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개헌] ⑨ 개헌안에 성평등·젠더 관점 담아야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개헌] ⑨ 개헌안에 성평등·젠더 관점 담아야
  •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18.03.27 10:54
  • 수정 2018-03-28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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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 바꾸기 위해

적극적 조치 포함한

실질적 성평등 실현

보장과 의무 신설해야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미투’(#Metoo)로 시작된 성폭력에 대한 폭로와 고발이 이제 ‘미투 운동’으로 확산되며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뿌리 깊은 성차별은 성별 불평등 구조를 단단하게 고착화시켜왔고, 여성들은 이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행동에 나섰다. 정치적 결정은 구체적인 정책적 결정에 의해 실현된다고 할 때, 동등대우(equal treatment),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 성주류화(gender-mainstreaming)라는 세 가지 정책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현행 헌법에는 국가 목표로서 성평등의 증진이 명시돼 있지 않다.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과 제32조 제4항에서 남녀 간의 기계적 차별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현행 헌법 제11조 제1항이 평등 개념을 모든 개인들의 ‘법 앞에서의 평등’으로 협소하게 규정하면서 소극적인 의미에서 차별 금지만을 규정하는 한계가 구체적인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다. 일반적 평등권은 모든 인간에게 제대로 실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차별과 젠더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심각한 상황임을 지난 촛불광장에 이어 최근의 미투 운동의 물결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적 평등권 조항과 별도로 현존하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조치들을 강구해야 할 책무를 포함해, 실질적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책무조항의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성평등은 평등의 출발’이라고 하면서 성평등 실현을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웠다.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때임에도 단순히 여성을 하나의 동질집단으로 묶어 사회적 약자와 동일시하는 태도는 성평등 가치에 대한 접근을 하지 않으려는 허구적인 구호일 뿐이다.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CEDAW)’ 제4조는 성평등을 위한 임시조치들을 권장하고 있고, CEDAW 제4조에 관한 유엔 일반 권고 제25호에서는 그러한 특별한 보호 혹은 적극적 조치들을 ‘자원의 분배 및/또는 재분배, 우선적 처우, 대상 할당 채용, 고용, 승진, 시한을 정한 수치 목표, 할당제 등 구제 또는 지원 프로그램과 같이 광범위한 입법, 집행, 행정 및 기타 규제적 규범, 정책 및 관행’과 같은 조치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 성평등 실현 과제는 제70차 유엔 총회에서 세계 변혁의 필요성과 이행의 과정에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2030 어젠다’의 17개의 지속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관통하는 주요의제로 이제는 성평등의 가치가 민주주의 실현에서 중요한 의제임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 개헌한 나라들에는 ‘성평등’이 독립규정으로 들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기본권헌장에서도 고용, 노동, 임금에서의 성평등을 규정하고 있다

성차별 문제는 한국사회의 불평등의 중심축이다. 성불평등한 젠더 권력관계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과잉된 남성지배를 해체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포함한 실질적 성평등 실현·보장 의무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선언적인 내용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성차별로 인한 피해는 인구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사안이지만 성평등 실현이 아직도 너무나 먼 상황에서 다른 영역보다 보장할 필요성이 크고 시급하다. ‘성평등’이 일반적 평등권 속에 포함돼 있어 차별금지에 그치고, 이는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누적된 차별의 결과와 성별 고정관념이 여전히 남아있는 현실 여건 속에서, 국가의 정책 및 재정 집행 효과가 성불평등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규범화할 필요가 있다.

여성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제기 속에서 성평등 개헌을 위한 국회 청원이 있었고, 최근 대통령 개헌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대통령 개헌안은 젠더는 실종된 채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 노력 의무 신설’만으로 어떻게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적극적 조치를 포함한 실질적 성평등 실현 보장과 의무를 신설해 헌법에 명기해야 만 ‘내 삶이 바뀌는 개헌’이 될 것이다. 진정으로 이번 개헌이 여성의 삶이 바뀌는 헌법, 성평등 가치와 젠더 관점이 반영된 ‘최초’의 헌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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