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분향소’ 과연 정착될까

“납골묘가 장례문화 대안 아니다”

화장후 수목장등 새로운 형태 개발 필요

절차 간소화된 사이버 분향등 정착돼야

매장문화의 대안으로 화장문화까지는 제시되었지만 사실 화장 이후 묘지의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미흡하다.

사이버묘원사이트인 하늘나라의 강동구 사장은 “매장이냐 화장이냐가 논란의 핵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화장문화가 다시 주목받게 된 배경은 2년 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장례에 들이는 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즉 경제적 인프라 때문에 결국 화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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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소한 장례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사이버 묘원·납골당 등 인터넷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는 사이트도 점차 늘고 있다.

강 사장은 납골묘가 마치 장례문화의 마지막 대안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화장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나아졌지만 화장 후 아직까지는 대부분 납골당보다는 납골묘를 선호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례문화연구회 남대훈 실장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납골묘를 선호하고 있으며 납골당은 10∼20년 정도 후에야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납골당이나 납골묘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가용면적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화장문화에 대한 인식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납골묘나 납골당의 규격을 축소하는 문제 등 새로운 형태에 대한 개발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문화는 매장묘지의 포화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일 뿐만 아니라 장례 절차비용을 줄이는 대안도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 수준으로 나간다면 묘지의 형태만 바뀔 뿐 장례문화 자체가 달라지진 않는다.

이필도 교수는 화장 후에 성묘가 가능한 형태의 가족납골묘가 훨씬 더 호화롭게 조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온통 석물로 치장하기 때문에 머지 않아 온 산이 돌산이 될 것이며, 석물도 대부분 수입품이고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최저 200만원에서 최고 3000만원 가량 소요되는 등 납골묘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98년도 연구자료에 의하면 장묘관련 비용으로 국민들이 지불하는 액수는 연간 1조6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수의나 관등 장의용품이 매장일 경우 200만원, 조문객 접대비용 164만원, 장의차 이용료가 200km기준 40만원, 병원 장례식장 사용료 평균 60만원, 묘지 이용료 평균 160만원(이는 공설묘지 2평 기준, 사설공원묘지는 3평에 450만원, 개인묘지는 12평 기준 1기당 270만원) 등이 포함된 액수다.

최근 부친상을 당한 ㄱ(33)씨의 경우 3일장을 기준으로 한 장례비용으로 약 1500만원 정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장례식장이 불공정약관으로 소비자에게 횡포를 부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하겠다고 밝힌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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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한 두번 그것도 교통대란을 일으키며 찾아가는 우리의 조상모시기 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소비자단체들이 건전한 장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고가의 장의용품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지 오래고 조화금지나 각종 경조사비 부담에 대한 얘기도 가끔씩 언론에 보도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도 부모님 장례식인데 돈을 아끼는 것이 왠지 불효인 것” 같은 마음을 버릴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은 논의가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납골당조차도 필요없다는 의견도 있고 일본이나 중국처럼 나무 밑에 재를 묻는 수목장에 대한 얘기도 간간이 제기되고 있다.

공동산골을 실천하는 곳도 있다. 소망교회의 경우 서울 외곽에 공동신도비를 세우고 신자들의 화장한 재를 한곳에 모은다고 한다.

최근 사이버 납골당이나 사이버 분향소 등 인터넷을 이용한 장례문화의 간소화를 추진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그러나 이용객들의 인지도에 비해 사용률은 그리 높지 않은 형편이다. 10월 10일 장례대행 벤처기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정식 오픈한 ㅍ사. 전직 대학교수, 간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공동으로 창업한 이 곳에서는 장례용품을 공동구매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예산에 맞는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장묘문화개선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이용객들이 주로 문의하는 것은 사이버 추모관이다. 연령대는 40∼50대가 많고 60대도 자신의 추모관을 직접 신청한 예도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추모관을 신청해온 손자도 있다고 사이트 운영자는 전한다.

98년에 인터넷 묘원을 오픈한 ㅎ사는 지금까지 100여명의 사이버 추모관을 제작했지만 실제로 돈을 받고 제작한 것은 반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이 회사가 수익을 내는 부분은 납골묘 조성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상의 묘를 한데 모으거나 가족납골묘를 미리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회사의 대표는 “사이버 분향소를 실천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못 봤다. 젊은 사람들도 아직 이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고 또 의사결정권도 없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분명히 전망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산 사람 위주의 장례식이 이렇게 성행하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라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사이버 분향소야말로 가장 경제적인 장례식이 될텐데 행동이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비꼰 것이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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