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3월 TV예능·오락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 발표

성별 고정관념·외모지상주의 조장 

 

지난 3월 3일 MBN에서 방영된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방송인 이혁재는 “브런치 모임이 있는 한 정부가 어떤 부동산, 교육 정책을 내놔도 성공할 수 없다. 여자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한다”고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지난 3월 3일 MBN에서 방영된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방송인 이혁재는 “브런치 모임이 있는 한 정부가 어떤 부동산, 교육 정책을 내놔도 성공할 수 없다. 여자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한다”고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국내 TV 예능·오락프로그램이 여전히 성별 고정관념이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러한 성차별적 내용이 성평등적 내용의 8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3월 TV 예능·오락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양평원은 지상파 3사·종합편성채널 4사·케이블 2사의 예능·오락프로그램 중 시청률 상위프로그램 33편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지난 3월 1~7일까지 방송된 예능·오락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성차별적 내용은 56건으로, 성평등적인 내용 7건의 8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 모니터링에서 집계된 성차별적 내용 19건과 비교해도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종합편성채널의 A 프로그램에서 한 남성 방송인은 “적어도 브런치 모임이 있는 한 정부가 어떠한 부동산·교육 정책을 내놔도 성공할 수 없다. 정책이 발표되면 여자들이 바로 다음날 브런치 모임을 갖고 작전을 설계해 단합행동을 한다. 여자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평원은 “이는 여성들이 정부 정책 실행을 방해하고, 옳지 않은 모의나 단합을 일삼는 존재라는 왜곡된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의 B 프로그램에서는 한 남성 개그맨이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앉아주시고, 난 좀 아닌 것 같다 하는 분들은 뒤로 자리를 바꾸는 시간을 갖겠다”며 여성 방청객의 외모를 폄하하고 놀림거리로 소비하는 발언을 했다.

지상파의 C 프로그램에서 남성 출연자들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를 만지는 것은 성폭력임에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개그 소재로 이용했다. 4명의 남성 개그맨은 여성 방청객을 무대로 오르게 해 하녀 역할을 맡긴 뒤, 차례대로 여성에게 “넌 내 여자야” “널 가질 수 없으니까”라고 말하며 포옹하거나 몸을 마구 잡아 흔들었다. 양평원은 “이는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 혹은 인격이 없는 대상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양평원이 프로그램 출연자 성비와 진행자 성별을 분석한 결과 남성이 예능·오락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전체 출연자는 남성이 64.6%(256명), 여성이 35.4%(140명)로 남성이 여성의 2배에 달했으며, 특히 주진행자 성비는 남성 83.8%(57명), 여성 16.2%(11명)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양평원 관계자는 “최근 성차별,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자정노력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TV 프로그램의 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성차별·성폭력 내용이 프로그램 소재로 이용되지 않도록 방송사와 제작진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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