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그것도 방송인이 자신의 몸에 대해 말하기란 쉽지 않다. 일본 출신 후지타 사유리는 그 드문 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그것도 방송인이 자신의 몸에 대해 말하기란 쉽지 않다. 일본 출신 후지타 사유리는 그 드문 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일본 출신 방송인·작가 후지타 사유리 

2014년부터 서울시 홍보대사 활동

5월5일 2018여성마라톤대회 찾아 시민 독려 예정

“여자 몸·건강, 여자가 제일 잘 알아야…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타인도 사랑 못해”

“여자 몸은 여자가 제일 잘 알고, 제일 잘 알아야 한다. 여자 몸이 이렇게 아름다운데도 쉬쉬하고 스스로 표현할 수 없는 시대는 끝났다.”

2018년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말하기란 쉽지 않다. 대중의 이목을 한 몸에 받는 방송인이라면 더 그렇다. 최근 금기를 깨고 여성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여성 방송인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가 그 예다. 사유리는 방송에서 자신의 첫 ‘야동’ 감상 후기, 난자 냉동 보관 후기 등을 거침없이 말하는 드문 여성이다. 지난해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20부작 예능 프로그램 ‘바디 액츄얼리’에 출연해 다른 여성 패널들과 함께 클리토리스, 털, 탐폰 등 여성의 몸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했다.

“누군가가 너무 ‘센’ 얘기 아니냐고 하던데, 의미 없이 ‘세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건 저도 싫다. 여자가 여자 몸을 제일 잘 알아야 하는데, 우리 여자들은 내 몸에 대해 사실 잘 모르지 않나. 한국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밝힌다’ ‘너무 노는 여자’라며 부정적으로 본다. 그런 시각은 위험하다. (여성들이) 이제부터라도 하나하나 배우고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

일본 도쿄 출신인 사유리는 2007년 KBS 예능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 시즌 1’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글쓰기를 좋아해 『눈물을 닦고』, 『도키나와 코코로』, 『사유리의 일본어 리얼토크』 등 여러 권의 저서도 펴냈다. “서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글로벌 시민이자 소신 있는 방송인”으로 인정받아 2014년 11월 서울시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마을변호사 제도, 서울둘레길 홍보 등을 맡았다.

누군가는 그를 언급할 때마다 ‘4차원’ ‘돌직구’라는 수식어를 곁들인다. 솔직하고 담대한 언행으로 ‘예능의 꽃’이 아닌 ‘주체적 여성’ 캐릭터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들에게 무작위로 “클리토리스를 그려달라”고 부탁한 후 함께 여성 성기 구조에 대해 알아보고, “올바른 탐폰 사용법을 몰랐던 학창 시절 수영 후 물 먹은 탐폰을 짜서 쓰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혼은 하지 않더라도 아이는 갖고 싶다”고 말하는 사유리를 보면서, 여성에 대한 자신의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됐다는 시청자들도 있다.

사유리는 ‘여성들이 내 몸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려는 시도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여성들이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는데, 자주 가서 검사받아야 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저도 촬영 때문에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으면서 비로소 제 몸에 관한 여러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도, 학교도 가르쳐주지 않은 지식을 얻었다. 또 여성들 사이에선 약물을 이용한 다이어트가 유행인데, 약물 성분이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아서 위험한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쉽게 처방받아 쓰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알아야 내 몸을 보호할 수 있다.”

그는 “어리고 날씬한 여성이 미인”이라는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한국과 일본의 여성들은 너무나 날씬하다. 어리고 날씬해야 아름답다는 고정관념과 이를 부추기는 미디어 때문에, 더 많은 여성들이 좁은 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춰 살아가려고 한다.”

인사치레처럼 ‘외모 평가’ 발언을 나누는 세태도 비판했다. “한국에선 남의 외모를 평가하는 말을 쉽게 한다. 친한 사이든 아니든, 타인에게 ‘오늘 피부 안 좋네’ ‘너 어디 좀 고쳐’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성형) 수술을 반복하게 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남의 미의 기준에 나를 맞출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그는 “지금의 한국 사회는 10년 전과 많이 다르다. 미의 기준이 다양해졌다. 모델 한현민 씨 등 혼혈 방송인도 대중에게 인기를 끌면서 자주 미디어에 등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평소 공원 산책,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는 사유리는 내달 5일 열릴 ‘제18회 여성마라톤대회’ 현장을 찾아 참가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평소 공원 산책,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는 사유리는 내달 5일 열릴 ‘제18회 여성마라톤대회’ 현장을 찾아 참가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유리는 오는 5월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릴 ‘제18회 여성마라톤대회’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여성신문과 서울특별시가 공동주최하고 서울시체육회, 여성가족부, 대한체육회가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내 딸의 더 나은 삶을 응원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특별히 어린이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된 가족스포츠 축제로 펼쳐진다. 사유리는 4.5km 걷기 코스에 직접 참여해 다른 시민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평소 운동을 즐긴다는 그는 “걷기, 달리기는 정말 몸에 좋다. 지금처럼 산책하기 좋은 따뜻한 봄날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것 같다”며 더 많은 시민들의 참가를 독려했다.

여성마라톤대회는 △가족,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며 하늘공원을 따라 걸을 수 있는 4.5km 걷기코스 △마라톤 초보자들이 부담 없이 뛸 수 있는 5km 코스 △한강의 강바람을 가로지르며 달릴 수 있는 10km 코스로 구성됐다. 대회 당일에는 마라톤 경기 외에도 어린이날을 맞아 풍성한 공연과 이벤트가 진행된다. 유엔여성의 글로벌 성평등 운동인 히포시 캠페인, 아동 양육에 대한 권리를 말하는 ‘싱글맘의 날’ 기념 캠페인도 열린다. 문의 02-2036-9214(9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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