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언급하는 것조차 식상할 만큼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여성의 삶에 치명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노동권’과 같이 사회적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세계화는 여성의 삶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미치며 그것은 더욱 큰 생채기를 남긴다. 이는 잘 드러나지 않으며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대표적으로 세계화는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여성은 빈곤층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이는 가난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에 여성이 가까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철분결핍증에 시달리는 남성은 2억3800만 명이지만 여성은 이 두 배에 육박하는 4억5800만 명이다. 단백질 열량 부족으로 인한 발육 미달의 경우도 남성이 4억 명인데 반해 여성은 4억5천만 명에 달한다.

영양결핍은 여성의 재생산 시기에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저임금 집단의 여성 중 95%가 50킬로그램 미만의 체중을 가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영양결핍과 의료시설 부족으로 출산시 매년 50만 명의 여성들이 사망한다. 생명의 기적은 죽음의 악몽이 돼버리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제3세계 여성들에게 특히 강요되는 일이 바로 성매매다. 성매매 과정에서 매춘여성들은 남성에 의해 에이즈(AIDS)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AIDS는 이제 부정한 병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쉽게 걸리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AIDS로 사망하는 환자는 전세계적으로 하루에 무려 8천명에 이른다.10초에 한 명 꼴로 죽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AIDS 환자의 95%가 저개발국에 있다. 전세계 AIDS 사망자 3백만명 중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에 240만 명이 있고 북미에는 단지 2만명이 있을 뿐이다.

비싼 약값으로 여성 에이즈 환자 사지에 방치

‘기적의 약’이 머잖아 ‘절망의 약’으로 둔갑

한 나라에서는 사회적·경제적·성적 소수자가 AIDS에 감염되기 쉽다. 이렇게 볼 때 여성들이 다수의 희생자임은 자명하다.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으나 추정은 가능하다. 미국 같은 부(副)국에서조차도 15세 이하 AIDS 감염자의 80%는 흑인소녀다. 세계 최고의 AIDS 감염률을 기록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임산부의 30%가 AIDS 환자이다.

가난한 나라의 빈곤층이 AIDS 감염자의 대부분인 반면 치료약은 강대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과 판매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약값이 터무니없이 비싸 가난한 여성들의 경우 혜택조차 누릴 수 없다. 90년대 들어와 ‘항레트로바이러스제’라고 불리는 AIDS약물이 개발되면서 끔찍한 사형선고였던 AIDS는 치료가 가능해졌다. 즉 돈 있는 자는 더 이상 AIDS로 죽는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1년에 2천만원 정도인 치료비는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국가 1인당 국민총생산(GNP)의 10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3세계 개도국의 민중들 특히 여성들은 다국적 제약자본에게 아무런 이윤동기를 줄 수 없다. 이는 사실상 남성편향적 약 개발이 진행되어온 역사에서 여성을 위한 약의 연구·개발은 더욱 요원해짐을 의미한다.

또 여성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쉽게 건강을 해치게 된다. 제3세계 지역에 밀집한 수출자유지역 공장들은 값싼 여성노동력을 선호하는데 이 공장들은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뿐만 아니라 임신한 여성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성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필수적으로 임신테스트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이곳에 취직하려는 여성들은 임신에 대한 선택권을 박탈당하며 혹시 임신을 했을 경우에도 일자리를 잃을 것이 두려워 비위생적인 낙태시술을 받는다. 임신사실을 숨기고 다니다가 과로로 인한 유산, 사산 등을 겪게 되기도 한다.

앞으로 초국적 자본을 비호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의약품 지적재산권’이 시행될 경우 ‘기적의 약’은 제약회사의 욕심을 채우는 ‘절망의 약’으로 둔갑할 것이며 제3세계 여성들의 건강권은 암흑기를 맞이할 것이 불 보듯 훤한 일이다.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

셰계화를 반대 제 3세계 여성팀 picis@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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