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의 삶과 RAWA활동

RAWA가 밝히고 있는 아프간 여성들의 삶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했다. 1980년대 아프간의 인구는 2천2백만 정도였으며 지난 20년 간 전쟁을 겪으면서 약 4백만 명이 난민으로 아프간을 떠나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6-1.jpg

◀탈레반 정권하에서 검찰들은 공공장소에서 웃거나 큰소리를 내는 여성들을 때릴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자료제공.아프간 여성혁명연합>

20년 전 아프간에서는 의사의 40%, 교사의 70%를 여성이 차지했지만 소련군 철수 이후 이어진 내전에서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서 여성들은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이름으로 모든 교육권과 노동권을 박탈당했다. 여성은 직계가족 남성의 동반없이 외출할 수 없고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보일 수 없으며 ‘부르카’라 부르는 긴 베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감싸야 하고 또각 소리가 나는 구두를 신어서도 안 된다.

@6-2.jpg

▶교육권을 박탈한 소녀들에게 RAWA회원들이 몰래 공부를 가르치고잇다. <자료제공. 아프간 여성혁명연합>

여성들은 각자 집의 벽 속에 갇혀 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성관계를 가져서 고발을 당하면 공개적으로 돌팔매질을 당해 죽는다. 손톱을 물들인 여성들은 손가락을 절단 당했으며 발목을 가리지 않고 외출했다고 채찍질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길거리를 다니면서 탈레반의 규정을 어긴 여성들을 공공연하게 때릴 수 있다.

RAWA는 “탈레반은 새나 동물을 우리에 가두어놓고 기르는 것을 불법이라고 천명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각자 집의 사방 벽 속에 갇혀 있다”고 비판하면서 “여성들은 그들이 보기에 아이를 낳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남성의 성적 요구를 만족시켜 주는 것 외에는 전혀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8월 여성 저널리스트 사이라 샤가 취재한 다큐멘터리 ‘베일 속으로’에서는 여성들의 출산 장소를 비춰주었는데 그곳은 지저분한 노폐물로 들어찬 변기와도 같았다. 여성들은 남성으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없게 돼있고 여성의사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이들은 병을 앓으면 쉽게 죽음에 이르게 된다. 아프간 여성들의 출산사망률과 유아사망률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통계적으로 아이들은 4명중 1명이 5살 이내에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3.jpg

◀RAWA가 주도한 '여성의날' 시위를 무력으로 제지하는 경찰들<자료제공.아프간 여성혁명연합>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세상은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가장 약한 이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그들이 견뎌나가는 하루하루가 독재에 대한 저항이다.”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 아프간에 잠입, 이들의 실상을 보도한 사이라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들의 용기

아마도 정권의 독재와 억압에 누구보다 용감하게 저항해 온 이들은 아프간의 여성들, RAWA의 회원들일 것이다. RAWA는 1977년 대학교육을 받은 지식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조직으로 민주주의와 평등을 지향하고 있다. RAWA의 회원들은 특정 근거지 없이 비밀스럽게 활동하며 주로 인터넷을 통해 활동을 알려 왔다.

여성에 대한 통제가 심한 아프간 사회에서 이들의 활동은 거의 모두 ‘불법’이며 발각되면 ‘교수형’ 감이다. 많은 회원들이 그 동안 아프간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카메라 작업을 하다가, 비밀 교육장에서 소녀들을 교육하다가, 여성들에게 의료지원을 하다가 적발돼 살인과 고문을 당했다. RAWA의 리더 미나(Meena) 역시 1987년 이슬람 원리주의자로 추정되는 이들에 의해 암살당했다.

@6-4.jpg

▶RAWA의 리더 미나(Meena)<사진제공.아프간여성혁명 연합>

탈레반 정권은 아프간 사람들에게 어떠한 종류의 통신수단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지만 RAWA의 회원들은 아프간 여성들과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어떠한 종류의 통신수단도 다 사용하고 있다.’ 사이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우리는 탈레반이 하지 말라고 하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학교를 열어 소녀들을 가르치고, 미용파티를 개최하기도 하고, 아픈 여성들을 치료하고, 난민들에게 식품을 공급하고, 첨단 통신수단을 이용해 세계에 아프간 여성들의 실태를 전달해 온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생각할 자유도 주지 않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정신을 지켜낼 것이다.”

전쟁 겪을 때마다 여성의 삶 ‘최악’

RAWA의 활동은 미국의 보복전쟁 선포로 더욱 어려워졌다. 주로 파키스탄에 거주하면서 아프간을 들락거리며 자료를 수집해 왔지만 이제 아프간으로 가는 길목이 차단돼 더 이상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이들이 지금 전 세계에 호소하는 것은 “아프간 사람들은 빈 라덴도, 탈레반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RAWA의 한 회원은 “미국 측으로부터 사이버테러 식의 메일이 많이 온다”며 “그것을 보내는 사람들은 우리들이 탈레반의 희생자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달 22일 RAWA의 대변인으로 나선 사이마 카렘은 “미국의 보복전쟁이 탈레반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미국 측의 질문에 “아프간을 공격하는 것이 미국인들의 슬픔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며 ‘전쟁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해서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아프간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해온 것 자체가 테러리즘을 키운 것”이라고 말하고 “소련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고 민주세력이 아프간을 세우려 했을 때 미국은 이 땅에서 손을 떼었다”고 비판했다. 이를 런던 〈가디언〉지에서는 아룬다티 로이의 기고글을 통해 “빈 라덴은 CIA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FBI에 의해서 현상수배당했다”고 표현했다.

RAWA는 한편으로 전 국왕의 평화플랜을 지지한다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아직 어떠한 군대나 누구를 향한 공격도 찬성한 적이 없다. 아프간 여성들은 구 소련과의 10년 전쟁과 이어진 내전으로 인해 살해되고 강간당하고 불구가 되었으며, 정권을 잡은 탈레반의 여성억압정책에 의해 숨도 제대로 쉴수 없는 억압을 받아왔고 이제 또 무방비 상태로 미국의 보복공격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겪을 때마다 여성들의 삶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보아왔던 아프간 여성들은 미국의 공격 그 이후의 상황을 이미 예측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