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역 여성중 90%가 강간 당해

알제리 청년 요구에 정부 연금지급 결정

요즘 프랑스에서는 1954년부터 1962년까지의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많은 알제리 여성들이 프랑스 군인들로부터 조직적이고 대대적인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모하메드 갸른느라는 청년이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면서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그는 1960년 생으로, 프랑스 군인들로부터 집단적인 강간을 당한 케이라 갸른느(당시 15세)라는 한 알제리 여성으로부터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모하메드를 낙태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는 출생 후에 유모로부터 폭행을 당해 입원한 적이 있으며, 생모와 헤어져 고아원에서 사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그는 자신의 생모와 출생에 대해 조금도 모르고 있다가 자신이 프랑스 군인의 강간으로 인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사죄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지난 10월 11일 모하메드 갸른느의 요구를 검토한 프랑스 정부는 그에게 연금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31.jpg

▶알제리 독립전쟁당시 프랑스 군인에 의한 대대적·조직적 강간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국내 시위장면.

프랑스는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자국의 군인들에 의해 자행된 이러한 강간 사실을 지난 40년 동안 철저하게 숨기면서 문제삼기를 터부시해 왔었다. 이러한 사실은 몇몇 작가들과 피해자들이 조금씩 이야기해 왔고, 참전자들의 강간 사실에 대한 허풍스러운 자랑을 통해 추측되었을 뿐이었다. 더욱이 프랑스의 공식 문서들은 이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축소시켰었다. 관계자들 역시 전쟁 당시 강간과 고문은 절대로 없었다고 시치미를 떼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르몽드’ 신문사에서 알제리 독립전쟁에 참전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종합해 보면 대대적인 강간은 전쟁 막바지인 1959∼1960년 사이에 특히 집중적으로 자행되었다고 한다.

당시 프랑스 군인들 사이에서는 알제리인들은 사람이 아니고 알제리 여성들은 “개 같은 년들”이라는 인종차별주의적 생각이 극단적으로 팽배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들을 아무런 도덕적 수치심 없이 강간했다.

당시 간호병으로 참전했던 브누와 레이는 작전을 수행하러 마을에 들어가기 직전 상사로부터 “강간해라, 그러나 비밀스럽게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고백에 의하면 당시에 강간은 군인들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특혜로 생각되었었다.

그러나 강간 사실에 대한 철저한 은폐는 비단 프랑스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알제리인들 역시 전쟁 당시 조직적으로 행해졌던 강간 사실을 은폐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피해 여성들만이 강간으로 인한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충격과 ‘강간당한 여자’라는 사회의 낙인 사이에서 이중적인 고통을 겪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강간으로 인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그들의 상처를 고백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 피해 여성은 “프랑스에서는 강간당한 여자는 피해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죄인이지요. 왜 저항하지 못했냐고 우리를 비난한답니다. 우리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라는군요. 우리 부모도 우리가 죽는 게 더 나았겠다고 생각하지요. 왜냐하면 강간은 온 가족에게 최고의 불명예거든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낙하산 부대원들에게 집단적으로 강간을 당했었다. 이 사실을 안 그녀의 어머니는 “절대로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고 없었던 걸로 해라”며 신신당부했다. 그녀는 즐거운 척하면서 이 사실을 잊은 것처럼 살았지만 밤마다 그때의 상황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피해자들은 지난해부터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상처에 대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루이제뜨 이길라리쯔가 1957년 프랑스군들에 의해 억류되었을 당시에 강간 당한 사실을 프랑스와 알제리에 공개하면서부터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당시에 강간은 너무나 흔한 일이었고 프랑스군에 의해 점령된 지역의 여성들 90%가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 게다가 피해 여성들 가운데는 매우 어린 소녀들까지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르몽드 2001년 10월 17일 기사 참조>

정인진 프랑스 통신원/릴 3대학-교육학/파리 8대학-여성학 박사과정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