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소수자 인권 짓밟지 마라”

“우리 여성들에게 전쟁은 ‘강간’과 ‘정신대’를 의미한다. 일본군 성노예의 역사가 청산되지 않은 지금, 세르비아의 집단강간캠프의 기억이 사라지지도 않은 지금, 우리는 앞으로도 같은 일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여성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은 역사적으로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쟁과는 거리가 먼 존재인 것처럼 비추어져왔다. 이에 여성신문, 여성주의 웹진 ‘언니네’, 한국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이화여대 여성학과 ‘평화를 위한 여성주의자들의 모임’ 등이 함께 하는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Women Against War)’가 발족,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전쟁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시작했다.

WAW는 9월 20일 “지금과 같은 준 전시상황에서 정보가 완전히 차단되어 있는 아프간 여성들의 상황과 미국 내 자성을 촉구하는 여성단체의 입장 등을 공유하고, 한국여성들의 의견을 모아보자”는 의도로 제안되었으며 인터넷 카페www.freechal.com/kwaw를 통해 회원을 모으고 있다.

“젊은 여성네티즌들은 전쟁이 당연하다는 식의 분위기에 답답해하지만 마땅히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 서로 고립되어 있었다.” 여성주의 웹진 ‘언니네’unninet.co.k의 조지혜씨는 “WAW를 통해 전쟁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던 많은 여성들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WAW의 활동 중에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정보공유와 확산’이다. 현재 아프간 여성들의 실상, 세계 각국 여성들의 반전 움직임을 인터넷을 중심으로 알리고 있다. 또 전쟁과 여성, 사회적 약자와의 연결고리를 읽어내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왜 무고하게 죽어간 미국시민들을 전쟁옹호자로 모는가?” 조순경 교수(이화여대 여성학)는 “세계무역센터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청소부로 일하다 죽어간 흑인여성은 아프간의 여성과 아이들이 부시 행정부의 보복전쟁으로 인해 폭력과 빈곤으로 죽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아프간에 대한 공격을 ‘부시 대 탈레반’ 전선이 아닌, ‘군사권력 대 사회적 약자’의 구도로 볼 것을 제시했다.

한국여성 성적소수자 인권모임 ‘끼리끼리’ 간사 박하씨는 “전쟁은 폭력과 차별을 정당화시켜 지금까지 쌓아왔던 여성과 소수자들의 인권을 짓밟을 것”이라면서 “여성으로서, 성적소수자로서, 사회적 약자로서 한국 여성이반(성적소수자)들은 전쟁을 반대하는 활동에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WAW는 뜻을 같이 하는 연대단위들을 모으고 조만간 전쟁반대 사이트를 개설, 토론회를 열고 대학을 중심으로 미국의 전쟁범죄 반대와 한국정부의 전쟁지지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활동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앞서 9월 26일 낸 성명서에서 “우리는 ‘노벨평화상은 영광인 동시에 무한한 책임의 시작’이라고 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수상연설을 기억한다”면서 “이제 그 ‘무한한 책임’을 지기 시작할 것을 엄숙히 요구하며 일차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전쟁범죄 수행에 대한 지원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전쟁의 피해자로 오랫동안 잊혀져 온 모든 여성과 장애인, 소수민족, 성적소수자, 그리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한 모든 사회적 약자와 함께 걸어갈 것이다. 그것 이외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의 성명서 중에서)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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