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이태리 몽블랑터널 재개방 합의

대형차량 몰려 대기오염·소음공해 불보듯

대형 화물차량의 통행 증가로 인한 대기오염, 소음공해, 그리고 터널사고 등으로 알프스가 병들고 있다. 지금까지 알프스를 지키기 위해 전개된 다각적인 노력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몽블랑 터널 재개방 소식은 프랑스 내의 환경운동가 및 알프스를 아끼는 사람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알프스는 유럽 7 개국-프랑스, 이태리,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슬로베니아, 리히텐슈타인 공화국-에 걸쳐 있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악지대이다. 이 산악지대를 가로질러 유럽의 여러 지역들을 연결하는 도로 및 철도는 주로 터널로 연결돼 있다.

프랑스와 이태리를 연결하는 두 대표적인 터널이 바로 샤모니 계곡의 몽블랑 터널과 모리엔느 계곡의 프레쥐스 터널이다. 그 중 몽블랑 터널은 지난 1999년 3월 24일 39명의 인명을 앗아간 터널 내 화재 참사 이래 지금까지 폐쇄되어 왔다. 따라서 몽블랑 터널을 이용했던 트럭들까지 가세해 프레쥐스 터널을 통과하는 대형 차량의 수가 하루 6천대 이상에 이르러 모리엔느 지역 주민들은 대기오염과 소음공해의 심각한 피해자가 되었다.

게다가 지난달 24일 스위스의 고다르 터널 내에서 또 한 차례의 화재 참사(10월 30일 현재 11명 사망, 35명 실종)가 발생해 이 터널 역시 폐쇄되었다. 이제 프레쥐스 터널을 지나갈 대형 차량의 수는 하루에 9천에서 1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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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지역 보호를 위한 모임(ARSMB) 로고.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달 26일 프랑스 교통부 장관 장-끌로드 게쏘와 이태리 교통부 장관 피에트로 루나르디는 12월 15일부터 몽블랑 터널을 2단계에 걸쳐 다시 개방할 것을 합의했다. 우선 1단계로 일반 차량들의 터널 쌍방통행을 허용하고 몇 주 후에는 대형 차량들의 터널 통행을 허용하되, 차량 충돌을 막기 위해 모든 차량에게 일방통행만 허용하기로 했다. 물론 차간거리 유지, 차량속도 제한, 공기의 질 유지를 조건으로 한다.

하지만, 몽블랑 터널의 재개방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녹색당 대통령 후보인 노엘 마메르는 몽블랑 터널의 참사는 두 차량의 충돌로 빚어진 것이 아니라, 화재가 발생한 한 대의 트럭 때문이었음을 환기시키면서 “대형 차량에게 터널을 개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환경부 장관인 이브 꼬쉐는 터널 사고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대형차량의 지속적인 증가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몽블랑 지역 보호를 위한 모임(ARSMB)’과 ‘모리엔느에서 저항하자’와 같은 지역 연합들뿐만 아니라, ‘그린 피스’ ‘WWF’ ‘녹색당’ ‘혁명 공산당 리그’ 등은 대형차량의 터널 통행 전면 금지를 주장하면서 대안으로 피기백(화물을 실은 트레일러를 화차에 싣고 운송하는 철도와 도로의 협동 운송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 단체들은 10월 6일 사보아 지방의 셍-미셀-모리엔느의 국도에서 함께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몽블랑 터널 재개통 결정은 대형차량의 터널통행을 허용함으로써 근본적인 해결을 비껴갔다. WWF의 ‘지속시킬 수 있는 교통’ 프로그램 책임자인 장-스떼판 드비스는 ‘이윤경쟁’이 바로 대형 차량 터널 통행량을 증가시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터널 재개통 일정은 이태리 측의 경제적 이유로 가속화되었다. 이태리는 몽블랑 터널 폐쇄로 이미 50억 유로의 손실을 입었고 이번 고다르 터널 폐쇄로 30억 유로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프랑스와 이태리 교통부는 터널을 통과하는 대형 차량에 대해 오염비용를 포함시켜 통행세를 11%에서 18% 증가시키고, 2005년까지는 28%까지 통행세를 증가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2012년에는 리용과 뛰렝을 연결할 철도의 완성을 예고했다. 하지만 날로 증가하는 대형차량 행렬 앞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처방일 뿐이다. 과도한 이윤 경쟁을 방조하는 프랑스와 이태리 정부가 알프스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참고> WWF 정보지 2001년 10월호, ARSMB 사이트, 르몽드 10월 9일, 26일, 30일 자 기사

황보 신 프랑스 통신원/몽펠리에 III-폴 발레리 대학 철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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