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언론에 보도된 

여성살해 분석…살인미수 피해 입은 여성도 최소 103명

 

2017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5명, 살인미수 피해를 입은 여성은 최소 10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상임대표 고미경, 이하 여전)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여성 살해 사건을 분석한 뒤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1일 밝혔다.

여전이 실시한 ‘2017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에 따르면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사망한 경우도 최소 55명에 달한다.

여전 측은 “통계 분석에 따르면 최소 1.9일 간격으로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에 놓인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라며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1.5일에 1명이 혼인이나 데이트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 살해될 위험에 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언론에 보도된 것에 한한 것이기 때문에 그 외의 사건까지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살인·살인미수로 인한 피해자 연령을 살펴보면 40대가 46명(24%)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50대(38명, 20%), 20대(33명, 18%), 30대(32명, 17%), 60대 (10명, 5%), 10대 (6명, 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데이트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한 살인범죄 피해여성의 수는 20대와 40대가 각각 29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0대(21명), 50대(17명), 10대(6명), 60대(3명) 순이었다. 여전은 “데이트폭력은 주로 20~30대에서 발생한다는 통념과 달리 실제 40~50대에서도 높은 비율로 발생한다”며 “폭력은 다양한 연령층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여전이 지난 9년간 언론에 보도된 여성 살해 사건을 분석한 결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사망한 여성의 수는 최소 824명이며, 최소 602명이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 한 해 평균 92명의 여성이 배우자나 데이트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한 셈이다. 여전 측은 “그럼에도 국가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해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범죄통계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며 “여성들이 누구에 의해, 어떤 상황에서 살해됐는지, 또 범죄 수사와 처리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젠더 기반 폭력은 여성을 규제·소비·소유·지배할 권리를 남성이 갖고 있다고 믿고, 폭력으로 제압해 공포를 조성한 뒤 기존의 불평등한 젠더질서를 유지하려는 행동”이라면서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정불화’나 ‘치정’의 문제로, 특정 개인의 불운이나 일탈, 병리적인 문제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폭력을 가능케 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주목하고 이러한 폭력은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 기인하는 동시에 이를 강화한다는 사실에 다가서야 한다”며 “가해자들이 말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이유에 대해 ‘그것은 변명조차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책임을 묻는 사회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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