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 동성애자 입양권 투쟁에 부적합 판결

동성애자 “유럽인권협약 위배했다” 고소

“부모능력과 성정체성은 무관” 서명운동도

프랑스 국가를 상대로 한 필립 프레떼(47세)라는 독신 동성애자의 입양권 획득과 관련 유럽인권법정이 2일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렸다.

파리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되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투쟁해 왔다. 91년 10월 프레떼는 입양 승인신청서를 제출했고 2년 후 파리 일반심의회는 그에게 입양불허 판정을 내렸다. 프레떼가 인간적이고 교육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데는 이의가 없으나 독신 동성애자이므로 부모가 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파리 행정법원에 판정무효신청을 했고, 95년에 이유있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96년 최고 행정재판소가 이 판결을 다시 무효화했다. 이에 프레떼는 이러한 결정이 유럽 인권협약의 8조(사생활 및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와 14조(차별금지)에 위배된다며 프랑스를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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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측은 이에 대해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을 숨기면서 ‘아이가 어머니의 모델을 가질 수 없다’는 이유로 입양승인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심리적 행복을 생각할 때 프레떼의 개인적 ‘삶의 선택’은 입양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유럽의회의 43개 회원국들 대다수는 동성애자를 배제하지 않고 독신자의 입양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도 지난 1966년 이래 이를 허용해 왔다. 하지만 동성애자의 경우 일반심의회의 심사과정 속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거의 자동적으로 입양승인이 거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심리적, 가족적, 교육적 측면에서 동성애자는 아이의 미래를 완전하게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난 1월 낭시의 상고 행정재판소는 한 초등학교 여교사에 대해 동성애를 이유로 입양거부 판결을 내렸다. 이는 바로 96년 10월 최고 행정재판소가 프레떼의 입양승인을 거부한 판결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프레떼의 경우와 반대로 ‘아이가 아버지의 모델을 가질 수 없다’는 이유를 달았다. 현재 이 여교사는 최고 행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한편 ‘아뻬줴엘’(APGL: 남녀 동성애자인 부모들과 미래부모들의 모임)은 지난 5월 이래, 단지 성 정체성을 이유로 입양승인을 거부한 낭시 상고 행정재판소의 차별적 판결을 고발하면서 서명운동을 벌여 왔다. 서명 운동은 최고 행정재판소로 하여금 사람들의 의식변화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 즉 많은 사람들이 ‘부모의 능력과 개인의 성 정체성은 아무 관계가 없고 동성애자도 부모 자질을 갖추고 있다면 아이를 입양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초 당시 수백명의 과학자와 정치가를 포함, 6000명 이상이 서명운동에 참여했었다.

지난 20여년 간의 어떤 연구도 독신 동성애자나 동성애 커플이 키운 아이가 심리적 문제를 안게 되고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으며, 동성애 커플이 이성애 커플보다 부모가 되기에 더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사법적이고 정치적인 권력이 ‘뻬엠으’(PME: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들)란 유일한 가족 모델에 매달려서 독신인 동성애자 및 동성애 커플의 입양 승인을 거부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6월 29일 가족모임의 전국연합(UNAF)이 ‘아뻬줴엘’의 회원가입을 거부했던 것 역시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프랑스 가족법은 동성애 커플을 부모로 인정하지 않으며 그들의 입양도 허용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뻬엠으’는 프랑스의 현실적인 가족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한부모 가정이 적지 않게 존재하며, 이혼 역시 흔한 일이다. 또 동성애 가족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혼 후 동성 파트너와 가족을 이루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게다가 프랑스 내에서는 부부 외의 인공수정이 금지되어 있지만, 가까운 외국(예를 들어, 벨기에)에서 인공수정을 하고 아이를 가지는 여성들을 주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프랑스 법이 28세 이상의 모든 독신 남녀에게 입양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팍스(PACS: 결혼과 동거의 중간형태)’를 맺은 이성애 커플이나 동성애 커플 모두에게 입양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성애자는 자녀를 원하면 동거나 결혼으로 상황을 변경시키면 되지만, 동성애자는 자녀를 갖기 위해 ‘팍스’를 포기해야 한다. 이것은 동성애 커플이 유일하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관계를 포기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상 모든 독신에게 허용된 입양도 독신 동성애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유럽 인권법정에서의 프레떼의 입양권 투쟁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유럽 인권법정에서 동성애자 차별 금지와 관련한 법적 공방은 여러 차례 이루어져 왔었지만, 동성애자의 입양과 관련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 결과는 몇 달 후 나올 예정이다.

<참고> 르 몽드 7월 4일자, 10월 4일자 기사, 리베라시옹 10월 3일자 기사, 유럽의회-“유럽의회 회원국 내의 남녀 동성애자들의 상황” 2000년 6월 6일 보고서, ‘아뻬줴엘’의 2001년 7월 1일, 5일과 9월 12일의 기자회견문

황보 신 프랑스 통신원/몽펠리에 III-폴 발레리 대학 철학과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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