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개헌 100만인 서명운동 

미투운동 1만인 지지선언 등 

마로니에 공원서 성균관대까지 행진

 

21일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이 미투, 위드유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1일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이 미투, 위드유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차별 성폭력 이제는 끝장내자.”

21일 서울, 광주, 전주, 대구, 김해, 포항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인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사전 부스를 열고 ‘성평등개헌 100만인 서명운동’과 ‘미투운동 일만인 지지선언’ 등을 받았다. 이와 함께 ‘미투 지지의 말 손글씨 인증샷 부스’ 미투, 위드유 굿즈 판매도 진행됐다. 

이들은 종이에 직접 글씨를 적으며 미투 피해자들을 응원하고 연대했다. 이날 수많은 여성이 써내려간 포스트잇, 종이에는 “같은 성폭력 피해자로서 당신의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감히 생각해본다. 정말 고맙다” “미투, 당신의 용기에 다른 용기가 가능해진다”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나입니다. 우리 모두 거기 있었고, 또 여기 같이 있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21일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열렸다. 행진 참가자들이 마로니에 공원을 시작으로 혜화 교차로를 거쳐 성균관대로 향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1일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열렸다. 행진 참가자들이 마로니에 공원을 시작으로 혜화 교차로를 거쳐 성균관대로 향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나도 말한다’ 순서에는 연극인 임인자씨, 이예인 서울대 ‘서울대사회학과 H교수 사건해결을 위한 학생모임’ 학생, 윤완서 청원여고 학부모회 부회장 등이 발언에 나섰다. 이들은 성차별, 성폭력이 가능한 현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연극인 임인자씨는 “지난 2월 시작된 연극계 미투 운동으로 연극인들은 함께 아파하고 연대해왔다”며 “한국극작가협회, 서울연극협회에서는 즉각 성폭력 가해자들을 제명 조치했고, 관객 여러분들께서는 자발적으로 ‘성폭력으로 만들어진 공연을 거부하겠다’는 메시지로 궐기대회를 진행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극계 미투 운동은 이처럼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문화가 연극계에 여전히 만연해 있다는 자기반성”이라며 “하지만 가해자들이 다시 숨을 죽이고 돌아오고 있다. 언론에서는 ‘공연계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프레임으로 피해자들의 눈물을 외면한다. 연극인들은 끝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스쿨미투’가 있었던 청원여고 학부모회 윤완서 부회장은 “청원여고의 한 교사는 제자를 상습 성희롱하고 성추행해 지난달 직위 해제됐다”며 “성장의 터전이 돼야 할 학교에서 학생들의 기본적인 인권침해가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 문제를 야기한 교사들의 사후 처리가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한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교사들에 대한 올바른 성교육이 심도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사회학과 H교수 사건해결을 위한 학생모임’의 이예인 서울대 학생은 “피해자들이 캠퍼스를 떠나는 동안 가해 교수는 여전히 서울대에 남아 있다”며 “서울대 대학 본부 앞에서 한 달 째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지만, 본부는 8개월이나 징계절차를 미뤘다. 여기 계신 분들이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성평등한 대학문화 우리가 만든다/ 학생들의 미투외침 학교는 공명하라/ 대학은 성폭력 가해교수 징계하라/ 학교내 성평등과 인권존중 실현하라/ 학교에서부터 배우는 성차별, 성평등 교육 의무화하라” 발언 뒤 이들은 이들은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성평등 문화장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마로니에 공원을 시작으로 혜화 교차로를 거쳐 성균관대 정문에 도착했다.

 

21일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열렸다. 행진 참가자들이 마로니에 공원을 시작으로 혜화 교차로를 거쳐 성균관대로 향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1일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열렸다. 행진 참가자들이 마로니에 공원을 시작으로 혜화 교차로를 거쳐 성균관대로 향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이 캠퍼스에서 직접 겪은 성추행, 성희롱 경험을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슬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위원장은 “2011년도 대학원 석사과정 입학 당시 연구보조원으로 일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책임자인 시간강사에게 성추행, 성희롱을 당했다”며 “학교 성폭력상담소에서는 형사고발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원만히 일이 해결되기를 원했다. 내게 합의금을 요구하기도 했던 그 가해자는 현재는 지방대 모 교수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 위원장은 ”미투 운동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온 가해자들에 대한 고발이다. 나아가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이런 일들을 바로잡겠다는 결단이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여성주의학회 ‘빨간약’의 송수민 학생은 “남자인 과 후배에게 몇 번의 친절을 베풀었다는 이유로 그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공개적으로 내게 불쾌한 심정을 표했다”며 “그 글로 인해 나는 과에서 그를 제대로 밀어내지 못한 사람이 됐고, 그들은 오히려 가해자를 연민하며 옹호했다. 여전히 그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인호 중앙대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비생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학생을 성희롱, 성추행한 중앙대 C강사는 피해자 이외의 여러 추가 피해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관련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며 “현재 중앙대 인권센터에서 진행 중인 성폭력 조사에도 매우 비협조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가해자 실명을 거론하고, 그에게 피해자가 아닌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달라고 하겠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이들은 성균관대 정문에서 행진을 시작해 다시 마로니에 공원으로 돌아왔다. 길을 걷던 시민 중 몇몇은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행진에 동참하기도 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페미니스트 래퍼 최삼, 싱어송라이터 신승은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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