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조선 여성 사기장 백파선의 기념상이 일본 아리타에 세워진다. ⓒ조선도공기념사업회
오는 29일 조선 여성 사기장 백파선의 기념상이 일본 아리타에 세워진다. ⓒ조선도공기념사업회

29일 일본 아리타서 제막행사

조선 시대 도자기 장인 백파선(百婆仙·1560∼1656)의 기념상이 일본에 세워진다. 

사단법인 한국도예협회와 조선도공기념사업회 산하 백파선기념사업회는 오는 29일 일본 규슈 사가현 서부 산간마을 아리타의 ‘백파선 갤러리’에서 백파선 기념상 제막행사를 연다. 일본에 세워지는 최초의 한국 여인상이다.

백파선은 조선 최초 여성 사기장(여러 흙을 혼합해 1300℃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 사기그릇을 만드는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졌다. 임진왜란 당시 남편 김태도(金泰道) 등 수많은 사기장들과 함께 일본에 끌려갔다. 사가현 타케오시에서 도자기를 제작했고, 남편 사후엔 더 나은 흙을 찾아 조선 사기장 일족 900여 명을 데리고 아리타로 옮겨 도자기를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리타 도자기’를 만들어냈고, 일본 명품 도자기 ‘아리타야키’의 어머니로 추앙받고 있다.

백파선이 실제 이름인지는 알기 어렵다. 그는 경남 김해 출신으로, 생전 온화한 얼굴에 귀에서 어깨까지 내려오는 귀걸이를 했고, 큰 소리로 웃는 자애로운 인물이었으며, 늘 고국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의 손자가 그 자취와 덕을 기려 ‘백파선’이라 칭한 게 이름이 됐다. 국내에선 2013년 백파선의 업적과 생애를 그린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가 방영되면서 재조명된 인물이다. 

아리타에 세워질 백파선 기념상은 기단과 좌대를 포함해 높이 1.8m 규모다.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앉아서 다완(찻사발)을 손에 들고 살펴보는 모습이다. 경기 여주의 안석영 작가 작품으로, 손으로 좌상을 만들고 조선 시대 방식대로 장작가마에서 구워냈다.

윤태운(71) 조선도공기념사업회장은 “약 1년간 협의 끝에 한·일 공동으로 백파선 조명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불운한 역사 속에서도 일본 도자기의 어머니로 거듭난 조선의 위대한 여성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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