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제40차 윈문화포럼이 열렸다. 박찬일 셰프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일 오전 서울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제40차 윈문화포럼이 열렸다. 박찬일 셰프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찬일 셰프, 음식칼럼니스트 강연

“끊임없이 고민, 관찰해야”

“진정한 미식은 음식에 대한 관찰과 고민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 음식이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드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오는지 생각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들면 음식을 아껴먹게 돼요. 과잉에서 벗어날 방법 중 하나기도 하죠.”

박찬일 셰프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제40차 윈(WIN) 문화포럼’ 연사로 초청돼 이같이 말했다.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윈문화포럼은 여성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으로, 격월로 명사들을 초청해 다양한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박 셰프는 이날 ‘우리는 지금 무엇을 먹고 있나?’를 주제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했다. 박 셰프는 “진정한 미식가는 음식을 많이 먹거나 비싼 음식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며 “음식의 원재료가 어디에서부터 왔고, 어떤 수고로 인해 만들어졌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일 셰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찬일 셰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 셰프는 30여 가지의 반찬이 차려져 있는 한 식당의 사진을 화면에 띄우며 “오늘날 우리는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반찬을 다 먹으려면 공깃밥 5개가 필요할 정도”라며 “남은 음식은 대부분 버려진다. 음식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이제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소비의 주체로서 비판 의식과 함께 덜 먹겠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진지한 고민 없는 대중매체의 음식의 희화화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TV 프로그램에선 폭식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우린 이런 장면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패스트푸드를 시키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습니다. 왜 이 음식을 다루는지, 현재 음식문화에 대한 고민 없이 재미만을 위한 콘텐츠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박 셰프는 점점 획일화되고 있는 음식의 맛 또한 문제라고 봤다. 그는 “이미 우리의 입맛은 산업화된 음식에 익숙해져 있다”며 “누군가 TV에 나와 레시피를 공개하면 대부분의 음식점이 이를 차용한다. 꼭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산업화된 음식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제40차 윈문화포럼이 열렸다. 박찬일 셰프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일 오전 서울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제40차 윈문화포럼이 열렸다. 박찬일 셰프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요리 재료와 관련된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전까지 셰프들 사이에선 식재료를 어디서 공수해왔는지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이에 대해 박 셰프는 “양식을 만들 때 꼭 서양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했다”며 “11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나는 식재료로 이탈리안 음식을 만들어왔다. 그랬더니 현지 재료로 서양식을 하는 게 어느샌가 유행이 됐다”고 말했다.

“제 식당에선 봉골레 파스타를 봄, 가을에만 팝니다. 진달래 철쭉이 필 때 바지락이 가장 맛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개를 사다가 얼려둬야 해요. 맛이 없으니 조리 과정에서 조미료를 사용해야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음식의 계절성도 참 중요합니다. 오늘 저녁엔 바지락을 사서 드셔보세요. 국물 감칠맛이 평소의 두 배일 겁니다.”

이태리 요리학교(ICIF)를 졸업한 박 셰프는 현재 광화문몽로와 광화문국밥을 운영하고 있다. 로칸다몽로 셰프, 국제슬로푸드협회 이사, 잡지사 편집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 8년간의 기자 경력 때문인지 ‘글 쓰는 셰프’로도 유명하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백년식당』 등의 책을 썼으며 음식칼럼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