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군 어린이집 성추행 의혹사건

최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신상을 공개한 청소년성범죄자 명단 가운데 3세 여자아이와 2세 남자아이를 강제 추행한 이들이 포함돼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13세 미만 성추행 상담이 해마다 꾸준히 늘어 올 상반기에는 전체 상담의 25%에 달하는 등 어린이 성폭력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엄격한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경우 피해를 입은 어린

13세미만 성추행 급증…70%가 아는 사람

피해어린이 진술, 증거로 채택안해 어려움

전문상담가등 수사에 참여하게 해야

이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아 어린이가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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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인터넷에 공개된 전남 무안군 C어린이집에 다니는 네살박이 ㅅ양의 성추행 의혹사건의 경우도 비슷한 경우다.

ㅅ양 어머니 하씨는 “며칠 전부터 딸애가 성기 부분이 아프다고 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날(10일)은 딸이 더욱 통증을 호소해 살펴보니 성기 안쪽이 발갛게 부어 있었다. 순간 나는 아이들의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어른들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딸을 달래 물어보니 ‘스타렉스 아저씨’(C어린이집 사무장)가 성기를 만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하씨는 경찰서에 신고하고 형사들과 함께 병원 응급실에 가서 ㅅ양에게 검사를 받게 했다. 다음 날인 11일 내음순 찰과상과 요도염이라는 결과와 3주 진단이 내려졌다. 당시 진찰을 했던 담당의는 “간혹 여아의 경우 성기 부분을 잘 씻지 않아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 가려움증과 냉·대하가 심하다”며 “ㅅ양의 경우 자연발생적 염증이 아닌 마찰이나 자극에 의한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어머니 하씨는 “딸이 맨 처음 성추행 사실을 얘기할 때부터 경찰 조사를 받을 때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동일 인물을 지목했다. 그러나 담당형사로부터 검찰에서 경찰서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었다면서 아이에게 몇월 며칠 몇 시에 몇번 당했는지 보강 수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가 막힐 뿐이다. 어떻게 네 살짜리 아이가 그런 사실을 기억했다가 말할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했다.

하씨는 또 “딸이 낯선 어른들에게 조사 받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계속 설사한다”면서 “그날 이후 옷을 갈아 입히거나 씻겨주려 하면 ‘손가락으로 하지 마’라는 말을 자꾸 하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한편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어린이집 사무장은 “그 또래 아이들은 성기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 스스로 만지기도 하고, 여아들은 하루만 안씻겨도 요도염에 걸리기도 쉽다”면서 “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고 아이의 말만 믿고 성추행으로 몰고 가는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 사건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되었고,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최영애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현행법상 증거가 물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아동 성폭력 사안의 경우 물증의 범주를 피해 어린이의 진술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또 “어린이의 진술 외에도 성폭력상담가나 정신과의사와의 상담 등을 통해 성추행 사실과 가해자를 가려내는 등 경찰 수사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입증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미랑 청소년내일여성센터 소장은 “강간 등의 경우에는 정액 채취 등 증거확보가 가능하지만 성추행의 경우 증인이나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린이와 부모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면서 “특히 어린이의 경우 한두 달에 걸쳐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성추행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가 있어 더욱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의진 연세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아동 성폭력의 경우 아는 사람에 의한 것이 70% 이상이고 재미난 놀이로 유인하는 등 폭력을 사용하지 않아 아이들이 의미를 잘 몰라 부모나 주변에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면서 “첫 수사 단계에서부터 정신과전문의나 전문상담가가 투입돼 아이들이 안전한 장소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진술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중요한 증거로 채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결정적인 물증이 없어 진위를 가려내기가 어려운 가운데 C어린이집 사무장이 선임한 변호사측은 “이 사건의 추이를 보아 하씨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무고죄 등으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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