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 베트남에도 생리휴가가 있을까?
[WWW] 베트남에도 생리휴가가 있을까?
  • 송수산 여성신문 글로벌기자단
  • 승인 2018.04.03 11:47
  • 수정 2018-04-1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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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생리 휴식 보장

SNS 등 온라인 중심으로

생리에 대한 관심 늘어

 

생리로 인한 여성들의 고충을 이해하자는 취지로 만든 영상 캡쳐. ⓒTrắng 유튜브 캡처
생리로 인한 여성들의 고충을 이해하자는 취지로 만든 영상 캡쳐. ⓒTrắng 유튜브 캡처

2012년 6월 18일, 기존의 노동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노동법이 베트남 국회를 통과했다. 2013년 5월 1일부터 시행된 이 법에 따르면 여성들은 근무지에서 생리(월경) 기간(한 달에 최소 3일) 중 하루 30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온전한 휴일은 아니지만 여성 노동자들이 생리에 대한 휴식을 보장받게 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 베트남에서 생리 휴식을 챙기는 것이 보편적인 일은 아니다. 생리 휴식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회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여성들조차 생리 휴식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베트남 노동법에 따라 생리 휴식을 제공하지 않는 회사는 50만동에서 100만동(한화 약 2만3800원~4만7600원) 사이의 벌금을 내야 하고 신문이나 여성 잡지 등에서는 생리 휴식을 적극 이용할 것을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 여성들의 생리 휴식 사용은 미비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트남에서 생리에 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로 취급된다. 생리통이나 생리대, 생리 주기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도 일반적이지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여성의 생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성들이 직접 체험한 생리대 비교 영상이나 리뷰를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리기도 하고 포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리 경험을 털어놓으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여학생들이 생리대 성능을 실험하는 영상을 만들어 또래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하고, 소비자들이 새로 출시한 생리대를 소개하며 만든 동영상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자 친구의 그 날을 이해하자며 남자들이 생리대를 직접 체험하며 만든 동영상은 현재 100만회 이상 재생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네티즌들의 의견을 다루는 인터넷 매체에서는 자상한 남편의 예시로 부인을 위해 생리대를 직접 사다 주는 모습을 묘사하며 이를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선호도 1, 2위를 다투는 브랜드 제품으로 두 제품 모두 일본과 미국 브랜드다. 각각 3개입, 7개입으로 소포장이 특징이다. ⓒ송수산
베트남에서 선호도 1, 2위를 다투는 브랜드 제품으로 두 제품 모두 일본과 미국 브랜드다. 각각 3개입, 7개입으로 소포장이 특징이다. ⓒ송수산

이러한 모습에서 생리라는 것이 감춰야 할 불결한 것이라는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모두가 그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해줘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느껴진다. 생리에 대한 이해는 생리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자신에게 맞는 생리대를 고르는 요령이나 생리대를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 등이 신문이나 잡지의 건강코너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고, 어떤 생리대가 위생적이고 좋은지 묻는 질문은 여성들이 자주 가는 포털 커뮤니티의 단골 주제다.

지금까지는 생리대 선택 기준이 가격 위주였으나 베트남의 경제 성장과 최근 들어 불거진 건강 관련 이슈들로 인해 생리대의 안정성도 고려 요건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몇 년 전 시골 지역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가짜 생리대 사건과 최근 호찌민시에서 대량의 가짜 생리대를 적발해 폐기한 사건 등도 여성들 사이에서 생리대와 건강을 연결 지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생리대 광고 역시 과거에는 흡수성과 쾌적함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재료의 성분과 피부 진정 효과 등을 내세우며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현재 베트남 생리대 시장은 해외 브랜드에 의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과 미국 브랜드 제품들이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서 항상 1~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판매량 역시 압도적이다. 아직까지 점유율은 미비하지만 인터넷 포털에서 생리대를 의미하는 방베신(băng vệ sinh)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연관 검색어가 방베신 한꼭(băng vệ sinh Hàn quốc : 한국 생리대)일 정도로 한국 생리대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관심거리다. 베트남 여성들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생리대의 발암물질, 불량 성분으로 인한 생리통 등의 이슈로 인해 면 생리대나 생리컵 등 친환경 생리대에 대한 소개도 뉴스를 통해 자주 언급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베트남의 생리 휴식은 우리나라에서 생리휴가가 법적 근거를 마련한 2003년보다 10년 가까이 지나서 법으로 보장됐다. 생리대와 건강을 연결 짓는 것도, 생리통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담받는 일도 최근에 들어서야 자연스러운 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여러 매체들은 생리에 대한 여성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들이 생리 기간에 겪게 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다루며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조언을 첨부하고, 생리 휴식이 여성의 권리임을 강조하며 여성과 사측 모두 법으로 보장된 생리 휴식을 올바르게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관련 글을 게재함으로써 생리에 관한 기존의 통념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한 노력에도 호찌민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생리 휴식의 존재나 필요성에 대해 깊게 인지하고 있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생리통이나 생리대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모습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성에 보수적이고 개인의 문제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베트남 문화로 인해 여성의 생리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직은 어색해 보인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리대와 건강의 인과 관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고 여성들이 생리의 고충에 대해 쉽게 토로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었음을 상기해볼 때 현재 베트남에서 생리를 바라보는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런 변화의 끝에 베트남의 여성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생리 휴식을 누리게 되는 날이 머지않아 다가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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