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 빠진 청년 일자리 대책
‘청년여성’ 빠진 청년 일자리 대책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3.20 18:12
  • 수정 2018-03-25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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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룰·면접 미투 등

여성 ‘취업 위기’ 확산

남성과 같은 조건이어도

일자리의 질 낮아

‘청년남성’이 기준인

일자리 대책으론 안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부가 15일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에 ‘청년여성’을 위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재정 투입과 세금 감면을 통해 청년들이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하게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미스매칭이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취업 자체가 어려운 청년여성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여성 일자리 대책’에도 청년여성 맞춤형 대책은 없었다.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일·가정 양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입직 때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청년여성은 ‘청년’과 ‘여성’ 사이에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는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을 통해 2021년까지 18만~22만명의 추가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세대(1979~1992년생) 39만명이 노동시장 진입하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으로 청년실업률을 8% 이하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예산, 금융, 세제, 규제 완화 모든 부분 망라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표현할 만큼 이번 대책에는 중소기업에 새로 취업하는 청년을 늘리는 위한 정책이 담겨 있다. 그러나 가능한 모든 정책이 망라된 이번 대책에서 청년여성을 위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대책에서 청년여성 관련이라곤 ‘지역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중 하나로 언급된 ‘여성안심보안관’과 직장 성희롱 근절 대책뿐이었다. 직장 성희롱 근절 대책의 경우, 지난 2월 27일과 3월 8일 각각 발표된 대책을 실행하겠다는 이행하겠다는 다짐이 주 내용이다. 청년 일자리 대책에 청년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이자 청년으로서 이중 차별을 겪고 있다. 좁은 취업문을 뚫는 것은 대다수 청년이 겪는 어려움이지만, 청년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동시장 진입 때부터 채용 차별을 겪어야 한다. 실제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면접에서 ‘여성은 육아·출산 등으로 업무가 단절된다’며 여성 지원자 점수를 조작해 7명을 떨어뜨린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펜스룰’이라 불리는 직장 내 성차별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지며 청년여성들을 일터에서 몰아내는데 한몫하고 있다.

흔히 20대 청년여성 고용률이 남성보다 높다고 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재학 기간이 짧기 때문에 학력별로 집단을 나눠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를 보면 대졸 남성 취업률은 69%로 여성(66.4%)보다 2.6%포인트 높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하는 첫 일자리에서부터 성별 차이는 벌어진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대졸 청년의 성별 일자리의 질 비교’ 보고서를 보면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184만4000원으로 남성(210만7000원)보다 26만3000원 적다. 정규직만 보면 차이는 줄지만 여전히 경우 여성은 190만1000원으로 남성(214만5000원)보다 월 평균 24만4000원 덜 받는다.

같은 직장에 다니더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보조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에서 요구하는 교육 수준이 자신의 교육 수준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은 11.6%, 여성은 16.1%였다. 대기업에 다니더라도 업무에서 요구하는 교육 수준이 자신의 교육 수준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은 9%였으나, 여자는 23.9%에 달했다. 첫 일자리에서 시작된 성별 차이는 이후 여성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고, 경력단절까지 경험한다면 좁힐 수 있는 격차로 벌어지게 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청년분과위원인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청년일자리 점검 회의 때도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받는 채용상 차별부터 유리천장, 성희롱 등을 다각도로 다뤄달라’고 발언했지만, 이번 대책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여성은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청년’과 ‘여성’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표는 “일자리위원회 청년분과에서도 청년여성은 여성분과에서 다뤄야 한다고 하고, 여성분과에선 청년분과에서 다뤄야 한다고 서로 미루는 상황”이라며 “이번 대책에 군장병 취·창업 지원이 포함된 것이 국방부와 고용노동부와 협업해 이뤄낸 것처럼 청년여성도 젠더적 시각으로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 문제를 ‘청년남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위원회 여성분과위원인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도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여성 일자리 대책’에도 청년여성 관련 정책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빠져 있다”며 “일자리위원회에서 민간 영역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여성, 비정규직, 미조직 부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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