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 불편한 남성들, 미투 운동에 반기 들다
페미니즘이 불편한 남성들, 미투 운동에 반기 들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4.09 16:54
  • 수정 2018-04-13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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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 두 달, 여성신문은 5일부터 매주 목요일 3연속 미투 운동 관련 토론회를 여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미투 운동의 의미를 짚어보고 미래를 위한 노력을 제언합니다. 우리의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고민하고 변화를 제안하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의견은 saltnpepa@womennews.co.kr로 부탁드립니다. 

 

여성신문-국가인권위원회 공동기획

#WeToo - 미투 너머를 논하다

페미니즘 운동에 “남성도 피해자” 항변하는 남성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분석

“남성 고통 낳는 사회구조 대신 여성 탓해”

 

왜 요즘 남성들은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을 불편해할까.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백래시’의 출발점은 젊은 남성 다수가 공유하는 “남성도 피해자”라는 믿음이라고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는 분석했다. ⓒ박규영 디자이너
왜 요즘 남성들은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을 불편해할까.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백래시’의 출발점은 젊은 남성 다수가 공유하는 “남성도 피해자”라는 믿음이라고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는 분석했다. ⓒ박규영 디자이너

# 최근 온라인 세상을 달군 ‘90년생 김지훈’은 “역차별당하고 살아와 생채기 난 90년대 남성들을 달래기 위한 단편 소설”을 표방한다. 저자는 여성이 겪는 차별을 다룬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남성의 고통은 말하지 않아 현실을 왜곡하고 성대결만 조장한다’며, 이를 비판하고자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 3월 26일,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는 자사 여직원이 한국여성민우회 트위터 계정을 팔로한 일 등을 문제 삼아 면담하고 내용을 공개했다.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 적극적 방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 직원이 ‘메갈’이라며 해고를 요구한 일부 게임 이용자들에 대한 응답이었다.

페미니즘을 불편해하는 남성들의 집요한 ‘반격’이 시작됐다. 페미니즘이 제기한 문제들을 폄훼하거나,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을 ‘혐오자’로 낙인찍어 입 막으려는 모습은 요즘 온라인상 흔한 풍경이 됐다. 

그 남자들은 왜 미투 운동에 반대할까

남성들의 시대착오적 ‘백래시’(반격)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젊은 남성 다수가 공유하는 “남성도 피해자”라는 믿음이 그 근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5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서울YWCA회관에서 열린 첫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에서 ‘여성혐오 현상과 젠더 차별 : 남성 역차별의 담론 세계와 펜스룰’을 주제로 발제했다.

“일부 남성들은 연애·취업이 뜻대로 안 되자 서열 경쟁에서 패배했다며 자기 연민에 빠진다. 내가 연애를 못 하는 건 여성들이 나보다 권력 있는 남성을 선호해서다. 나보다 잘 나가는 여성도 많다. 오늘날 여성들은 기회의 평등을 누리게 됐다고 믿는다. 그런데도 여성들이 여성 인권이 낮다고 주장하고, 여성할당제·여성전용공간 마련 등 정책을 요구하니 불편하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경쟁에서 패배한 남성들을 밟고 올라가려는 잘못된 운동이다. 나 같은 평범하고 힘없는 남성들에게 윗세대가 만든 불평등을 해결하라고 하는 것도 부당하다. 성범죄 사건도 사실 여성의 피해의식이 낳은 해프닝 혹은 ‘꽃뱀’의 소행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성범죄는 권력 문제인데, 페미니스트들은 여성혐오 때문이라며 사안의 본질과 달리 ‘성대결’을 조장하고 있다. ‘미투’ 운동을 보며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억울하게 피해 보는 게 아닌지 동정한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나, ‘순수한 피해자’일 때만 지지하겠다고 선언한다.” 김 교수가 분석한 남성 역차별 담론의 형성과 전개 과정이다.

차별 낳는 사회구조 비판보다 여성에 문제 전가

미투 여성 꽃뱀몰이...여성 배제 ‘펜스룰’ 옹호까지

문제는 “자신을 ‘약자’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이 차별을 낳는 사회 구조와 소수의 ‘권력자’들에겐 비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성들이 괴로운 이유는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남성 때문인데, 여성들을 탓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남성 역차별 담론은 여성혐오 담론이다. 김 교수는 “남성들은 남성의 젠더 권력이 여성보다 높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여성이 어떻게 남성의 ‘권익’을 침해하는가, 그래서 어떻게 남성이 피해자가 되는가에 더 집중한다. 결국 남성 역차별 담론은 기존 성차별적 인식을 정당화하는 논리”라고 말했다.

온라인의 여성혐오는 미투 운동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미투를 외친 현직 여성 검사를 두고 검찰 내에선 ‘잘 나가는 검사 발목 잡는 꽃뱀’ ‘보상 인사를 노리고 있다’ ‘정계에 입문하려 한다’ 등 반응이 나왔다. ‘남성도 성폭력을 겪는다’ ‘미투가 무서워서 여자들과 말도 못 하겠다’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성범죄 무고 피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펜스룰(성범죄 의혹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여성을 공적 자리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답이다’라는 주장은 최근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호응을 얻었다.

온라인 ‘필터 버블’이 부채질한 여성혐오

“지금, 여기, 나에만 집중하는 반지성주의”

온라인 세계의 ‘필터 버블’이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필터 버블은 온라인 이용자가 관심사나 성향이 비슷한 이들이 추천하거나 공유하는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성차별은 환상이고 페미니즘은 피해의식이다”라는 주장이 온라인 백과사전이나 SNS를 타고 널리 퍼지는 중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얼마나 성평등할까.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10년대 들어 남성을 추월해 OECD 최고 수준이다. 2016년엔 여학생 73.5%, 남학생 66.3%가 대학에 진학했다(교육통계연보). 사회 진출 후엔 상황이 바뀐다. 2016년 기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6.7%로 OECD가 관련 통계를 발표한 2000년부터 쭉 1위다. 주요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4%다(한국은행). 여성 고위공직자 수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한 문재인 정부도 여성 비율은 30%에 못 미친다. 그러나 ‘남성 역차별론자’들은 “통계가 잘못됐다”거나 “메갈이 작성한 통계는 믿을 수 없다” 따위의 이유로 현실을 의심하고 거부하는 모양새다. 이는 “‘지금, 여기, 나’에게만 집중하는 태도에서 나온 반지성주의”라고 김 교수는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4월 5일 서울YWCA회관에서 ‘미투로 연대했다’는 주제로 첫 번째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미경 한국성폭력 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좌장인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발제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는 4월 5일 서울YWCA회관에서 ‘미투로 연대했다’는 주제로 첫 번째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미경 한국성폭력 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좌장인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발제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젊은 남성들 미디어 문해력·젠더감수성 향상 교육 필요”

“위에서부터의 성평등 개혁도 시급”

그는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문해력과 젠더 감수성 향상 교육 도입이 절실하다”고 했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남성들의 억울함을 부인하진 않는다. 다만 이제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차별을 없애고 사회 정의를 이루기 위해 합의를 만들어갈 때”라고도 덧붙였다.

‘위에서부터의 개혁’이 시급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남성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해온 손아람 작가는 “젊은 남성들은 자신은 윗세대처럼 노력해도 만족스러운 보상을 얻거나 권력을 쥘 수 없다는 마음에 억울해하고 있다. 남성들을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남성중심적 권력 투쟁에 집착하지 않고 성평등을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할당제를 포함한 (정부 내각, 국회 등) 위로부터의 전방위적이고 강력한 성평등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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