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타운"이 멀지 않다
여성 전용 "타운"이 멀지 않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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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라브리스’,‘레스보스’,‘쇼너’‘라펠’.

작년부터 생기기 시작한 여성전용 혹은 페미니스트 카페의 이름이

다.

근래들어 주차장, 금융상품, 오피스텔, 상가 등에 ‘여성전용’이라

는 딱지가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여성이 유력한 소비주체로 떠

오른 현실을 재빨리 감지한 약삭빠른 상혼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론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자기만의 방’을 가꿔나가는 노력으

로 볼 수 있어 주목을 끈다.

흔히 ‘여성전용’이라 하면 ‘레즈비언’을 연상하기 쉽지만 반드

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들 카페는 운영방식에서부터 수익에 대한

생각, 방식 등이 일반 카페와는 다르다. 한마디로 여성주의공동체 실

험실이다.

이대 근처에 위치한 ‘고마(364-5950)’는 단군신화의 곰의 고어를

딴 페미니스트 카페. 이숙경, 전인선, 정경혜 세사람이 공동 주인이

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동창들로 이숙경씨와 정경혜씨는 2년 넘게

성폭력상담소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자기 토대를 가

지면서 다른 크고 작은 여성단체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

고 싶은 생각에서 카페를 열게 됐다고 전한다.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같이하는 것에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셋의 관계 혹은 아르바이트 하는 후배, 오는 손님들

과의 관계를 우선으로 친다. 이런 생각이 집약된 결과는 카페라는

공간 안에서의 다양한 행사로 드러난다. 지난 연말 여성운동가들과

단체들을 한자리에 초대하여 대접한 송년모임을 갖고 여성운동가들

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런 까닭에 많은 이들

이 고마를 여성운동의 아지트로 여긴다. 한편 고마는 고정희 시인

시낭송회, 벨기에 입양아 조미희씨 개인전 등 다양한 여성주의 문화

행사들의 산실이기도 하다. 내달 중순에 있을 페미니스트 가수 김지

현씨 콘서트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편 지난 연말 ‘마녀’의 퍼포먼스 ‘seX-Mas’공연장소였던

‘라브리스’(02-326-5950)도 빼놓을 수 없는 여성전용공간. 아마조

네스들이 썼던 양날도끼를 의미하는 라브리스는 남자는 출입할 수

없다. 작년 10월 중순 신촌에 문을 연 이곳은 40평 남짓한 공간이

수시로 무대로 변한다.

“때로는 남자들 빼고 여자들끼리 있고 싶은 때가 있잖아요. 술먹고

담배 피는 곳만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들이 대화와 공연 같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래

요.”

라브리스를 경영하는 한정희씨의 이야기다. 레즈비언들이 마땅히

쉴만한 데가 없고, 그들도 일반인(?)들과 같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1년여의 고민 끝에 문을 열게 됐다. 욕심은 많았

지만 구체적 계획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마녀’팀을 만나 세차례

에 걸쳐 공연도 했고, 내달 중순에는 마고, 리아, 황보경 등이 출연

하는 락 콘서트 ‘마녀와 친구들’도 열 계획이다.

“처음엔 레즈비언들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지만 그들의 문제도 결국

은 여성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어차피

모든 여성은 이방인이니까요. 비록 카페 하나 차린 것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불씨가 되어 여성문화가 비주류가 아닌 독립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아 나갔으면 좋겠어요”

그가 조심스레 털어놓는 꿈은 여성의 모든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갈 수 있는 여성전용 ‘타운’을 만드는 것. 이미 신촌에 마

련된 ‘레스보스’(02-711-7878), ‘쇼너’(02-393-3069)등을 보며

가능성도 점쳐본다.

문화평론가 백지숙씨는 여성전용공간의 확산 움직임에 대해 “여성

이 문화의 주체임을 자각한 데서 촉발된 ‘커밍 아웃’ 선언”이라

며, 여성전용공간의 확산은 문화적 추세라고 설명한다. 남성들 틈에

끼어 부스러기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식탁의 주인으로 원하는 것

을 마음껏 향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주의, 상업성의 소용돌이에 말려 본래의 취지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덧붙였다.

'최이 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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