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인구 절벽과 돌봄 불이익
[세상읽기] 인구 절벽과 돌봄 불이익
  •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8.04.10 10:19
  • 수정 2018-04-16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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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생산하는 돌봄의

불이익이 잔존하는 한

우리 사회는 당분간 저출산

늪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결혼과 가족이라는 욕망의 좌절을 반영한 ‘인구 절벽’이라는 말은 갑자기 다가온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과 위기를 형상화한다. 그러나 인구 절벽이 갑자기 다가온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불안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자본주의 가부장제 하에서 ‘사람’을 생산하는 돌봄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정의 발현일 뿐 이기심을 추구하는 시장 경제 논리를 초월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자본주의가 지구 구석 구석을 파고들어도 사람 생산에 작동하는 이타심만은 건들지 않을 것이라는 맹신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저출산의 늪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날마다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는 기업이 생산요소를 투입해 생산한 생산품이다. 사람도 재화와 서비스를 투입해 생산해야 하는 하나의 생산품이다. 성인 노동자는 일상적으로 가사와 돌봄 노동을 하는데,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에너지를 재충전할 뿐 아니라 미래의 노동력인 사람을 생산한다. 성인 노동자가 아이를 키우는 돌봄노동을 하지 않는다면, 학교에서 교사는 아이에게 소위 인적자본을 축적시켜줄 수 없고 기업은 생산에 투입할 노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사람을 생산하는 노동은 아이를 돌보는 사람 자신의 기쁨과 보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 경제에 노동의 혜택이 공유된다. 낸시 폴브레라는 경제학자가 아이가 ‘소비재’나 ‘투자재’가 아니라 ‘공공재’라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다. 출산율 저하는 부분적으로 돌봄의 이러한 공공재적 성격에서 비롯된다. 아이 돌봄의 혜택을 온전히 측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무임승차자도 그러한 혜택을 함께 향유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적정한 수의 사람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는 것이다.

후기 산업사회에서 아이의 공공재적 성격은 더욱 강화됐다. 전통 농경 사회에서 부모는 자녀를 키우느라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자녀는 근처 혹은 물려받은 논밭에서 일하며 부모의 노후를 책임졌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확대되고 시장경제의 실패를 보완하고자 확립된 현대 복지국가에서, 여전히 부모는 자녀를 키우기 위해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더 오랜 기간 지출하지만 자녀로부터 노후 봉양을 기대하기는 전보다 어렵게 됐다. 현대 복지국가에서는 돈과 시간을 들여 길러낸 아이가 낸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지탱되는 연금 및 사회보장 혜택을 아이를 기르는데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배제하지 않는다. 사람을 생산하는 비용과 혜택의 괴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사람을 생산하는 돌봄의 비용을 주로 담당한 것은 여성이다. 돌봄을 주로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여성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설명한다. 돌봄과 성불평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돌봄으로 인해 겪게 되는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돌봄 불이익(care penalty)’으로 개념화한다. 돌봄 노동에 대한 책임과 기대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남성과 동등한 자격과 조건으로 참여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시장 노동을 하면서도 전적으로 돌봄의 책임을 져야 하는 여성은 무한 경쟁 환경에서 임금과 승진에서 성취를 거둘 가능성이 희박하다. 노동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하는 시기에 돌봄을 전담한 결과 여성은 노년에 빈곤한 삶을 살게 된다. 시장화된 돌봄은 타고난 여성의 일이라는 편견에 훈련과 숙련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임금 수준이 낮다.

사람을 생산하는 돌봄의 불이익이 잔존하는 한 우리 사회는 당분간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이기적 인간은 돌봄 불이익을 회피하려는 합리적 행동을 한다. 돌봄에 불이익이 없었더라면 아주 오랜 세월 여성이 돌봄을 책임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돌봄 불이익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의 돌봄 파업도 멈추지 않는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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