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자들 “#미투 운동 보도, 젠더 관점 부족하다”
언론학자들 “#미투 운동 보도, 젠더 관점 부족하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3.19 14:08
  • 수정 2018-03-21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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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언론학자 109명 성명서

남성 중심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성폭력 보도 지적

 

340여개 여성‧노동‧시민단체들과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16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40여개 여성‧노동‧시민단체들과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16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언론학자들이 ‘미투’(#Metoo) 운동을 다룬 보도가 피해자 인권침해를 방조하거나 2차 피해를 일으키는 등 저널리즘 윤리가 지켜지지 않고 젠더 관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회원 109명은 19일 성명서를 내고 “언론은 미투 운동을 제대로 보도해 사회 변화를 끌어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갖는다”며 “미투 운동을 보도하는 보도 태도를 다시 한번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학자들은 언론에 △피해자 인권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 △성폭력에 대한 남성 중심적 통념에서 벗어나 젠더 폭력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이해,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자세에 기초한 취재·보도 △언론의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에 대한 성찰과 실효성 있는 성평등 교육 기구 운영 등을 요구했다.

학자들은 성명서에서 “성폭력 사건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피해자 보호”라고 강조하며 “사실 전달이라는 명목으로 피해 사실 묘사에 집중하거나, 피해자 발언에만 의존하거나, 피해자 사진과 영상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현재의 보도 관행 속에서 언론이 피해자 보호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가 직접 출연하는 생방송 인터뷰에 대해서는 “피해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대중을 상대로 오롯이 져야 하므로 인터뷰 후 심각한 2차 피해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의 성폭력 보도는 남성 중심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투 운동, 즉 피해자의 말하기 ‘때문에’ 관련 업계가 피해를 보거나 가해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방식의 보도, ‘펜스룰’처럼 직장 내 성차별을 공고하게 만드는 대응을 ‘미투 운동 때문에’ 생긴 새로운 풍토로 소개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보도들은 여전히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그 책임을 여성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젠더 폭력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피해자 공감이 결여된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 한국 언론이 (여성) 인권에 대한 의제설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미투’ 운동 보도에 대한 성찰과 변화를 촉구한다

미투(#Metoo) 운동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발화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그 폭력적 민낯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물결을 이룰 만큼 이 운동이 대중적 지지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언론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분석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사건에 관한 단순 중계식 기사에 몰두함으로써 피해자 인권침해를 방조하고 2차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소속 연구자들은 우리 언론이 좀 더 나은 보도로 젠더폭력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피해자 인권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성폭력 사건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피해자 보호다. 사실 전달이라는 명목 하에 피해 사실 묘사에 집중하거나, 피해자 발언에만 의존하거나, 피해자 사진과 영상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현재의 보도 관행 속에서 언론이 피해자 보호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특히 피해자가 직접 출연하는 생방송 인터뷰의 경우, 피해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대중을 상대로 오롯이 져야 하므로 인터뷰 후 심각한 2차 피해를 초래했다. 보도 기사에서도 피해자의 의사에 反하여 특종을 잡기 위해 비공개자료를 입수하고 보도하는 언론의 구태는 선정주의의 늪에 빠진 우리 언론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관행 속에 피해자의 인권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 언론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보도 이후 피해자가 감당하게 될 법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려다. 언론 보도로 인해 불필요한 2차 피해가 생겨나지 않도록 취재 및 보도 전반에서 보다 세심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2. 성폭력에 대한 남성 중심적 통념에서 벗어나 젠더 폭력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이해,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자세에 기초한 취재/보도를 해야 한다

미투 운동은 폭력과 혐오가 난무하는 지금의 현실에 맞서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바꿔내기 위한 여성들의 처절한 절규다. 고통 속에서 미래를 말하는 이 운동이 진정한 사회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책임감 있는 언론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언론의 성폭력 보도는 남성중심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투 운동 즉 피해자의 말하기 ‘때문에’ 관련 업계가 피해를 보거나 가해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방식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또한 ‘펜스룰’처럼 직장 내 성차별을 공고하게 만드는 대응을 ‘미투 운동 때문에’ 생긴 새로운 풍토로 소개하는 등, 언론 보도는 여전히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그 책임을 여성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젠더 폭력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결여된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 한국 언론이 (여성) 인권에 대한 의제설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를 요구한다.

3. 언론의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에 대한 성찰과 실효성 있는 성평등 교육 기구 운영을 요구한다

언론은 이제 성폭력 범죄 해결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고 성평등한 미래를 앞당겨 실현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에 대한 모색에 앞장서야 한다. 미투 운동이 요구하는 것은 성폭력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문화에 대한 성찰과 변화이며, 언론계 역시 그로부터 예외는 아니다. 언론이 보도·취재 과정에서 젠더 민감성을 높일 수 있도록 언론인에 대한 재교육 역시 필요하다. 각 언론사와 언론단체 그리고 관련 정부 기관에 젠더 폭력, 인권 피해에 대한 보도 전담 모니터링 및 성평등 교육 기구 신설 및 기존 기구의 실효성 있는 운영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8년 03월 19일

제19대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회원

강은아(젠더와예술문화연구원), 곽현자(서울대), 권지현(동의대), 김경희(한림대), 김명혜(동의대), 김미라(서울여대), 김미희(성균관대), 김민정(한국외대), 김설아(건국대), 김세은(강원대), 김소형(성균관대), 김송희(전남대), 김수미(고려대), 김수아(서울대), 김수정(충남대), 김수정(중앙대), 김숙현(연세대), 김영주(한국언론진흥재단), 김영지(동아대), 김영찬(한국외대), 김예란(광운대), 김유정(수원대), 김은미(서울대), 김은영(이화여대), 김은준(대전보건대), 김은진(부산대), 김정숙(백제예술대), 김주희(부경대), 김진희(포스텍), 김해원(이화여대), 김현경(베를린자유대), 김형신(연세대), 김훈순(이화여대), 김희진(연세대), 나미수(전북대), 박동숙(이화여대), 박선희(조선대), 박승현(한림대), 박신영(대구가톨릭대), 박아란(한국언론진흥재단), 박은희(대진대), 박주연(한국외대), 박지영(서울대), 박현순(성균관대), 백강희(한국외대), 백미숙(서울대), 설진아(방송통신대), 손승혜(세종대), 신정아(한국외대), 심재웅(숙명여대), 안정임(서울여대), 양정애(한국언론진흥재단), 양정혜(계명대), 오현주(한국외대), 우지운(고려대), 원숙경(동의대), 유세경(이화여대), 윤복실(성균관대), 윤태진(연세대), 이경숙(고려사이버대), 이귀옥(세종대), 이나영(중앙대), 이동후(인천대), 이미나(숙명여대), 이상길(연세대), 이설희(용인대), 이소현(한양대), 이숙정(중앙대), 이영주(서울과기대), 이은순(부경대), 이은주(서강대), 이재원(이화여대), 이종숙(고려대), 이종수(한양대), 이종임(한국외대), 이창현(국민대), 이희은(조선대), 임소연(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장윤재(서울여대), 장은미(서강대), 전경란(동의대), 정기현(한신대), 정사강(이화여대), 정선호(한림대), 정수영(성균관대), 정영희(고려대), 정은령(서울대), 정인숙 (가천대), 정회경(서울미디어대학원대), 조수선(대진대), 조영한(한국외대), 진민정(저널리즘학연구소), 채석진(성공회대), 최선영(이화여대), 최숙(한국외대), 최윤정(이화여대), 최은경(성공회대), 최이숙(동아대), 최지선(서강대), 최지향(이화여대), 하효숙(서강대), 한선(호남대), 한희정(국민대), 홍남희(연세대), 홍석경(서울대), 홍숙영(한세대), 홍종윤(충남대), 홍지아(경희대), 황하성(동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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