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스타트업] 3년 전 주부에서 기업 대표로 “생활 속 불편함 개선하려 창업”
[W스타트업] 3년 전 주부에서 기업 대표로 “생활 속 불편함 개선하려 창업”
  • 이유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3.20 09:10
  • 수정 2018-03-29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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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벤처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정은경 리빙스텝 대표가 곰팡이 제거 제품인 매직시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벤처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정은경 리빙스텝 대표가 곰팡이 제거 제품인 매직시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정은경 리빙스텝 대표 

청소 중 떠오른 아이디어로 제품 발명    

창업서 발명은 첫 단계에 불과  


여성벤처협회, 여성발명협회 등 도움

‘간편 생활 전문 브랜드화’ 목표 

청소 중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어 제품을 만들고 사업화까지 한 사람이 있다. 생활용품 전문 기업 ‘리빙스텝’ 정은경 대표의 이야기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벤처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화장실, 베란다의 곰팡이와 묵은 때를 청소하기 위해서는 세제를 적신 휴지를 뭉쳐 청소 부위에 올려놓거나 팔이 아플 정도로 문질러야 했다”며 “리빙스텝의 ‘매직시트’는 이러한 불편함과 고민에서부터 시작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3년 전 평범한 주부였던 정 대표가 발명한 매직시트는 부착만으로도 쉽게 곰팡이 제거가 가능한 청소 시트다. 욕실 곰팡이를 포함한 찌든때, 기름때, 실리콘 곰팡이 등을 힘들게 문지르지 않고 액상 세제를 적셔서 붙이는 것만으로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제거할 수 있다. 일반 브러시로 닦으면 세제 잔여물이 남거나 세제 유해가스 흡입 위험이 있지만, 매직시트를 사용하면 세제 잔여물이 남지 않고 매직시트만의 증발 방지막으로 유해가스를 줄일 수도 있다. 

매직시트는 ‘꼭 문질러야 청소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시트를 붙여 곰팡이를 제거해야겠다는 것이 정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정 대표는 “보통 집 안에 있는 곰팡이나 찌든 때는 세제로 한 번 뿌리면 표면만 없어진다. 안에 있는 뿌리까지 없애려면 4시간 정도 세제에 노출돼야 하는데 이 때문에 많은 분이 세제를 오래 노출하기 위해 휴지에 뿌려 사용한다”며 “매직시트로는 한 번만 붙이면 끝나고 곰팡이 재발생 빈도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확장시킬 수 있던 계기는 2015년 열린 ‘생활발명코리아’였다.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여성발명협회가 주관하는 생활발명코리아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상품화가 쉬운 생활발명을 발굴하고 출원, 디자인, 시제품제작을 지원해 지식재산 기반의 여성창업을 촉진하는 사업이다. 한국특허정보원에서 10년간 일하며 자연스럽게 접했던 정보였기에 거창한 포부보다는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었다. 특히 평소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해두던 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

“아이를 키우느라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고 경력이 단절됐어요. 중간에 취업을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죠. 고용 제의가 와도 출퇴근 시간이 안 맞아 거절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생활발명코리아에 선정되면 다양한 사업 관련 지원을 해준다니 귀가 솔깃했죠. ‘사업화가 될까’ 의문도 들었지만 선정 단계를 거치며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확신을 갖게 됐어요.”

 

정은경 대표가 발명한 어린이 샴푸의자 겸 발판 ‘샴푸스텝’. 경사면을 만들고 그 끝에 홈을 파 머리를 감길 수 있도록 했으며, 경사면 각도를 조절해 세면대 발판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여성발명협회
정은경 대표가 발명한 어린이 샴푸의자 겸 발판 ‘샴푸스텝’. 경사면을 만들고 그 끝에 홈을 파 머리를 감길 수 있도록 했으며, 경사면 각도를 조절해 세면대 발판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여성발명협회

정 대표는 이곳에 평소 생각해 둔 아이디어를 등록했다. 그중 하나였던 어린이 샴푸의자 겸 발판 ‘샴푸스텝’이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머리를 쉽게 감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상품이었다. 경사면을 만들고 그 끝에 홈을 파 머리를 감길 수 있도록 했다. 성장에 따라 의자 위치를 조절할 수 있고, 아이가 혼자 손을 씻을 수 있을 땐 경사면 각도를 조절해 세면대 발판으로 이용할 수 있다. 2015년 7월부터 약 4개월간 멘토단의 도움으로 아이디어를 고도화시켰고 시제품 제작과 특허 출원을 진행했다. 이 제품으로 2015 생활발명코리아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 2016 세계여성발명대회 금상까지 받았다.

멘토단의 평가대로 아이디어는 완벽했다. 그러나 완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의 현실은 가시밭길이었다. “샴푸스텝은 장기전이었어요. 플라스틱 제품을 찍어내는 틀이 필요한데 억 단위가 넘어가더라고요. 수정하는데도 돈이 들었어요. 아이디어, 시제품을 상품화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생산한다는 게 완전 다른 이야기구나 깨닫는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공장 미팅만 1년 가까이 했던 것 같아요.”

 

붙이는 곰팡이 제거제 매직시트 ⓒ리빙스텝
붙이는 곰팡이 제거제 매직시트 ⓒ리빙스텝

빠른 결정을 내려야 했다. 생산성이 명확한 매직시트를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매직시트 또한 발명 이후의 모든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죠. 생산업체를 찾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네이버에 일일이 검색해서 다 전화를 돌렸어요. 몇 군데 혹시 될 만한 곳은 직접 방문해보기도 하고요. 유통 과정도 힘들었어요.”

2016년 4월 사업자 등록을 마친 리빙스텝은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아 차차 자리를 잡아갔다. 한국여성발명협회가 시작이었고,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다양한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또 여성발명·기업인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몇몇 기업과는 협업을 하기도 했다. 고군분투 끝에 결국 지난해 6월 당당히 매직시트를 선보일 수 있었다. 리빙스텝은 현재 정 대표를 비롯해 직원 1명을 둔 소기업이다. 

 

정은경 리빙스텝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은경 리빙스텝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 대표의 노력과 애정이 듬뿍 담겨서일까. 제품은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40대 전후의 여성이 주 고객으로 80%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리조트나 소형 숙박업소 등에서도 대량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겨울 동안 부진했던 판매량은 봄맞이 청소 시즌과 맞물리면서 생산된 재고들이 한 번에 완판되는 현상을 겪고 있다. 정 대표는 “‘지인이 직접 써보고 추천해서 구매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창업을 돈이 많은 사람이나 경력이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셔도 될 것 같아요. 저 같은 아줌마도 했으니까요. 대신 시작만 하면 잘 될 거란 생각보다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오랜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는 각오를 하고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리빙스텝 또한 좋은 상품을 실천해 보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로 키워내는 게 제 목표입니다.”

정 대표는 “리빙스텝의 모토는 ‘간편생활 전문 브랜드화’”라며 “욕실에서 샤워를 한 후에 머리카락을 쉽게 청소할 순 없을까?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 손에 묻지 않고 버리는 방법은 없을까? 청소할 때마다 항상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은 매직시트만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대표 약력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졸 △홍익대학교 대학원 지식재산학과 수료 △전 한국특허정보원 선임(특허분석 및 컨설팅) △현 주식회사 리빙스텝 대표 수상내역 △2015 생활발명코리아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수상 △2016 세계여성발명대회 금상 수상 △2017 세계여성발명대회 금상, 동상 및 특별상 수상 활동내역 △현대자동차 엔진 및 변속기 특허전략 자문 및 컨설팅 △전 태양열기술연구회 연구위원(2006~2008) △전 특허자문위원(지열인력양성센터 외 다수) △전 한국표준협회 국가품질센터 책임전문위원 △창업자 멘토(성균관대학교, 2017~)

정은경 대표가 도움받은 여성단체들

한국여성발명협회 ‘생활발명코리아’

특허청과 한국여성발명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생활발명코리아’는 여성의 시장성 있는 생활밀착형 제품 아이디어를 선정해 지식재산권 출원, 시제품제작, 멘토링 및 컨설팅 등 초기 창업에 필요한 지원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대한민국 거주 여성이라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다. ‘부문 1’에는 지식재산권으로 출원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부문 2’에는 지식재산권으로 출원했지만 제품화된 적이 없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된다. 최고 아이디어로 선정된 지원자에게는 대통령상과 함께 발명 장려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접수는 4월 5일까지 생활발명코리아 사이트에서 하면 된다.

한국여성벤처협회 ‘여성특화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한국여성벤처협회는 여성 1인 창조기업의 발굴과 전략적인 육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여성특화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지정을 받아 지난해 7월 27일 정식 오픈했다. 모집대상은 여성 1인 창조기업과 3개월 이내 창업이 가능한 예비 창업자다. 지원 내용은 최소 6개월(6개월 포함 최대 2년까지 연장 가능) 1인실 15석(공용실 5석), 입주비용 일부 지원. 여성특화교육 및 여성벤처 CEO 멘토링 등 네트워킹, 선택형 사업비 지원(특허출원, 전시회, 홈페이지 제작 등), 선도벤처연계 창업지원사업 등 창업 및 R&D 정부과제 연계(전문),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원 혜택(법률, 회계 등 전문서비스 할인, 판로 개척) 등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여성기업 인증’

여성기업 인증을 받으면 공공기관의 여성기업제품 우선구매, 경쟁 입찰 시 도움 등 관련 정책을 지원받을 수 있다. 확인서를 신청하면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이하 여경협) 각 지회가 서면조사를 통해 여성대표가 실제 해당 기업을 소유했는지 조사한다. 여성대표의 경영 여부도 직접 방문해 확인한다. 이후 지방중소기업청에서 현장실사 결과를 검토해 확인서를 발급한다. 유효기간은 확인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여성기업 확인을 받은 기업은 1만172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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