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법 시행령 둘러싸고 관계부처 이견 난항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정국)가 지난 달 30일 발표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시행령(안)을 두고 관계부처의 반발이 거세 인권위 출범에 앞서 시행령을 확정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시안에 따르면 국가인권위가 방문조사 등을 통해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시설은 교도소 등 구금시설과 아동·장애인·매춘여성·노인 및 부랑인 보호시설, 외국인과 탈북자 지원시설을 포함한 ‘다수인 보호시설’ 890개에 달한다.

각 시설에는 진정함을 설치하고 시설 책임자가 수용자들에게 인권침해에 대해 진정할 권리가 있음을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했으며 면담조사과정에서 진술자에 대한 불이익처우를 금지하는 조항을 두었다.

인권위는 또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힌 비인권적 제도나 관행을 조사·연구하여 이를 시정하고 개선하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국가행정기관이나 각 지방자치단체는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법령을 제정 또는 개정할 경우 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인권위의 직제와 인력구성에 대해 행정자치부, 법제처 등에서 큰 의견 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인권위가 30일 개최한 ‘국가인권위원회, 법은 어떻게 시행하고 직원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공청회에는 주요 관련부처인 행자부, 법무부 관계자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 5국 1실 450명 규모 줄여라! 늘려라!

국가인권위 직제안에 따르면 정책기획실과 인권제도국, 조사기획국, 인권침해조사국, 차별조사국, 대외협력국 등 5국, 그리고 인권연구교육원과 인권자료실을 두고 450명 정도의 인력을 투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이를 1국 1실 100여명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 설립준비기획단장은 “현 직제도 타 부처와의 긴장으로 축소된 규모”라며 “국가가 개인에게 행하는 인권침해를 감독하기 위한 최소 인력”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민원처리 인력이 100명을 넘는데 16명의 인력으로 인권상담센터가 어떻게 제 역할을 하겠는가”라며 인력을 확충하거나 시민단체와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인권전문가 빠진 인권위는 이 빠진 호랑이

“인권위의 활동에 ‘인권’에 대한 인식은 필수조건이다. 인권위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임용에 관한 ‘특례조항’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진선미 변호사)

시행령을 두고 타 부처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인력수급’의 문제다. 인권위는 그 업무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전문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특례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행자부와 법제처 등은 이러한 특례규정이 국가공무원 체계를 파괴하는 것이며 인권위 직원채용은 현행 공무원임용체계 내에서 별정직 및 계약직 공무원 임용기준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용환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도 인사규정에서 예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이전 법의 테두리에서 좁게 해석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인권전문가들이 공무원 사회로 편입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헌법정신에 더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하나원, 지원시설이지 보호시설 아니다?

“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들을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한 ‘지원시설’이며 ‘교육시설’이지 교화시설이 아니다. 또 하나원에 대해 인권침해를 논하면 대북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일부 인도지원국 관계자)

“숙식을 제공하면서 일정기간 탈북주민 대부분을 수용하는 하나원은 ‘다수인 보호시설’에 해당한다. 특히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면서 심리적인 억압을 겪을 수 있으며 인권의식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타시설의 수용자와 다를 바 없다.” (정연순 변호사)

◇ 우리 정서상 안 맞아 vs 인권교육 시켜라

“교도소 수감자들의 진정이 쏟아져 행정력으로 소화해낼 수 없을 것이다. 각 기관의 정서에 맞는 시행령을 내달라.” (서울구치소 관계자)

“사회복지시설은 이미 사회복지사법에도 감사를 받는데 인권위에서도 규제하면 후원자와 지원자가 다 끊기게 돼 운영이 어려워진다.” (사회복지시설협의회 관계자)

“우리 사회는 차별에 대해 민감하지 않다. 자신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지, 혹은 다른 이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여부도 모른다. 인권위는 사회적으로 인권교육이 폭넓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정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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