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는 성평등 국가의

첫 단추 끼우는 중대 선거 돼야

여성 공천의 획기적 확대부터

 

 

6.13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의 대진표가 속속 드러나고 각 당의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조용한 경선 원칙에서 벗어나 흥행몰이를 위해 광역단체장 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경수 의원을 경남 도지사 후보로 내세우기로 했다. 지난 대선 당시 부산에서 문재인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6.7% 포인트(p) 차이로 승리한 반면, 경남지역에서 문 후보가 홍 후보에게 0.5% p 차이로 석패했다. 여당은 PK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비장의 카드를 던진 것 같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정부의 독주와 무능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인물난에 허덕이던 자유한국당은 올드보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이인제, 김문수, 김태호 등 인지도가 높은 그때 그 사람들을 다시 내세우는 전략을 세웠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 돌풍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어느 정당이 승리할지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지방 선거가 동네 민주주의와 생활정치를 활짝 꽃 피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선거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젠더 시각에서 평가해보면 현재까지 이번 지방선거의 과정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유력 정당들의 공천에 여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6곳(부산, 울산, 세종, 강원, 경북, 경남)을 전략·단수 공천했다. 그런데 단 한 명의 여성 후보도 없었다. 대부분 문 대통령과 가까운 친문(親文)인사로 채워졌다. 박영선 의원(서울), 홍미영 부평구청장(인천), 양형자 최고위원(광주)이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를 위한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본질적으로 생활정치다. 그런데 이런 생활정치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주체는 여성이다. 여성이 배제된 생활정치는 상상하기 어렵다. 프랑스가 헌법을 바꿔 남녀동수법을 채택한 것도 실상은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해 실질적인 평등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조앤 스콧은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라는 책에서 “남성과 여성이 같이 하는 것이 정치의 원래 뜻이어서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지 여성이 도덕적이어서, 혹은 평화적이어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고, 지방선거를 앞둔 현시점에선 우리는 왜 여성들이 정치 권력을 획득해야 하는지를 반문해본다. 분노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미투 운동의 본질은 남녀 간의 전쟁이 아니라 성차별적 구조를 해소해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차별적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첩경은 남성과 여성이 대등한 권력 관계를 갖는 것이다. 선거는 이를 확실하게 실천할 수 있는 장이다. 올해 여성의 날 주제는 ‘변화를 위한 압력’이었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여성 배우들은 “검은색 드레스 코드는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새 메시지로 ‘한 시대가 끝났다’(Time is up)고 외쳤다. 우리 사회도 낡은 관습과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일상 속 성차별과 성폭력은 이제 끝내야 한다(Times Up).

그런데, 변화를 위한 압력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권력을 가져야 한다. 스웨덴에서 1987년에 나온 ‘바르안난 다메르나스’(두 명당 한 명꼴로 여성을) 보고서, 1990년에 발간된 양성평등 정치를 권력의 관계로 규정한 ‘스웨덴의 민주주의와 권력’이라는 국가 보고서(1990년)는 결국 스웨덴을 세계 최고의 양성평등 국가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단언컨대, 권력 없는 성평등은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단지 다음 단체장과 의원들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새로운 성평등 국가의 첫 단추를 끼우는 중대 선거가 돼야 한다. 그 변화의 시작은 여성 후보 공천의 획기적 확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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