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물 부족 국가

국제수자원협회(IWRA·International Water Resources Association)는 베트남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IWRA는 1인당 연간 물 사용량이 4000㎥ 이하일 경우 물 부족 국가라고 칭하는데 베트남의 1인당 물 사용량은 연간 3840㎥에 불과하다. 베트남 천연자원 및 환경부(MONRE·Ministry of Natural Resources and the Environment)에 따르면 베트남의 농촌 지역에서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30% 정도에 그치고 있고 이런 사정은 도시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개별 물탱크를 보유한 아파트의 경우는 사정이 좀 낫지만 오래되고 낡은 상수관으로 인해 가정집 수도에서 녹물이 섞여 나오거나 물이 갑자기 끊기는 사례는 대도시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베트남에서는 차를 끓여 마시거나 생수를 구입해 마시는 것이 일반화돼있다. 집집마다 정수기나 연수기를 구비해놓고 마실 물 뿐 아니라 설거지나 세탁을 위한 물 역시 정화 작업을 거쳐 사용하는 일도 잦은 편이다.

 

오염된 수돗물의 위험성에 관한 뉴스. 사진 유튜브 캡처 - 작성자 VTC1 - Tin tức
오염된 수돗물의 위험성에 관한 뉴스. 사진 유튜브 캡처 - 작성자 VTC1 - Tin tức

생수 판매량 꾸준히 증가

식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탓에 베트남의 생수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추세다. 베트남에서는 원래부터 물을 사먹는다는 인식이 강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수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해외의 프리미엄 생수 판매량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형 마트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피지를 비롯해 한국에서 취수한 생수까지 진출해 있는데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 가운데서도 해외 브랜드의 생수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생산 중인 대표적인 생수는 펩시에서 만드는 아쿠아피나(aquafina)와 코카콜라에서 생산하는 다사니(dasani),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의 라비(La vie) 그리고 베트남에서 수원하는 천연 광천수 바이탈 등을 꼽을 수 있다. 몇 해 전 베트남 생수 판매 1위를 달리는 아쿠아피나가 사실은 여러 정수 단계를 거쳐 확보한 수돗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 위생적인 정수 시설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그 뒤로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식수뿐 아니라 씻는 물과 세탁에 사용하는 물 역시 사람들의 관심거리다. 베트남의 정수기 시장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인데 높은 가격 때문에 아직까지는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저가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외 브랜드의 정수기의 수입이 늘어나고 있고 기술력이 좋기로 유명한 한국 브랜드의 정수기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건강 음료시장 성장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다보니 식당에서는 물 대신 찻잎을 넣고 끓인 짜다(Trà đá: 냉 차)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정수 시설을 거쳐서 생산된 음료가 물보다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고 판매하는 생수와 음료의 가격 차이가 높지 않아 베트남 사람들은 물보다 차나 커피와 같은 음료수를 즐겨 마신다. 이런 이유 외에도 날이 덥고 습한 기후와 중국의 영향이 더해져 베트남 사람들은 차와 음료를 많이 마시는 편인데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베트남 사람들의 인기 음료도 조금씩 변해가는 추세다.

현재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료는 단연코 밀크티를 꼽을 수 있다. 베트남의 밀크티 사랑은 열풍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폭발적인데 수많은 커피숍이 모여 있는 시내에서도 유독 밀크티 가게만 줄이 길게 늘어서있을 정도다. 실제로 베트남 시장조사 사이트 Q&Me(qand.me/Home)에 따르면 젊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는 밀크티가 31%로 1위를 차지했고 과일주스와 신또(sinh tố: ‘비타민’이란 의미이지만 ‘스무디’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가 그 뒤를 이었다. 탄산음료를 가장 좋아한다고 답한 젊은이는 17%에 불과해 가장 낮은 4위를 차지했다.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베트남의 사회 분위기가 젊은 세대에까지 통용되는 결과로 풀이되는데 한 때 타피오카의 위생 문제로 베트남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던 밀크티 시장이 다시 부흥하게 된 데에는 신선한 재료를 앞세운 기업 중심의 버블티 시장의 마케팅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밀크티 가운데에서도 음료 안에 타피오카 알갱이가 담긴 버블티가 특히 인기인데 종류도 다양해서 크림치즈, 민트, 고구마 등의 재료가 추가되기도 한다.

과일의 종류가 풍부하고 생산량이 많은 만큼 과일 주스나 신또와 같은 비타민 음료역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데 호찌민 길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노점도 바로 이와 같은 과일 음료를 파는 상점이다.

 

과일을 갈아서 만든 신또(sinh tố) ⓒ송수산
과일을 갈아서 만든 신또(sinh tố) ⓒ송수산

정수기, 식기세척기 등 인기

물 부족과 식수 오염은 모든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만 살림 전반을 책임지는 주부의 경우 특히 그렇다. 요리부터 설거지, 세탁, 청소에 이르기까지 집안일의 거의 대부분에 깨끗한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최근 들어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정수기와 연수기다. 몇 해 전만 해도 세제 광고에 손빨래하는 모습이 등장할 만큼 전자 기기 보급률이 높지 않았던 베트남이지만 최근 경제가 급격히 발전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족의 건강에 관련이 있는 전자 기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아직 고가를 형성하고 있는 정수기나 연수기 판매량도 해를 거듭하며 늘어가고 있고 주부의 손을 보호하기 위해 식기 세척기 사용을 권장하는 기사도 자주 눈에 띈다.

 

베트남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생수 ⓒ송수산
베트남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생수 ⓒ송수산

오염된 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최근 들어 환경 보호를 위한 시도가 눈에 띈다. 두 해 전 중부 지역에서 발생한 바다의 오염 사건은 과거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던 문화를 바꿔 놓았는데 당시 공장에서 무단 방류한 폐수로 인해 물고기가 폐사하고 바다가 오염되자 사람들은 호찌민 시내로 몰려나와 바다를 살리자는 시위를 벌였다. 이 사건은 건강과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고, 실제로 과거 환경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던 추세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환경 보호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분리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환경오염과 물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에 익숙해진 베트남 사람들이 지금과 같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베트남에서도 깨끗한 수돗물을 사용하게 되는 날이 곧 다가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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