 정의당과 노동당이 5명 중 2명이고 녹색당과 더불어민주당은 50% 이상, 민중당은 30% 이상이다. 공천경선에서의 여성 우선권과 가산점 규정은 정당마다 약간 다른데 노동당은 현재 출마예정자 40%가 여성이며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시 20% 가산점 부여, 경선시 25% 가산점을 부여하고 자유한국당은 경선 시 20% 가산점을 주고 민중당은 지역구 출마여성 우선 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생색내기용 여성(token women)’ 공천으로는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위해 아무런 실질적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 여성을 위한 정당별 당헌과 당규는 있지만 실제적인 효과가 있을지가 의문이다. 경남여성정치포럼과 경남여성단체연합이 지난 4월 9일 정당과의 간담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각 정당의 당헌, 당규가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이유다.

2014년의 선거 당선율은 남성 43.8% 여성 46.7%로 여성의 당선율이 오히려 높은 편이어서 많은 수의 여성들을 입후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치권 유리천장을 뚫기 위해서는 30% 여성할당제라는 당헌, 당규의 의무조항이 단체장을 포함해 엄격히 지켜져야 하며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여성후보를 의무적으로 전략공천해야 한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방침이 단순히 당헌, 당규의 형식적인 의미로서만 남지 않으려면 성인지적 공천을 위한 정당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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