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O양, 백양, J양, T양… 수익을 위해서는 인권침해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 스포츠 신문들의 희생양 만들기. 과연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지…

이른바 ‘만경대 필화사건’이 일어난 이후 지난 3개월 동안은 여러 가지 기이한 만남의 연속이었다. 왜 이런가 생각해 보니 뭐니뭐니해도 민족의 분단이 주범인 것 같다. 이렇듯 분단은 저 멀리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의 현장에서도 활개를 치고 있는 무서운 실체이다.

8·15 방북단 비행기가 북한 땅 가까이 와 닫자 비행기 아래에 펼쳐지는 북녘의 바다와 산과 들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난생 처음 북한 땅을 밟게 되는 감격적인 만남이니까 응당 눈물이 나올 수밖에. 다른 한편 내 나라 내 땅이고 내 형제가 살아 숨쉬는 이 곳을 밟는 데 5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는 것은 분명 기이한 만남이었다.

북녘 땅 만경대는 북한전문가인 나에게는 샤만호를 격퇴시킨 반 외세 민족자주의 상징으로, 또 김형석, 강반석, 소작인으로서의 가난의 상징, 김일성 생가와 사립문의 항일정신, 만경대학원, 대동강 언덕, 김구 선생이 방문했던 곳 등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얽힌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 다양한 상징과 인식이 북한전문가에게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만경대정신을 오직 하나의 김일성 주의로만 치환해 버리는 외눈박이 메카시즘 언론과의 기이한 만남이 강요되었다.

이 결과 만경대 방명록의 기재라는 통일이론가와 북한 전문가의 단순하고 너무나 자연스런 행위가 필화사건이라는 기이한 만남이 되면서 감격적인 귀환이 긴급체포라는 기이한 만남이 되어 버렸다.

남대문 경찰서 유치장이었다. 교회전도사들이 수용자들에게 예배를 강요하고 설교 연습장으로 한껏 활용하는 데만 정신이 없기에 좀 조용히 또 짧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가만있어’라고 윽박지르는 기이한 만남을 가졌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는 커피잔을 내밀면서 나만 유독 건너뛰는 ‘왕따’라는 기이한 만남도 뒤따랐다.

경찰서에서 구치소로 이감되는 날 어떤 노인이 벌금 60만원이 없어 옥살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폭력혐의로 끌려 온 영등포의 한 젊은이가 선뜻 모자라는 돈 50만원을 내놓고는 자기 이름도 주소도 밝히기를 거절했다. 아름다운 만남이면서 ‘기이한’ 만남이었다.

93년 여름 <역사비평>에 발표된 ‘미국과 한국전쟁’이라는 학술논문을 XX군인회 등 수십 개 극우단체가 조문파동 때 고발했으나 학문사상의 자유를 존중해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4월에 열린 서울대 주체사상토론회가 국보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발표되었다. 그러나 만경대 사건이 터지자 바로 이들이 주된 조사 대상이 되어 버렸다. 1994년과 2001년 4월에는 각각 문제가 없었던 것들이 8월에는 갑자기 왜 문제가 되는가? ‘변화무쌍’한 검찰의 조사기준과의 기이한 만남이었다.

그래서 “만약 언론사 사주 구속이 없었다면 만경대 필화사건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검찰과 경찰에 열을 올렸는데 바로 그 언론사 사주들을 구치소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기이한 만남이 있었다.

지금도 이러한 기이한 만남은 나의 삶 곳곳에서 계속된다. 통일이론가로서 북한전문 학자로서 또 현대사 연구자로서 나는 이러한 기이한 만남을 통일의 그 날까지 몇십 번이나 되풀이해야 하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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