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와의 전쟁(3)]탈매춘 여성 성모씨(29)

‘결혼했구만. 어? 애도 낳았네?

그런 년이 할 짓이 없어 이 짓을 해?’

검찰은 우리 말은 안 들어요

포주보다 중개업자보다 더 나빠요

- 고소를 두 번이나 당했으니 경찰, 검찰 많이 만났죠.

“나 이런 나라 첨 봤어요. 포주들은 검찰 중에 모르는 사람 없다고 해요. (검찰) 이름까지 다 대면서 뒤를 봐준다고 했어요. 다 한 통속이에요. 원주에 있을 땐 법원이 바로 위였어요. 사창가가 법원을 끼고 있었다고요. 업주 말이 여기가 처음 생길 때 법원에 상납을 했대요. 내가 뭘 상납했냐고 물으니까 여자를 바쳤대요. 판사고 뭐고 전부 다 왔었대요. 그리고 이쪽 민원부터 챙겨주는 거예요.”

- 민원을 챙겨주다니, 검찰·경찰이 포주 편을 든다는 건가요.

“우리 말은 안 들어요. 일할 때 호객행위해서 손님 데리고 가면 업주가 받은 돈을 금고에 넣게 하고 장부에 적게 하거든요. 우리도 매일 따로 장부를 기록해 두죠. 근데 업주들은 달마다 자기네 결산하고는 장부를 없애버려요. 아가씨들이 나중에 장부를 검찰에서 보여줄까봐 그러는 거예요. 그게 업주가 가지고 있는 거랑 맞으면 덜미를 잡히니까. 우리가 나중에 억울하다고 ‘빚진 것 없다. 장부대로 하자’고 하면 포주가 ‘한달 계산 끝나면 없애는 거 알지?’라고 해요. 검찰에 가면 우리 장부는 인정 못 해준다고 하고요.”

- 유착관계에 대해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어떤 식이냐면 업주들이 아예 지역에 자율방범대를 설치해요.”

- 잠깐, 포주들이 파출소 일을 한다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지역발전에 이바지하는 차원에서 초소 같은 거를 만들어 놓고 범죄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한다고 그러고 있어요. 허울좋게…”

- 대구에서 도망 나왔을 땐 경찰이 왔었다고 했는데.

“TV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빼내 달라고 종암경찰서에 전화하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이에요. 일할 땐 핸드폰을 업주가 맡고 있기 때문에 손님 핸드폰을 빌려서 벌벌 떨면서 전화했어요. 살려달라고. 그 쪽에서 대구경찰청으로 연락을 해서 찾으러 가겠다고 했어요. 근데 경찰은 안 오고 다른 업주들이 와르르 뛰어와서는 ‘여기 새로 온 애가 누구냐?’면서 찾았어요. 벌써 포주들에게 소식이 가 있는 거죠. 포주가 나보고 다른 데로 숨어 있으라고 했는데 내가 손님 받는 중이라고 버텼어요. 그 와중에 경찰 둘이 와서 나를 데려간 거예요.”

- 그나마 경찰이 온 것도 종암서에서 압력이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경찰에서 대질할 때도 어떻게 하는데요. ‘똑바로 얘기해!’ 윽박부터 질러요. 그리고 나보고 계속 거짓말하지 말라는 거예요. 내가 ‘형사님이 이렇게 말하는 건 이 사람 편에서 얘기하는 거 아닙니까’ 따졌어요. 나중에 포주 쪽이 거짓말한 게 드러나니까 형사 말이 ‘경찰은 원래 고소인 입장에서 처리한다’고 변명하대요.”

- 말씀 한 번 똑 부러지게 잘 하셨네요.

“아니에요. 그건 옆에 선생님(한소리회 실무자)이 계시니까 말할 수 있었던 거죠. 우리 같은 아가씨들은 그런 데서 겁나서 말 못해요. 그렇게 무섭게 윽박지르는데 무슨 말을 하겠어요. 경찰이 시키는 대로 말하게 되죠.”

- 그래서 대구에서는 고소를 당하지 않고 넘어갔나요.

“포주가 처음엔 사기죄로 고소한다고 했다가 그 땐 카메라가 뜨고 막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경찰한테 ‘좀 생각해보고 연락하겠다’고 했어요. 그 다음 날인가는 ‘난 그 여자한테 준 돈도 없고 받을 것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일이 귀찮게 돌아갈까봐 그냥 포기한 거죠. 온양에서도 나를 고발했어요. 지금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에요.”

- 검찰에선 뭐라고 하던가요.

“포주보다 중개업자보다 그 사람들이 더 나빠요. 검찰에 갔을 때 사무계장이란 사람이 서류 떠들어 보더니 ‘결혼했구만. 어? 애도 낳았네? 그런 년이 할 짓이 없어서 이런 짓을 해?’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머리에 뭐밖에 안 들었어. 넌.’ 이렇게 모욕을 줬어요. 그런 면박을 당하는데 내 얘길 어떻게 하겠어요? 나와서 하루 종일 울었어요. 내 고통까지 알아달라는 게 아니에요. 자기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해요?”

- 강간으로 고소한 적 있다고 들었어요.

“판사, 변호사도 마찬가지예요. 그 때도 재판하는데 판사가 대뜸 하는 말이 ‘어디서 일했군요’ 그러는 거예요. 내가 ‘(강간당했을) 당시에 일 안 했고 지금도 안 한다’고 말했지만 믿어주지 않았어요.”

- 강간당한 사람이 어디서 일을 하건 말건 판사가 알아서 뭐하죠.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하는 거예요. 변호사도 ‘본인이 원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하고. 그 남자가 바지 벗고 들어와서는 칼을 목에 들이대고 그랬는데 내가 원했다니… ‘아니다. 내가 말했지 않나. 칼을 들이대고 강제로 했다. 나는 원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 재판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 남자가 징역 선고받은 걸로 알아요.”

- 그래도 지금은 좋아 보여요. 삶에 대해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자신 못해요. 솔직히 말해서 세상에 적응하는 거 너무 힘들어서 그냥 그렇게 살까 생각도 해봤어요. 어깨(깡패)같은 사람이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무서워서 밤새 울었어요. 두 달 전까지 사람들 눈도 못 마주쳤어요. 그래도 그 때를 생각하면 그렇게는 못 사는데… 지금도 힘들고 그래요.”

- 가게 일 하고 결혼 예정도 되어 있는 걸로 압니다.

“사람들은 가게 한다고 하면 내가 되게 잘 사는 줄 알아요. 물론 내가 거길 빠져 나와서 다시 안 들어가고 있다는 것만 해도 기적인데… 여기 월세 내고 사는 거 빠듯해요. 젊은 여자라고 동네 어른들 무시하죠. 몸도 좀 걱정돼요. 병원에서 검사 받았더니 오장육부가 다 안 좋다고, 간이고 쓸개고 다 망가졌다고 했어요. 술은 입에 대지도 말라고 했는데 지난번에 남편이랑 딱 맥주 한 잔 했다가 다 토하고 몸져누웠죠.”

- 밖에선 매춘여성이 돈 많이 번다, 게을러서 그렇게 산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3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제 얘기할 수 있어요. 이렇게 살고 싶은 사람 아무도 없어요. 우린 갈 곳이 없어요. 그럼 꼭 이런 사람들이 손을 뻗는 거예요. 정에 메마른 아이들은 끌려 다닐 수밖에 없어요. 그걸 깨닫는 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미 늦어요.”

- 성매매방지법 제정하는 거 아시죠? 여기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

“있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기엔 세상이 너무 힘든 곳이에요. 사람이 무섭고 사회가 무서워요. 법 앞에 만인이 공평하다고요? 내가 알기론 절대 아니에요. 우린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가 없어요. 왜냐면 업주 뒤에는 늘 법이 있거든요. 안전하게 울타리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우리보고 돈에 환장해서 그런다고 하죠. 법도 우리 편이 아니고 세상 인식도 우릴 비난해요. 그러니 우린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거예요.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업주 편에서 법을 만들지 말고 우리 편에서 만들어 달라’는 거예요.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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