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시선] 가부장제는 미세먼지다
[정재훈의 시선] 가부장제는 미세먼지다
  •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8.04.11 09:43
  • 수정 2018-04-16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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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몸을

병들게 하는 미세먼지처럼

인간성 파괴하는 가부장제가

미투를 계기로 드러나고 있다

 

 

요즘 미투(#Metoo) 운동의 여파로 가부장제를 많이 언급하게 된다. ‘가부장적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혁명의 계기로서 미투’를 이야기하지만, “가부장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단 이렇게 정리해봤다. 가부장제는 미세먼지다.

사회규범이나 문화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키며 또한 향유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그냥 본래 예전부터 존재하던 그 무엇이다. 그래서 왜 그런 것이 있는지 이유를 묻고 따지지 않는 한 일단 불편함을 모르고 심지어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남자는 이러해야 하고 여자는 이러해야 한다”는 성별 역할은 사회규범이 된다. 성역할 분리적 사회규범은 결국 성차별적 문화 유지의 토대가 되고 있다. 규범으로서 성별역할 분리가 만들어내는 성차별적 문화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가부장제다. 그래서 늘 들이마시지만 존재 자체를 의식하기 어려운 공기처럼 가부장제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미투 운동이 보여주듯 가부장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재충전시켜주는 신선한 공기가 아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폐 속에 들어가 몸을 병들게 하는 미세먼지처럼 인간성을 파괴하는 가부장제의 실체가 미투 운동을 계기로 드러나고 있다. 사실 가부장제가 공기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사회구조로서 작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필자도 많이 해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부장제는 단순한 공기가 아니다. 은밀히 들어와 몸을 파괴하는 미세먼지처럼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속성을 가부장제는 갖고 있다.

가부장제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구조다. 따라서 학습하거나 혹은 그 폐해를 개인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이상 실체를 보기 어렵다. 가장으로서 아버지, 그 뒤에서 묵묵히 가족관계를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은 그 자연스러움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굳이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투 운동은 가장인 줄만 알았던 아버지, 형, 삼촌, 이웃집 선량한 아저씨가 손 안에 주어진 권력을 이용해 인간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는 추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드러내줬다.

또한 가부장제는 남성을 중심으로 가치관, 세계관, 인간관계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따라서 웬만큼 성찰하고 역지사지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여성의 상황과 피해’ 자체를 인식하기 어렵다. 왜 그때 즉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는가, 그 상황에서 즉시 거절 의사를 밝혔으면 되는 것 아닌가, 나중에라도 나한테 직접 이야기했으면 어떻게든 사과하고 위로했을 것 아닌가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남성의 입장에서 한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 자체가 “내가 이렇게 하는데 너는 이것도 안 들어줘?”라는 남성의 기준으로 여성 길들이기, 또는 인간관계 형성의 전형적 사례다. 그러나 다수 남성과 여성이 가부장적 사회구조의 남성 중심적 특징을 의식하지 못한다. 미세먼지를 마시듯이 그냥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대다수 남성,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그게 어떻게 성희롱이냐고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경로에서 당연하게 제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살아오면서(숨 쉴 때마다) 당연하게 받아들인 가부장적 가치(함께 마신 미세먼지)가 내 몸과 마음을 파괴한 결과라는 점도 성찰해보자. 이런 의미에서 필자를 비롯한 남성들은 가부장제가 만들어놓은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봐야 한다. 다음 지면에서 미세먼지 같은 가부장제가 망가뜨린 우리의 모습을 함께 성찰해보도록 하자.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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