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미래당 “미투 지지 선언”은 정치쇼였나
한국당·미래당 “미투 지지 선언”은 정치쇼였나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4.09 11:06
  • 수정 2018-04-11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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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진행된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김순례 중앙여성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당신과 함께라는 손피켓을 들고 미투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3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진행된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김순례 중앙여성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당신과 함께'라는 손피켓을 들고 미투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미투 관련 법안 산적한데 ​법안심사소위 개최 거부

밖에선 “미투 지지”, 뒤에선 미투법안 심사 안해

‘정현백 장관 사퇴’ 거론했던 한국당 의원들,

정작 본인들 입법 책임은 내팽겨쳐 



윤종필 간사 “당의 지침 상 전체 의사 일정 중단”

국회에 산적한 성희롱·성폭력과 관련해 발의된 일명 ‘미투(#Metoo)’ 법안 수십 건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반대로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국면에서 정당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지지 선언을 했으나, 실제로는 제도 개선을 가로막으면서 미투로 촉발된 사회 대변혁의 움직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투 관련 법안들이 처리되기 위한 첫 관문은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과 미래당이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되자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면서 국회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여가위 법안심사소위 개최도 열리지 않고 있다. 여야 간사인 민주당 정춘숙 의원의 요청에 한국당 윤종필·미래당 신용현 의원이 소위 개최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이번 4월 임시국회는 미투 정국에 중요한 국면이어서 더욱 문제다. 지난 1월 말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으로 2월부터 미투 관련 법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법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미투 운동 이전에는 2~3개월에 각각 1건 정도 입법 발의됐던 성폭력 관련 법 개정안들은 지난 2월부터 4월 8일 현재까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13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20건 △양성평등기본법 8건 등이 발의됐다.

이 입법 발의안 중 상당수는 한국당과 미래당이 당 차원에서 기획하거나, 소속 의원이 개별적으로 발의한 것이다. 한국당과 미래당은 대외적으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앞다투어 법안을 발의하고, 미투 폭로로 문제가 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을 향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작 법안 심사는 거부해 제도 개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치권이 ‘미투’를 이벤트용·홍보용으로 소비해왔다는 우려가 일부 증명된 셈이다.

 

3월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한국부패방지법학회와 바른미래당 미투지원단이 공동주최해 열린 부패와의 또다른 전쟁 Me Too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법적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 미투지원단장인 권은희(왼쪽 셋째) 의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부패방지법학회 이지은 기획이사, 한국부패방지법학회 신봉기 회장,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김동철 원내대표, 김삼화 원내대변인, 최도자 의원.
3월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한국부패방지법학회와 바른미래당 미투지원단이 공동주최해 열린 '부패와의 또다른 전쟁 Me Too'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법적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 미투지원단장인 권은희(왼쪽 셋째) 의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부패방지법학회 이지은 기획이사, 한국부패방지법학회 신봉기 회장,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김동철 원내대표, 김삼화 원내대변인, 최도자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심지어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3월 19일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 관련 현안보고’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미투 관련 법 개정 추진에 소극적이라며 장관직 사퇴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송희경 의원은 “‘사퇴를 각오하고 건의하고, 법적으로 정책적으로 가이드라인으로 모든 것을 건의하고 그것이 실행되지 않으면 내가 책임지겠다’ 그렇게 하고 들고 일어나셔야 되는 거지요”라고 발언했으며 △임이자 의원은 “동료 위원님들께서 많이 지적하셨습니다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가서 대응한 문제점,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차라리 장관님께서 사퇴를 하시면 다른 누군가 유능하신 분이 오셔가지고 여가부 발전을 위해서 더 추진력 있게 끌고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장관님께서 그렇게 갖고 있으니까 오히려 더 도태된 느낌이 든단 말이지요”라고 말했으며 △박인숙 의원은 “‘장관직을 걸고 내가 이것 추진하겠다’ 그런 말씀을 하실 의도가 있나요, 없나요? 그것만 얘기해 보세요”라고 질책했다.

불과 20여일 전 행정부를 질타하는데 여념 없었던 국회의원들이 정작 임시국회가 시작되자 입법 책임은 내팽겨친 셈이다.

이에 윤종필 간사 측은 “법안심사를 거부한 게 아니라, 전체 의사 일정을 중단하라는 게 당의 지침이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본회의 일정부터 돼야 다음 일정들이 진행되는데 아직 일정도 못 잡고 있다 보니 상임위 일정도 협의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시급하게 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국회가 열리게 되면 먼저 미투 법안 논의부터 할 예정이다. 하루빨리 여야 간 대립 정국이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정쟁의 장이 되는 다른 상임위와 달리, 여야 간 큰 이견 없이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의견일치를 봐왔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상임위였지만, 이제는 옛말”이라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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