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가수 지현

“내(네) 손끝이 내(네) 온몸을 따스하게 부드럽게 아∼

내(네) 온몸에 숨어있는 내(네) 기쁨을 내(네) 환희를 아∼

붉어지는 내(네) 입술을 부드럽게 촉촉하게 아∼”

지난 고정희 10주기 여성문화축제 ‘개구우먼’에서 부드러운 몸짓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르던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을 잊지 못한다. 박박 밀어버린 머리와 코 피어싱의 외모가 던져주는 기호로도 ‘충분히’ 전복적인 그가 <마스터베이션>을 노래하더니 “아저씨 그 다리 좀 오므려요. 아저씨 그 신문 좀 접어봐요. 후끈거리는 허벅지 역겨워서 토하겠어. 펄럭거리는 신문지 내 신경을 끊고 있어”라며 <아저씨 싫어>를 외쳤다. 즐겁고 강렬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다소 곤란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여러 공연을 하면서 함께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 힘 받았다.” 는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과 그의 음악, 페미니즘, 고민 등을 얘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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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긴 많이 들었을텐데…. 왜 굳이 자신을‘페미니스트 가수’라고 이름 붙이는가. 불편하지 않은가.

“1997년부터 페미니스트 가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페미니즘은 내 자신의 정체성이다. 사실 집에서는 나의 페미니즘적 정체성을 방해받을 어떠한 요소도 없었다. 밖에서 조금 불편했는데… 사람들이 나를 규정해서 자유롭지 않은 적은 있었다. 또 자본과 이야기할 때 힘들다.”

-자본과 이야기 할 때?

“가수니까 음반을 제작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주류 제작사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우선 외모부터 자기네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꺼려한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가수라는 명칭을 꼭 사용해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한다.

나 스스로는 충분히 상품이 ‘될 것’같은데 그 사람들이 볼 때는 영 아닌 모양이다.”

-머리는 왜 잘랐는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할 때마다 참 힘들었다. 머리를 밀어버리고 나니 성추행을 당하지 않는다(웃음). 한국에서 여자들이 머리칼에 대해 집착같은 걸 갖고 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를 때마다 오히려 미용사가 부담스러워 한다. 당분간 이 머리스타일을 유지할 생각이다. (그는 <언니네>와의 인터뷰에서 “머리를 자르고 나니 전투력이 증강된 것 같다”고 말했었다.)”

-음악으로 어떤 페미니즘을 말하고 싶은가.

“난 페미니즘에도 여러 빛깔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색깔이 기존의 페미니스트에게는 또 다른 빛깔로, 또 아직 여성주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과 관심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난 여성들의 무장해제를 바란다. 심각한 것보다 가볍고 재미있게 노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여성들이 성적 콤플렉스를 벗고 유희에 익숙해졌으면 한다. <마스터베이션>같은 노래는 그래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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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적 음악 형식은 고민해 보았는가.

“록이나 랩 등 그동안 남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음악 장르를 여성들이 실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스스로도 그런 충분한 실험 후에 더 풍요로운 음악을 만들고 싶다.”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게 된 과정을 얘기해 달라.

“어릴 때 또하나의 문화 연극팀을 하면서 재미있게 보냈다. 그러나 97년 처음 소위 여성운동판에 발을 디뎠을 때 감수성이나 문화적으로 낯설었다. 난 자매애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도와주고 충분히 애정을 주는 자매애를 느끼고 싶다. 그곳 아니면 노래할 장이 없는 사람들은 더 챙겨주어야 한다.”

여성주의자들에겐 다양함으로

여성주의를 모르는 사람에겐

새로움으로 받아들여졌으면…

-11월 23일 공연을 앞두고 있다.

“<보랏물 들이기>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준비중이다. 여성주의 색깔로 일컬어지는 보라색을 기본으로 각각 느낌을 달리하는 붉은 보라, 연보라, 보라에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는 공연이 될 것이다. 관객과 내가 서로 자매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계획은.

“우선 멋진 노래를 만드는 훌륭한 가수가 되고싶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여성주의 혹은 여성 뮤지션들을 위한 페스티벌을 열어보고 싶고 소녀들의 록 페스티벌도 ‘지현&Company’(그와 친구들 셋이 만든 아주 작은 기획사다)를 통해 기획해보고 싶다”

음반 제작비 후원금 모금

지현의 공연 <보랏물 들이기>는 오는 11월 23일 오후 7시 30분과 다음날 오후 3시, 7시 30분 세 번 있을 예정. 대학로의 ‘안토니아스 라인’에서 열릴 이번 공연은 매 공연마다 컨셉을 가지고 여성들의 자매애를 돈독히 하고 여성뮤지션들의 계보와 역사를 만드는 자리로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그의 노래를 아끼고 여성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음반을 제작하려 한다. 이 땅의 여성주의 뮤지션으로 서려는 그의 음악적 토양을 만드는 데 동참할 기회이다. 1구좌에 5만원이다. 문의는 지현&Company로 하면 된다.

016-699-4970(박진창아).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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