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경찰 조사 성실히 임할 것”
극단 단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경찰에 출석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17일 오전 이윤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소속 단원들을 상대로 안마 등을 이유로 성폭행·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감독은 취재진 앞에 서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실 여부는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에 앞서 사전에 리허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떤 일을 당할 때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 않는가”라며 “준비과정을 ‘리허설’ ‘연습’으로 왜곡되게 말한 것 같다”고 부인했다. ‘표정연습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저보고 진심으로 말해야 한다. 진실로 말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몇 명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웃으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전 감독의 성폭력 의혹은 ‘미투’(Metoo·나도 말한다)를 통해 알려졌다. 이 전 감독은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16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 16명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윤택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고, 검찰은 내부 검토를 거쳐 서울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가 사건을 수사하도록 했다.
앞서 경찰은 이 전 감독을 고소한 연극계 종사자 고소인 16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이윤택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1일에는 이 전 감독의 주거지와 경남 밀양연극촌 연희단거리패 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 증거를 확보했다.
이 전 감독의 행위는 대부분 2013년 친고죄 폐지 이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2010년 신설된 상습죄 조항을 적용하면 2013년 이전 범행이라도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