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세계 극우주의의 약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세계 극우주의의 약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8.03.21 15:17
  • 수정 2018-03-25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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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이탈리아 총선에서 오성운동당, 리그당이 승리를 거뒀다. 선거 결과는 매우 재미있는 양상을 보여준다. 중남부에서는 오성운동당이 장악했고, 리그당은 중북부지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남쪽은 실업율, 빈곤율, 교육수준이 낮은 곳으로 소득 수준이 이탈리아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다. 기존 정당들에 반기를 든 저소득층이 오성운동당에 몰표를 던진 것이다. 리그당이 승리한 북부 지역은 전통적으로 제조산업, 패션산업, 그리고 관광산업이 강한 곳이라 부유층과 중산층이 많은 곳이다. 교육수준도 남부보다 훨씬 높고 소득 수준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인종주의에 편승한 선거운동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선거기간 내내 “백인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이민자들을 기생충군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탈리아 중산층도 환호했고, 저소득층도 박수를 보냈다. “이탈리아 우선주의”도 구호 중 하나였다. 어디서 많이 듣던 용어다. 두 정당들이 겨냥한 유권자는 달랐지만 메시지는 같았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유엔(UN) 행복지표 비교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에서도 극우 정당이 강세다. 일자리를 찾아 이탈리아를 떠나는 젊은이들의 엑소더스도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탄탄하다. 소득도 평준화돼 소득격차가 가장 낮은 나라들이다. 그런데도 극우포퓰리즘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왜 그럴까?

덴마크 국민당(Dansk folkeparti)은 덴마크우선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다. 노르웨이의 극우정당인 전진당(Fremskriitspartiet)은 반이민정책과 노르웨이 순혈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스웨덴의 스웨덴민주당(Sverigedemokrat)도 같은 노선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핀란드의 진짜핀란드당 (Perussuomalaiset)은 이름에서부터 알아볼 수 있다. “America First”의 북유럽판이다. 이들 정당들은 제2당과 3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언제가 제1당으로도 올라설 기세다.

지난 주 스웨덴 여론을 뜨겁게 달궈 논쟁이 있었다. 벡쉐(Växjö) 시의 이슬람사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예배를 알리는 스피커방송을 허락해 달라고 경찰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것이 발단이었다. 스웨덴 교회 주교는 이슬람교의 예배행위의 일부라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경찰에 전달했다. 뉴스에 방송되자 즉각 스웨덴 정당들과 여론에 논쟁의 불씨를 댕겼다. 기독민주당은 스웨덴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개인생활불침해권을 들고 즉각 반대했다. 집권연립당인 사민당과 녹색당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벡쉐주교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지지선언을 했다. 극우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웨덴의 가치와 전통, 문화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행위라고 금지법을 만들자고 나섰다. 한 주동안 SNS와 뉴스를 장식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이 기간 동안 가장 관심을 받은 단어는 ‘스웨덴문화’였다. 기독교적 전통을 강조하는 스웨덴의평등문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었다. 문화는 언어, 전통, 역사, 그리고 공동의 가치를 담고 있는 표현이다. 이 단어는 평상시에는 잊혀져 있다가도 중요한 시기에는 다시 되돌아 오는 복고풍 유행처럼 언제나 국민의 폭발적 관심을 받는다. 복고풍 문화는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있다. 언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막연히 현실이 불안하고 위기감을 느낄 때, 국가의 자존심이 손상될 때 문화는 국민을 하나로 묶는 촉매제가 된다. 외국인 많이 들어와 취직이 어렵고 범죄율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할 때 ‘우리문화’와 ‘그들 문화’로 2분화 한다 . 지배층의 행태에 환멸을 느낄 때 향수병을 넘어 더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강한 지도자를 찾는 이유다.

현재 세계를 휩쓸고 있는 극우주의는 민족우월주의와 국가우선주의가 결합된 형태다. 두 개를 합한 것이 바로 인종민족주의다. 2차대전 이후 인종민족주의를 대체한 것이 국가민족주의였다. 냉전시대에는 국가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진영논리가 주류를 이뤘다. 민주진영과 공산진영의 대립은 국가민족주의를 지탱해 주는 힘이었다. 갑자기 공산진영이 몰락하면서 민주진영에서는 축배를 들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책 ‘역사의 종말’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적었다. 하지만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주의의 확산 현상은 이성적 경쟁과 다원주의 기능의 이상 작동현상에 그 원인이 있다.

민주적 국가민족주의는 국가의 헌법적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다. 인종, 언어, 문화보다 평등, 자유, 국민주권이라는 가치를 내세운다. 하지만 민주적 국가민족주의는 국가가 중대한 도전을 받을 때 마다 조금씩 약화되어 왔다. 2008년 세계재정 위기는 국가민족주의에 큰 변환점을 안겨줬다. 국가부도 사태에 처한 그리스가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독일을 향해 나치정권의 망령이 다시 살아났다고 공격한 것이 한 예다. 바로 독일 민족주의라는 화약고에 불을 당긴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극우주의는 인종우선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화와 국가우선주의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인종우월주의를 위장하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 공동체를 박차고 나와 홀로 자국의 보호무역을 통해 국가이익을 극대화시키려고 한다.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역사적 패러다임의 변곡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국가생존 차원에서 치열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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