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과 3살배기 딸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여성은 남편의 사망 후 빚 독촉에 시달렸다고 알려졌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6일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과 3살배기 딸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여성은 남편의 사망 후 빚 독촉에 시달렸다고 알려졌다. ⓒ뉴시스·여성신문

생활고 겪던 모녀, 사망 두 달만에 발견

“모녀 돕지 못하고 방치한 부실한 복지전달체계

당사자가 직접 찾아가야만 도움 주고

저소득층 포괄 못하는 비현실적 지원 기준 문제”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충북 증평군에서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됐다. 4년 전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에 이어 또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한부모연합 등 한부모 단체·여성단체들은 “이 모녀의 사망은 개인 문제가 아닌 부실한 복지 시스템의 문제”라며 한부모 지원 정책과 관련 법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 6일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3살배기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은 남편의 사업 실패와 사망 후 1억5000만원가량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 여성은 특별한 직업이 없었고, 보유 중이던 차 두 대를 팔아 빚을 갚으려 했지만 판매 차량이 압류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사기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가스비, 월세, 관리비 등을 4개월가량 체납했지만 아파트 관리비로 분류돼 지자체에서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복지 대상자도 아니었고, 인근 동사무소나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지자체나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이들 모녀는 사망한 지 두 달이 넘어서야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당국에 발견됐다. 평소 가족이나 이웃과 왕래가 없어 아무도 이들의 쓸쓸한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숨진 여성이 남편과 사별한 후 신변을 비관했거나 평소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수사 중이다.

이에 한국한부모연합,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인트리 등 한부모 지원단체와 여성단체들은 1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모녀가 사망할 때까지 방치한 부실한 복지전달체계 △당사자가 직접 찾아가 요청해야만 도움 주는 현 복지 시스템 △저소득층 포괄 못하는 비현실적 지원 기준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이 가족이 숨진 사실을 이웃마저도 알지 못한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지 묻고 싶다. 빚에 시달리면서도,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이 지원대상 기준을 넘어선다고 해서, 이 가족이 직접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며, 사별의 아픔에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다 어린 자식과 함께 죽음에 이른 것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많은 한부모들이 현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각종 증빙서류 제시와 무조건 부정수급 색출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복지행정 서비스는 한부모에게는 넘지 못할 산”이라며, “여전히 한부모는 부양의무제 폐지 대상에서 제외됐고, 법정한부모소득기준은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대상을 다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법적으로 한부모로 인정받으려면 월 가구소득이 약 148만원 이하(중위소득 52%)여야 한다. 올해 최저시급 7530원 기준으로 월 40시간 일할 경우 약 157만원을 벌게 된다. 한부모들 사이에선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최저임금보다 더 가혹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라는 얘기냐” “어렵게 자리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수준의 소득기준”이라는 불만이 높다. 

또 한부모가족지원센터는 서울과 경남에 각각 한 곳씩만 존재한다. 한부모 지원단체·여성단체들은 “한부모들이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2월 26일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서울 송파구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집에는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와 ‘밀린 공과금입니다. 그동안 고맙고 죄송했습니다’ 라는 메모가 있었다. ⓒ송파경찰서
2014년 2월 26일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서울 송파구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집에는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와 ‘밀린 공과금입니다. 그동안 고맙고 죄송했습니다’ 라는 메모가 있었다. ⓒ송파경찰서

이들은 ▲복지담당자가 초기 한부모들을 지속적으로 관리 ▲민간단체 운영 한부모 서포터즈 활동 활성화 ▲한부모들이 다양한 생활 지원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통합적 전달체계 구축 ▲법정 한부모 소득기준 확대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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