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달 특집] 동아리활동하며 인생 즐기는 노인들

일산노인복지관 아코디언 동아리

~7-1.jpg

지난 해 7월에 만들어진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의 아코디언 동아리는 공연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유명하다. 작년 10월 2일 노인의날 기념 ‘효도 큰 잔치’ 초청 공연을 필두로 광주 남구노인복지회관 개관 1주년 기념 초청 공연, 제1회 호수문화축제 행사 발표회 등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냈다. 이번 달에도 5회의 공연 일정이 잡혀있다.

아코디언은 회원 각자가 구입하는데 초보자용이 40만원 정도. 무게가 7kg 이상이라 처음에는 좀 버겁지만 익숙해지면 대단한 운동 효과가 있다고 회원들은 전한다. 3∼4개월 정도 연습하면 쉬운 곡은 연주 가능하다. 현재 31명의 회원이 열심히 배우고 있다.

하석대(65) 할아버지는 “열 손가락과 머리를 써야 하니까 치매예방에도 좋을 것 같고, 연습 중간에 간식을 먹어야 할 정도로 소화가 잘돼. 젊었을 때부터 아코디언을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지. 클래식이며 트로트며 가리지 않고 다 배우는데 연습하고 있으면 잡념도 안생기고. 그리고 아코디언만 들고가면 어디서건 환영해서 스타가 된 기분이야”라고 전한다.

회원인 박정희(69) 할머니는 처음부터 봉사를 목적으로 아코디언을 배웠다.

“어디서건 환영받는 스타가 됐지”

치매·관절염은 남의 얘기일뿐

“나이가 들면 우울해지기 쉬운데, 아코디언을 배우면서 내 기분도 밝아졌지만 다른 노인들도 행복해하니까 이런 게 제대로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누구든지 나이가 들어도 악기 하나 정도는 배워두는 게 좋을 것 같애. 우울할 때 악기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선율을 듣노라면 절로 즐거워지거든. 우리가 쓸모 없는 존재들 같지만 찾아보면 우리의 손길을 원하는 곳도 많더라고.”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는 이밖에도 포켓볼, 당구, 게이트볼, 명상요가, 고적답사, 수화 동아리 등이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의 이봉렬 담당자는 “동아리 활동이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노후와 건전한 여가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갖는 것이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인다”고 전한다.

이 사회복지사는 또 “어르신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후에도 동아리 활동을 계속 이어가신다”면서 “그간 어르신들이 여가를 보낼만한 공간이나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는데, 노인정책에 이러한 어르신들의 욕구를 적극 반영해 시설을 늘리는 한편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031)919-8677∼8

강서노인복지관 ‘은십자봉사단’

~7-2.jpg

120명의 노인이 모여 지난 2월 27일 결단식을 가진 강서노인종합복지관 은십자봉사단은 한울도우미, 상담도우미, 행복나누미, 은빛보라미 등 4개의 팀으로 구성돼 있다.

강서노인종합복지관은 노인들의 자원봉사로 굴러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인들이 운영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울도우미는 복지관내 프로그램 진행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경로식당 배식은 물론 휴게실 관리, 경로주차장 관리 등 한울도우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엄영주(71) 할머니는 “복지관에서 활동하는 동안은 바빠서 딴생각할 겨를이 없어. 자식들 일이며 고민거리들은 잊어버리지. 우리의 힘이라도 쓰일 데가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야”라며 바쁜 하루 일과를 이야기한다.

경로식당·문화공연도 우리손으로

“작은힘이지만 남 도울수 있어 감사”

복지관 안내데스크에서 다른 노인들의 시설 이용 편의를 위한 활동을 하는 상담도우미 노인들은 특별교육을 받은 후 독거노인 전화방문, 가정방문 등 말벗과 상담역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지역 경로당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이다. 10월 말 재교육을 받을 예정인데 노인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상담가이다.

문화예술봉사단격인 행복나누미 노인들은 연극, 레크댄스. 포크댄스 등을 익혀 공연봉사를 하고 있다. 양로원이나 교도소, 경로당 등 문화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며 행복을 나눈다.

“나이를 먹고보니 그동안 사회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내가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자원봉사단 활동을 시작했지. 무료함에 지친 노인들을 방문해 손도 잡아주고 옛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불러주면 주름진 얼굴이 웃음으로 펴져. 움직일 힘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마음은 젊은이들 못지 않지.”

(이성채 할머니, 73) 은빛보라미는 복지관 사회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출결체크와 인원관리를 돕고 있다.

강서노인종합복지관 이혜선 복지과장은 “요즘 어르신들은 안방에서 대접받는 것보다 사회를 위해 무언가 하시기를 희망한다”면서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적 복지의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과장은 “어르신들은 조그만 일이라도 자신의 힘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용돈이라도 벌어 쓸 수 있는 일거리를 원한다”면서 “노인들을 위한 적절한 일거리들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02)3664-0322

영등포노인복지관 댄스스포츠 동호회 ‘은빛날개’

~7-3.jpg

“남은 여생을 사는 게 아니냐. 제2의 인생이 시작된거야. 그동안 자식들 가르치고 먹고사느라 내 시간을 갖는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몸도 건강해지고 활력도 넘치고. 동호회 활동하면서 주위에서 젊어졌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 요즘 정말로 사는 맛이 나고 너무 행복해.”(김계필 할머니, 78)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댄스스포츠 동호회 ‘은빛날개’는 지난 6월에 만들어진 새내기 동호회. 복지관이 마련한 댄스스포츠 강좌를 수강한 노인 30여명이 자발적으로 조직했다. 평균연령이 70세인 은빛날개 회원들은 매주 금요일 정기모임 외에도 복지관 강당이 비는 시간마다 모여 호흡을 맞춘다.

은빛날개는 라틴댄스의 일종인 ‘차차차’ ‘룸바’ ‘자이브’ 등을 순서대로 배웠다. 사교댄스에 비해 무리가 적고 건강에 좋아 올림픽공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사회체육으로 각광 받고 있는 댄스스포츠는 단계별로 스텝과 동작을 익히면서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그만이라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은빛날개는 매월 첫 목요일에 갖는 월례회때 모금함을 만들어 형편이 더 어려운 노인들의 식대에 보태거나 회비 중 일부를 복지관에 기부한다.

지역문화 봉사하며 새로운 삶

“이제야 제대로 사는것 같애”

김 할머니는 자기 만족 외에도 지역의 노인잔치나 행사에 공연하며 사회에 봉사한다는 것이 더 보람있다고 전한다. “190이던 혈압이 130으로 떨어졌어. 건강도 좋아졌지만 우리도 즐거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더 흡족해. 노년을 영어로는 ‘실버’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제 날개 펴는 연습부터 시작해 세상으로 날아갈거야. 그래서 이름도 ‘은빛날개’라고 지었어.”

“퇴행성 무릎 관절염과 허리디스크로 고생했는데 댄스스포츠를 배우면서 많이 좋아졌어. 병원에서도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고 그래. 무엇보다 친구들을 만나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아. 그리고 가정밖에 몰랐던 우리가 단체활동을 하면서 사회도 배워나가고, 눈을 뜨는 것 같애.”(박귀숙 할머니, 67)

“당뇨병이 있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운동한 덕인지 많이 호전됐어요. 아내와 함께 배우는데 우리 부부 모두 새로운 삶을 만끽하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지랭이 노인들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을 줄 아는데 우리들은 어디에 에너지를 써야할지 모를 정도로 활력이 넘쳐요. 또 노인들에게서 안좋은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댄스스포츠는 파트너에 대한 예절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기 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어.” (이창욱 할아버지, 65)

현재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에는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11개의 동호회가 있다. 이 가운데 사진동호회는 지난 5월에 첫 전시회를 열었고, 10월 10일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1주년 기념식에도 전시회를 마련해 솜씨를 자랑한다. 웬만한 사진작가 부럽잖은 실력을 쌓은 사진동호회는 앞으로 지역 노인의 영정 사진 찍기와 지역행사에 사진자원봉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기네스북에 오른 박봉태 할아버지가 조직한 줄넘기동호회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돈도 거의 들지 않아 노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흔히 뛰는 것이 관절에 무리를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요령을 터득하면 오히려 관절에 도움이 된다고.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오승남 사회복지사는 “활동하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욕구가 대단하다”면서 “동호회 활동이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해 건강한 노년을 가꾸는데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오 사회복지사는 “동호회를 전담할 수 있는 인력과 각 복지관에 산재해 있는 동호회들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02)2068-5326∼8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