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혁명’이 되려면
미투 운동, ‘혁명’이 되려면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4.09 19:08
  • 수정 2018-04-1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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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 두 달, 여성신문은 5일부터 매주 목요일 3연속 미투 운동 관련 토론회를 여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미투 운동의 의미를 짚어보고 미래를 위한 노력을 제언합니다. 우리의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고민하고 변화를 제안하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첫 토론은 5일 열렸고, 주제는 ‘미투로 연대했다’입니다. 이어지는 토론회는 오는 12일과 19일 열립니다. 의견은 saltnpepa@womennews.co.kr로 부탁드립니다.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 두 달, 여성들은 성폭력 말하기와 듣기를 넘어 성평등한 사회로의 길을 만들어 가자고 말한다.(상단 왼쪽부터) 이미경 한국성폭력 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5일 인권위 주최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섰다. ⓒ여성신문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 두 달, 여성들은 성폭력 말하기와 듣기를 넘어 성평등한 사회로의 길을 만들어 가자고 말한다.(상단 왼쪽부터) 이미경 한국성폭력 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5일 인권위 주최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섰다. ⓒ여성신문

사람들이 듣기 시작했다...미투는 이미 혁명이다

 

“이전부터 (피해를) 말하는 분들은 있었지만 사람들이 귀를 열고, 가슴을 열고 듣기 시작한 것은 미투가 만들어낸 새로운 국면이다.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닮아갈 것이다.”

인권위는 5일 서울YWCA회관에서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았고, 발제자로는 이미경 한국성폭력 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나섰다.

첫 발제자인 이미경 소장은 성폭력은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수십 년 전 시작된 여성들의 성폭력 말하기는 우리 법제도와 사회 변화의 물꼬를 텄다. 1955년 한국판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 1993년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 등을 계기로 시작된 페미니즘 운동은 1994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 제정 등으로 이어졌다.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_내_성폭력 말하기 운동, 현재진행형인 미투 운동은 수많은 말하기와 연대행동으로 연결됐다.

이 소장은 “미투 운동을 계기로 일반인들의 성폭력 말하기도 급증했다”며 “유명인과 관련된 성폭력 말하기만을 인정하려는 분위기를 경계하고, 여성폭력과 성차별이 일상의 문제임을 깨닫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했다. “성폭력을 막는 것은 결국 성평등”이라며, ▲실질적 성평등 개헌 ▲형법상 ‘정조에 관한 죄’는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죄’로, ‘강간과 추행의 죄’는 ‘성적 존엄성·통합성 침해죄’로 개념 정정 ▲피해자가 형사사법절차와 일상에서 겪는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담당자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 향상 대책 마련 등을 제안했다. 또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봤으면 봤다고 행동하는 시민의 자세가 진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이 소수인 일터 문화, 직장 내 성폭력·성차별 부른다

 

미투 운동으로 직장 내 성차별·성폭력이 이슈로 떠오르자, ‘우리 회사는 여성들에게 잘해주니까 문제없다’ ‘여성이 기업 대표를 맡는 시대에 성차별이 어딨냐’는 여론도 나온다. 일각에선 여성할당제 덕에 고위직에 오른 소수의 여성들, ‘토큰 여성(token women)’을 들어 성평등이 이뤄진 양 이야기한다.

이렇게 소수의 여성을 남성 중심적 조직에 끼워 넣는 ‘성평등 구색 맞추기’ 조직문화가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을 부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경아 교수는 “여성이 소수이며 동등한 동료로 대우받지 못하는 남성중심적 일터에서 여성은 차별과 공격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소수라서 남들 눈에 잘 띄고 더 높은 업무 생산성을 요구받는다.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더 낮은 평가를 받고 ‘여성들은 이래서 안 된다’는 선입견의 대상이 되고 여성 폭력이나 차별로 이어지기도 쉽다”는 얘기다.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여성들이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할 때 지지하는 문화를 갖춘 조직일수록 여성들에겐 더 민주적이고 안전한 노동 환경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신 교수는 “조직이 내부의 성범죄나 성차별에 민감할수록 여성 구성원들은 조직이 민주적이고 안전한 노동 환경이라고 느낀다”라며 기업들이 조직의 남녀 구성, 성폭력 발생 시 대응역량 등을 점검해 볼 것을 권유했다.

가해자 ‘괴물’로 묘사하고 피해자 신원 노출하는 언론도 문제

 

홍지아 교수는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성범죄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언론이 가해 남성을 일반 남성과 다른 ‘괴물’로 재현하는 보도”는 성폭력 사건을 ‘특수’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성폭력이 발생하게 한 사회 구조를 드러내고 논의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성폭력 사건 당시 피해자가 가해자와 단둘이 있었다거나, 술을 마셨다거나 등의 요인에 주목한 보도, ‘미투 이후 달라진 우리 사회’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보도도 “‘피해자 책임론’을 부채질해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육하원칙을 따르는 보도를 ‘객관적’ 보도로 여기는 관행, 취재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에 의존하고 여성 단체나 피해자 지지 그룹은 배제해온 관행도 되짚어보자”고 제안했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혹은 여성의 시각이 배제된 채로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해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홍 교수는 “한국여성민우회 등 기존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만 제대로 활용해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미니즘 운동이 ‘남성 역차별’이라는 반격 거세

 

김수아 교수는 최근 고개를 드는 ‘남성 역차별 담론’이 어떻게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봤다.

요즘 ‘성범죄 무고 피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펜스룰(성범죄 의혹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여성을 공적 자리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답이다’라는 주장이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남성은 “역차별당하고 살아와 생채기 난 90년대 남성들을 달래기 위한 소설”이라며 ‘90년생 김지훈’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남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두 현상은 “남성도 피해자” “남성의 피해를 말하지 않는 페미니즘은 잘못된 운동”이라는 인식이 요즘 젊은 남성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줬다. 김 교수는 “자신을 ‘약자’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정작 차별을 낳는 구조와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문과 비판을 제기하지 않는다”며 “남성들은 여성이 어떻게 남성의 ‘권익’을 침해하는가에 집중한다.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젠더 권력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남성 역차별 담론을 기존의 성차별적 인식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문해력과 젠더 감수성 향상 교육 도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4월 5일 서울YWCA회관에서 ‘미투로 연대했다’는 주제로 첫 번째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미경 한국성폭력 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좌장인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발제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는 4월 5일 서울YWCA회관에서 ‘미투로 연대했다’는 주제로 첫 번째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미경 한국성폭력 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좌장인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발제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이날 토론자로는 이한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박봉정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연구소장,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 배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이보람 국가인권위원회 변호사, 손아람 작가가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한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 박봉정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연구소장, 배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좌장인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이보람 인권위 변호사, 손아람 작가가 토론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왼쪽부터) 이한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 박봉정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연구소장, 배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좌장인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이보람 인권위 변호사, 손아람 작가가 토론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미투는 여성 노동권 문제...보호 아닌 ‘차별 금지’로

 

박봉정숙 소장은 “미투 운동은 여성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은행, 하나은행의 ‘성차별 채용’ 의혹을 두고 그는 “이게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해 기소된 첫 사례라는 게 더 충격적이다. 그간 우리 사회가 노동 시장의 성차별을 어떻게 다뤄왔나 알 수 있다”이라고 비판했다.

성평등 노동은 국가 패러다임의 문제라고도 봤다. 박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중 ‘국가는 여성 노동 보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한 부분은 아쉽다. 보호 아닌 ‘차별 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은 노동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사업주의 시혜나 외부 구제기관에만 기댈 수 없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일터에서 인격적으로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방법을 고민하고 정의해 나가야 한다. 노조를 만드는 것도 좋다. 파편화된 노동자들이 뭉쳐 연대해야 한다.”

 

조영선 사무총장은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울림을 전하는 단계를 넘어섰으나, 아직 제도 개선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권력을 쥔 유명인에 관한 폭로는 많이 나왔지만, 우리 삶의 근간에 닿은 ‘보통 사람’들의 미투 운동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 주변의 미투에 귀기울이고 함께 힘을 모아 우리 사회를 바꿔 나갈 때”라고 말했다. 다음 토론회는 오는 12일과 19일 열린다.

▶ 페미니즘이 불편한 남성들, 미투 운동에 반기 들다

▶ “미투 여성 신원 노출하고 가해자 ‘괴물’ 묘사하는 언론,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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