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뒤 남측 예술단 출연자들과 기념촬영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뒤 남측 예술단 출연자들과 기념촬영 했다. ⓒ노동신문

[4.27 남북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비핵화’

평화구축 과정에서

여성 참여는 필수지만

준비위에 여성 위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뿐

자문단 46명 중 여성 7명

남북정상회담에 ‘여성’

목소리 적극 반영해야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2018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의 한반도가 정착될 거라는 기대감이 높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10년6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구축에 있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여성이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닌 ‘평화협상 주체자’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남북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우선 대단히 중요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 평화 정착이 주의제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두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위대한 여정의 또 다른 시작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합의된 일정에 맞춰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위원장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각 분과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수시 회담과 물밑 접촉 속에 남북정상회담 의제는 오는 27일 전까지 조율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준비위원회와 이를 지원하는 자문단에 여성의 참여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준비위원회는 위원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총괄간사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청와대 안보실의 이상철 1차장과 남관표 2차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의겸 대변인,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 준비위 회의에 배석한다. 준비위 산하에 의제분과장은 천 차관, 소통분과장은 윤 수석, 운영지원분과장은 김 2차장이 각각 맡았다. 준비위와 배석자 총 15명 중 여성은 강경화 장관 한 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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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단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로 자문단 21명 중 여성은 김정수 평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이현숙 여성평화외교포럼 명예대표, 장상 세계교회협의회 공동의장 등 3명이다. 전문가 자문단 25명에서도 김귀옥 한성대 교수,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 박현선 이화여대 교수, 최혜경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 등 4명이다. 전체 자문단 중 여성은 15.2%에 그쳤다.

자문단의 김귀옥 교수는 “적대적 분단 자체가 한반도에 구조적, 문화적, 가부장적 폭력을 관성적인 것으로 만들어 왔기 때문에 평화의 한반도를 수립하는 것은 정치,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성평등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면서 “(자문단에 포함된 여성들이) 성평등적 입장에서 평화, 통일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해 오셨던 분들이다. 하지만 준비과정에서 여성의 모습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의 모습은 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평화·안보 분야에 여성의 참여와 권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2000년 만장일치로 채택된 ‘여성, 평화와 안보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325호’는 분쟁해결 및 평화 구축 과정에서 여성 참여 확대를 보장하도록 명시했다. 한국 정부도 2014년 국방, 외교, 통일 정책에 성인지 관점을 도입하겠다는 국가이행계획을 유엔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낮은 여성 참여율로 인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 성인지 관점이 반영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김정애 평화여성회 상임대표는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의 여성의 적극 참여는 살상무기체계에 의존하는 ‘군사안보’ 개념이 아닌 대화와 협력, 평화와 상생의 여성주의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말한다”면서 ‘여성안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여성안보’는 분단폭력으로부터의 자유, 경제적 빈곤으로부터의 자유, 성폭력을 비롯한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안김 대표는 “한두 명의 여성을 포함하는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평화통일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더 많은 여성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며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동독 여성들처럼 통합 과정에 어려움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동독 여성들의 입장이 배제되면서 통일 전 당연히 누렸던 모성보호나 취업보장정책이 보장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동독 여성이 ‘통일과정의 최대 희생자’라는 평가도 나왔다. 장상 세계교회협의회 공동대표 역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여성 관련 의제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정상회담 이후 실무회의와 통일로 가는 통합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수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은 “남북여성교류는 사회문화교류 분야에서 다뤄지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남북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에 남북여성교류를 통한 새로운 남북관계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성관련 의제가 제안되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 현재의 자문단 범위를 넘어 통일운동, 평화운동, 대북인도적 지원사업에 참여해 온 여성시민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특히 “실무회의에서 남북여성교류, 북한의 모성과 영유아 보호를 위한 인도적 지원, 개발협력 지원 등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여성 친화적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 배우자들의 교류가 있게 된다면, 상호이해를 위한 만남을 넘어서 남북여성의 실질적 삶의 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공동의 기획을 구상하고 이를 공동의 과제로 실행하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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