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빙켈만, 리제 마이트너,

로절린드 프랭클린까지

감춰진 여성 과학자들

 

 

몇 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잘 알려진 발명가의 이름을 물었다. 에디슨,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막힘없이 답을 하더니, ‘여성’ 발명가도 말해보라고 하자 머뭇거리며 답을 못한다. 이어지는 장면, 생소한 여성 발명가의 이름이 나열된다. 원형 톱을 만든 타비타 바비트, 자동차 와이퍼를 만든 메리 엔더슨, 수중 망원경을 만든 사라 마더, 백혈병, 말라리아 약을 만든 벨 엘리온, 컴퓨터 알고리즘을 창안한 에이다 러브레이스, 인공위성 추진기를 만든 이본느 브릴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여성 발명가나 과학자는 누가 있을까? 학교 교육이나 대중매체에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리 퀴리 외에 선뜻 누군가를 떠올리기 힘들 것 같다. 왜 이렇게 과학기술에는 여성이 보이지 않을까?

근대 과학 태동기에 남성들은 만인은 평등하다 말하면서도, 여성을 연구 파트너로 삼고 싶어하진 않았다. 이마누엘 칸트는 과학은 수염 있는 남자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했고, 찰스 다윈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열등해서 그들이 이룬 성취는 보잘것없다고 했다. 이 시기 여성은 뇌가 작다는 이유로 과학을 하거나 기술교육을 받을 수 없는 존재였다.

이렇게 과학은 여성이 과학하기에 불완전하고 적합하지 않다는 신화를 만들어 여성을 배제해왔다. 그래서 여성은 역사에 남을 성과를 내고도 남성 과학자의 아내나 이름 없는 조력자로 역사 속에 감춰졌다. 1702년 혜성을 발견해 18세기 천문학사에 큰 공헌을 한 마리아 빙켈만은 남편의 이름으로 논문을 내야 했다. 리제 마이트너는 핵분열의 원리를 밝히는 중대한 업적을 남기고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DNA의 X선 회절사진을 찍어 DNA 이중나선 구조 규명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지만 그 공로는 남성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마리 퀴리는 1910년에 파리왕립과학아카데미 입회 추천을 받고도 1979년에야 비로소 정회원이 되었다. 여성 회원은 받지 않는다는 차별적 전통이 인류 최초로 두 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를 70년이 지나서야 받아들인 것이다.

대부분 리더를 ‘남성’의 모습으로 그린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확증편향의 악순환’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회의를 주재하고, 참가자들에게 리더십을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두 사람이 똑같은 대본을 읽었는데도 남성은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고, 여성은 ‘팀의 실적에 비판만 늘어놓고 아이디어를 나눌 줄 모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똑같이 행동해도 남성에게만 리더의 특징을 찾고 여성이 리더처럼 행동하면 무의식적으로 반발하는 확증편향이 남성이 리더라는 고정관념을 계속 강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서는 많은 여성 리더를 배출해내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기준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 책임자 중 여성비율은 8.8%,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8.6%에 불과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는 과학기술은 여성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최근에 정부에서 발표한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18~2022년)’은 학기술의 공공성과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돼 경제성장의 도구로 활용돼온 과학기술에게 이제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생활 밀착형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삶에 밀접한 아이디어와 경험을 갖고 있는 여성이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는 훌륭한 여성 과학자가 많다. 이들을 더 많이 사회에 드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능력과 역량이 있지만 경력단절로 연구를 이어가지 못하는 여성도 많다. 이들에 대한 지원 또한 더 확대돼야 한다. 여성 과학자도 변해야 한다. 실험실 내에서 자기 연구에 몰두하면서도, 실험실 밖 다른 학문 분야와 사람,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누구나 우리나라 여성 과학자의 이름을 선뜻 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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