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제62차 연례총회 폐막

전세계 16억 극빈자 중

대다수는 농촌 여성

경제, 교육, 보건, IT 등

각 분야에서 소외 

동등한 재산권, 교육격차 해소,

재정지원 등 구체적 행동지침

포함한 합의안 도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제62차 연례총회 폐막식에서 합의안 도출에 성공하고 기뻐하는 참가자들. ⓒUN Women/Ryan Brown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제62차 연례총회 폐막식에서 합의안 도출에 성공하고 기뻐하는 참가자들. ⓒUN Women/Ryan Brown

성평등과 여성문제를 논의하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회의인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제62차 연례총회가 지난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막을 내렸다. 세계 곳곳에서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번 총회에는 170개 회원국과 600여 개 시민단체에서 작년보다 많은 4300여 명이 참가해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12일 개막 연설에서 ‘미투(MeToo)’와 ‘타임스업(Time’s Up)’, ‘때는 지금이다’(Time is Now) 캠페인을 인용하고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사연을 공유하며 중요하고 필요한 담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가부장제와 차별이 남긴 해로운 유산이 우리시대의 가장 큰 인권 과제이며 여성을 위한 진보는 차별과 폭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불평등한 권력 지형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총회의 주제는 ‘성평등 달성을 위한 기회와 도전, 농촌 여성과 소녀를 위한 지원책’으로 오랫동안 소외됐던 농촌 여성들의 인권에 초점을 맞췄다.

전 세계 16억의 인구가 여전히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오늘날, 극빈자 층의 80%는 농촌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이들 중 많은 수가 여성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하는 여성의 약 3분의 1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 중 대다수가 적은 임금과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며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유엔 여성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남부 아시아와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 농업인구의 60%, 기타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에선 30%가 여성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토지 소유권자 중 여성의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농촌지역 여성들의 문제는 경제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교육, 보건, 정보통신(IT), 사회간접자본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소외되고 있는 점이다. 농촌 여성의 절반 이상이 글을 읽고 쓰지 못해 직업 선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출산 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도시 여성보다 38% 부족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높다. 일부 아프리카와 남미, 카리브 해 국가에 남아있는 조혼의 비율도 도시보다 농촌에서 2배 이상 높다. 안전한 식수를 접할 수 있는 농촌 여성의 비율은 20%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농촌 지역에서 식수를 확보하는 책임은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다.

 

모링가 재배에 몰두하고 있는 기니의 여성 농민. ⓒUN Women/Joe Saade
모링가 재배에 몰두하고 있는 기니의 여성 농민. ⓒUN Women/Joe Saade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토지 증서를 받고 기뻐하는 파키스탄 여성 농민. ⓒUN Women/Faria Salman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토지 증서를 받고 기뻐하는 파키스탄 여성 농민. ⓒUN Women/Faria Salman

이번 총회에서 유엔 여성은 “여성 농민의 권한강화는 많은 영역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여성 농민 지원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다. 아프리카 기니에서는 모링가 재배 협동조합을 통해 여성 농민들이 수입을 얻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마을을 함께 발전시켰고 르완다에서는 휴대폰 지원사업을 통해 농민들이 날씨나 가격 변화에 미리 대응할 수 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했다. 파키스탄에서는 토지 소유권이 없는 여성들이 권리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인도에서는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들이 폭력과 인신매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산파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산모 및 태아 사망률을 낮추는데 기여했다.

12일간 계속된 CSW 연례총회는 양성평등과 농촌 지역 여성들의 권한 강화를 위한 합의안을 채택하며 막을 내렸다. 합의안에는 토지와 재산, 유산 등에서 남녀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차별적인 법률 개정, 중등 및 고등 교육의 성 격차를 없애기 위한 교육환경 개선, 농촌 여성들의 무보수 돌봄 노동 과중을 줄이기 위한 시설과 돌봄 서비스 확충,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일자리 및 동등한 의사결정 참여 확보, 안전한 식수와 위생시설, 네트워크 등 필수적인 사회간접시설과 기술의 확충, 여성 농민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 등의 행동지침이 포함됐다.

품질레 음람보-응구카 유엔 여성 총재는 폐막 연설에서 “이번 합의안은 농촌 지역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평등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변화를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파트너들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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