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평등 개헌 논의를 위한 여성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평등 개헌 논의를 위한 여성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계, 5개 정당 대표 만나

한국,미래 ‘안 돼’

민주,평화 ‘노력할 것’

정의당만 “이미 포함”

국회가 헌법 개정에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명시하는 내용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여성행동(이하 개헌여성행동)’이 3~4월에 걸쳐 5개 국회 내 정당을 방문해 면담을 진행한 결과 확인한 입장이다.

개헌여성행동은 3월22일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4월9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를, 16일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 19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 20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이들은 4차례에 걸쳐 제출한 임명직·선출직에서의 여성의 대표성 확대에 관한 입법청원서와 기자회견문을 전달했다.

정당 가운데 여성의 대표성 확대(또는 남녀동수,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 실질적 성평등에 동의한 곳은 정의당이 유일했다. 정의당은 이미 지난 1월에 작성한 자체 개헌안 초안의 15조에 명시했다. ‘제15조 ① 국가는 고용, 노동, 복지, 재정 등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인 성평등을 보장한다. ② 국가는 선출직・임명직 공직 진출에 있어 남녀의 동등한 참여를 촉진하고, 직업적·사회적 지위에 동등하게 접근할 기회를 보장한다. ③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④ 국가는 자녀의 출산·양육을 지원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지난해 활동했던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작성한 안이기도 하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면담에서 “헌법이 만들어진지 30년이 지났고, 그 사이에 여성들 삶의 양상도 상당히 많이 변했다. 여성들의 삶에 대한 기대치도 그만큼 변화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여성에 대한 차별적 관습이 묵인될 수 있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헌법에 제대로 담는 것이 지금 굉장히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4개 정당은 개헌안에 모두 남녀의 동등한 참여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적 의사가 있다고 하면 정당이 수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성의 대표성 확대에 관해서는 선거에서의 당선가능성의 측면, 당의 하부조직부터 여성인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남성 중심적 정치·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은 당선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법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성계의 지적과 달리, 추 대표는 당선되지 않는 결과에 주목한 것이다.

민주당의 명확한 입장은 추 대표와의 면담 전날 시민단체가 주최한 개헌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발표하기도 했다.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김 의원은 여성계의 여러 가지 요구들에 대해 “수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히면서도 “남녀동수 대표성 보장에 관해서는 내부에서 여러 가지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이것을 방향성을 두는 것은 좋지만 이걸 공직에서의 남녀동수대표성을 보장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했을 경우에...(중략)... 현실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명시하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성평등이 아닌, 양성평등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증진이 필요하다면서도 헌법에 넣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헌법에 남녀 동수를 넣으면 하위법을 변경해야 해서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여성계는 하위법 변경을 위한 방안으로 먼저 헌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해온 상황이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여성계의 요구에 동의하며 지지한다면서 헌정특위 의원에게 여성계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적극 움직이겠다는 확실한 약속은 하지 않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양성평등 사회로 가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나 국민의 합의에 따라 헌법안이 만들어져야 하며, 개헌은 여성뿐만 아니라 보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농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당시 참석했던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가 전했다. 정 의장의 발언에 대해 이 대표는 “가난한 사람들에서 과다대표되고 있는 여성과 여성 농민을 구분하는 것은 어폐”라고 지적했다.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 주장은 바로 지금까지 제대로 대표되지 못했던 인구집단의 대표성을 확장하기 위한 강력한 조처라는 것이다.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여성행동’에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한국여성정치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헌법개정여성연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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