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대 국회의원, 한국여성개발원 이사장,

BPW 창립회장, 한국여성정치연맹 총재 지내

 

‘1세대 여성운동가’ 김현자 전 국회의원 별세 ⓒ여성신문
‘1세대 여성운동가’ 김현자 전 국회의원 별세 ⓒ여성신문

‘1세대 여성운동가’ 김현자(사진) 전 국회의원이 18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YWCA 활동을 하며 축첩제 반대운동과 기생관광문제를 이슈화하는데 동참했고 고 이태영 선생을 도와 1차 가족법 개정운동을 벌이는 등 여성운동에 앞장섰다. 이후 1981년 당시 민주정의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 1985년 같은 당에서 전국구 공천을 받으며 11·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의원 활동을 하며 낮은 여성 정치 대표성에 문제의식을 느낀 그는 1991년 정치 경험이 있는 여성들과 ‘한국여성정치연맹’을 결성한다. 고인은 1995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이슈 해결을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치계는 정당 중심으로만 일을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아직까지 초당적으로 여성정치인들이 힘을 모으기가 힘들다는 걸 일하면서 느꼈죠. 다른 나라에서는 여성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여야가 절대적으로 협력해요. 우리도 이젠 정당이기주의에서 탈피를 해야 한다고 봐요.”

이후 고인은 한국전문직여성클럽(BPW) 창립회장과 한국여성개발원 이사장, 한국여성정치연맹 총재,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대학 재학 시절 한국YWCA를 만난 뒤 50년 넘게 활동하며 세계 YWCA실행위원, 한국YWCA연합회 명예연합위원을 지냈다.

글 솜씨가 뛰어났던 고인은 여러 편의 수필집을 남긴 작가였다. 『풍요한 삶』, 『아름다운 만남』,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를 펴냈다. 지난 2011년 수필집 『내 젊은 날의 일기』을 펴낸 그는 당시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망구(望九, 90을 바라본다는 뜻)도 한참 지난 나이에 수필집을 낸다는 것은 사실 용기가 필요했다”며 “내가 떠나도 글은 남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나도 나무들처럼 좋은 향내를 발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다가오고 싶게 하는 향기, 곁에 있으면 기쁘고 마음이 편안해지게 하는 그런 피톤치드를 가졌으면 좋겠다.”(『내 젊은 날의 일기』 중에서)

평생 여성운동에 앞장선 고인은 “좋은 향내를 발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글 그대로 많은 여성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0일 오전 7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