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한 여성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가죽 채찍으로 100대를 맞았다. 이 여성은 판결에 불만이 없다고 한다. 외간 남자를 곁눈질만 해도 염산세례를 받을 지경이고 보면 이런 반응이 이해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년간 결혼을 거부하거나 남자와 스캔들이 있었다는 이유로 죽어간 쿠르드 여성이 5천명에 이른다. 2000년 초 파키스탄 의회는 ‘명예’ 살인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인권단체들은 1999년 한해 동안도 최소한 286명의 여성들이 ‘명예로운’ 죽음이라는 이름 하에 살해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종교 근본주의자들의 득세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한 몫을 했다. 극단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세계화는 이로 인한 병폐와 저항의 가능성을 분쇄하기 위해 정치적 보수주의를 교묘히 활용한다.

세계화로 인한 불안정에 대한 반동으로 종교 근본주의와 우익 민족주의가 여러 곳에서 득세하고 있고 특히 여성에 대해서 근본주의자들은 신비주의적 전통질서를 재구축하려 한다. 이는 이슬람 국가들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가톨릭이나 그 밖의 종교 근본주의도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반여성적 성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성에 대해 아프가니스탄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이 자행되는 곳은 없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80%에 이르는 지역에서 절대적인 ‘성별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하고 있다.

공공 장소에서 여성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자신의 몸을 감싸야 할 뿐 아니라 남자 친척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거리를 걸을 수도 없다. 남자 의사한테는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법 때문에 실제적으로 여의사가 없는 이 지역 여성들은 병에 걸려도 속수무책이다. 여성의 교육과 노동권 역시 부정된다.

그런데 아프카니스탄이 오늘날과 같은 ‘극렬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지배를 받게 된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 1979년 소련이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공산주의에 대해 ‘극렬 이슬람 근본주의’를 처방으로 내놓고 이를 부추긴 것이 바로 미국이다.

이후 이슬람 근본주의는 중동지역 석유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과 충돌하게 되면서 그 극단적 성향이 더욱 거세어진다. 지난주 미국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를 당했다. 그러나 미국의 테러 훨씬 이전부터 그리고 현재까지 근본주의의 최대의 폭격을 입은 것은 바로 여성들이었다.

이제 근본주의와 보수주의에 맞선 여성들이 투쟁을 통해 정치적으로 올바른 세계화를 실현하고 있다. 1977년 창립된 이래로 근본주의자들의 야만에 맞서 여성인권을 위한 투쟁을 벌여온 ‘아프가니스탄 혁명적 여성연합(이하 RAWA)’은 최근 웹사이트www.rawa.org를 열어 세계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전세계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지원금(단돈 1달러도 큰 도움이 된다. 그 돈으로 소녀 한 명을 한달 동안 학교에 보낼 수 있다)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해온다. 흑인여성연합이 RAWA에 지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자유주의적 여성단체인 페미니스트 머조리티(Feminist Majority)를 포함해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아프간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기 위한 행동들을 조직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와 결탁한 보수주의의 반여성성에 대해 국경을 초월하여 조직되고 있는 여성들의 중요한 저항운동이다.

국제연대정보센터(PICIS)

세계화 반대 제3세계 여성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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